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러시아가 정치적인 반대를 무릅쓰고서라도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오랫동안 미뤄왔던 경제개혁을 단행해야 할 때라는 의견이 제기됐다.
8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고르 슈발로프 러시아 제1 부총리(사진)는 푸틴 집권 13년 동안 러시아가 역대 최장기 경기 침체를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랜시간 경제분야에서 푸틴의 보좌관을 역임한 이고르 슈발로프 제1부총리는 러시아를 깊은 침체 수렁으로 몰아넣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인용하며 "지금이 2008년 당시만큼 힘든 상황은 아니다"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만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2년 동안 다음 선거가 시작되기 전까지 정부가 나서서 정치적으로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슈발로프는 "자연독점이 발생하는 것부터 짚고 넘어가야 한다"며 "지출을 줄이고 생산성을 높여 일의 효율을 극대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비대해진 국영기업의 규모를 축소하고 민간기업을 육성하는 식의 경제개혁 주문이 나온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수년간 러시아 내부의 친시장(pro-market) 성향의 학자들과 서구 쪽 전문가들은 수익이 저조한 공장과 재무 상태가 엉망인 은행을 폐쇄하고 연금제도를 개혁하는 등의 변화를 추구해왔다.
그러나 정치권 보수층의 반대로 경