[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의 행선지가 거의 확정된 가운데 한국 야구 팬들의 관심은 이제 해외 진출선수들에 쏠리고 있다.
오승환은 지난 4일 오후 서울 리츠칼튼 호텔에서 한신 타이거즈 입단 기자회견을 열고 한신 입단을 본격 선언했다. 사자 품에서 나와서 일본 호랑이 품으로 옮긴 오승환은 입단 기자회견 당시부터 많은 사람들의 주목 속에 다음 시즌을 위한 보다 힘찬 발걸음을 내딛었다.
반면 지난 2년 동안 뛰던 오릭스 버펄로스와 결별한 이대호(31), FA(자유계약선수) 자격을 얻고 몸값이 폭등하는 추신수(31)의 거취는 아직 오리무중이다.
또한 첫 해외 이적을 준비하는 윤석민(27)은 감감 무소식이다. 내년 시즌 해외 무대에서 활약할 한국인 선수들의 둥지는 과연 어디가 될까?
◇추신수. (사진=신시내티 공식 페이스북 캡처)
◇추신수, 텍사스·볼티모어·보스턴 관심 내비쳐
추신수는 기존 팀인 신시내티 레즈와 작별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월트 자케티 신시내티 단장은 지난 5일 메이저리그 공식사이트인 MLB.com과의 인터뷰 도중 "우리는 추신수의 에이전트인 보라스와 지난 2주 전 대화를 나눴지만 그날 이후 보라스와 아무런 논의를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서 "추신수의 이탈에 대비해 공격력이 빼어난 1번 타자를 찾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구단 재정에서 열악한 신시내티가 몸값이 급속도로 폭등 중인 추신수를 잡기 힘듦을 인정한 것이다. 현지 언론은 추신수의 몸값을 1억 달러 이상에서 책정될 것으로 보고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현재 추신수에 관심을 보이는 구단은 텍사스 레인저스, 보스턴 레드삭스, 시애틀 매리너스 등이다. 더불어 박찬호가 잠시 머물던 볼티모어 오리올스가 추신수의 영입을 고민 중이라는 소식이 미국 스포츠 매체 '폭스스포츠'의 야구 담당기자 존 모로시의 트윗 맨션으로 5일 확인됐다.
또한 추신수와 함께 이번시즌 외야 FA 최대 관심사로 꼽힌 제이코비 엘스버리(30)에게 유니폼을 입힌 뉴욕 양키스도 아직 물망에 거론되고 있으며, "올해 대형 FA의 영입은 없을 것"이라고 단장이 밝힌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도 팀내 외야수 부족 현상 때문에 추신수 행선지 목록 상에 빠지지 않고 있다.
자신을 원하는 경쟁자가 많다는 것은 협상에 있어 상당히 유리하다. 하지만 팀내 외야수 상황과 구단의 자금 사정 등을 감안하면 보스턴과 텍사스가 유력하다.
보스턴은 제이코비 엘스버리가 라이벌인 양키스로 이적해 외야수 공백이 생겼다. '보스턴 헤럴드'는 보스턴 내부에 정통한 관계자 발언을 인용해 "엘스버리 이적에 따라 추신수를 검토 중"이라며 "영입이 확정되면 추신수에게 우익수를 맡기고 우익수 셰인 빅토리노의 경우 중견수로 옮길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디트로이트로부터 프린스 필더를 트레이드로 영입한 텍사스는 여전히 타선보강에 관심을 쏟고 있다. 현지 언론인 달라스 모닝 뉴스는 "메이저리그 관계자에 따르면 텍사스는 최근 추신수와 만남을 가졌다"는 내용을 최근 보도하기도 했다.
◇시즌을 마치고 지난 10월15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을 통해서 입국해 입국기자회견을 진행 중인 이대호. (사진=이준혁 기자)
◇'오릭스 작별한' 이대호, 소프트뱅크? 메이저리그?
지난 2년 동안 오릭스 버팔로스의 4번타자로 활약해오며 뚜렷한 활약상을 보인 이대호는 후쿠오카 연고팀인 소프트뱅크 호크스의 이적설이 사실로 굳혀지는 단계에 있다.
일본 '스포츠닛폰'은 5일 오전 인터넷 보도를 통해 "소프트뱅크가 이대호와 제이슨 스탠드리지, 브라이언 울프, 데니스 사파테 등 4명의 외국인선수와 입단 협상을 펼쳤다. 계약이 성사 단계에 이르렀으며 조만간 공식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 매체는 이대호에 대해선 "소프트뱅크가 이대호에게 '2년간 8억엔' 등 4명의 선수를 영입하기 위해 총 16억엔을 투자한다"면서 구체적인 금액까지 제시했다. 협상에 상당한 진척을 보이거나, 소프트뱅크가 적극적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대호는 일본에서 지낸 2년 동안 '48홈런, 타율 0.294, OPS 0.864'의 기록을 남기며 일본 리그 적응에 성공했다. 자금 동원력에 있어 부족하지 않은 소프트뱅크는 팀에 4번타자가 없다. 소프트뱅크가 이대호의 영입에 적극 나설 이유는 충분하다.
그렇지만 이대호는 미국 진출도 계속 노리고 있다. 지난달 30일 부산 경성대에서 열린 '제2회 팬미팅 겸 토크콘서트'에서 "기회가 된다면 미국에 가고 싶다. 무조건 (미국행이) 우선이다"라고 말한 이대호는 메이저리그 전문 에이전트 선임도 검토 중이다.
만약 미국 구단이 적극적인 움직임을 나타낼 경우 소프트뱅크와의 계약을 잠시 늦추고 10~13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열릴 윈터미팅에 참가해 상황을 살필 수도 있다. 현재 이대호에게 관심을 보인 미국 구단은 3~4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민. (사진제공=KIA타이거즈)
◇윤석민, 윈터미팅 이후 구체화될 듯
추신수와 이대호 외에도 메이저리그 진출을 노리는 선수로는 KIA타이거즈 출신 윤석민이 있다.
스캇 보라스의 보라스코퍼레이션과 계약하고 현재 이 회사가 운영 중인 소속 선수 전용 훈련장 BEST에서 몸을 만들고 있는 윤석민은 '코리아 몬스터' 류현진(26·LA다저스)처럼 한국에서 바로 미국으로 진출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현지 언론이 보는 유력한 영입 구단은 최근 한국인 투수 임창용(37)을 논텐더의 형태로 방출했던 시카고 컵스다.
메이저리그 공식 홈페이지인 'MLB.com'은 "미국진출 첫해 14승을 거둔 류현진에 이어 한국의 두 번째로 좋은 투수로 인식되는 윤석민의 계약이 가까워졌다(close to reaching an agreement)는 확인되지 않는 보도들이 이번주 꾸준히 나오고 있는데 소문의 상당수가 그의 최종 착륙점으로 시카고 컵스를 지목 중"이라고 5일 보도했다.
이밖에 수많은 언론 매체와 현지 기자의 SNS에서 윤석민의 컵스행에 대한 다양한 설이 나돌고 있다.
당초 유력한 구단으로 손꼽현던 미네소타 트윈스는 윤석민의 영입을 접으려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FA 선발 2명을 영입한 미네소타는 올시즌 연봉조정 대상자 3명(투수 2명, 내야수 1명)과 모조리 계약했다. 이번 계약을 통해 미네소타는 선발 자원만 6명에 이르게 됐다. 예비 후보도 많은 상태로 굳이 윤석민을 영입할 이유가 사라졌다. 다만 지역 언론이 계속 선발 확보의 지속 가능성을 제기 중으로 구단측의 귀추가 주목된다.
윤석민에게 관심을 보이는 구단은 둘 외에도 필라델피아 필리스, 휴스턴 애스트로스 등 4개 구단으로 압축된다.
'협상의 달인' 보라스의 도움을 받는 윤석민이 어떤 구단의 유니폼을 입게 될지 최종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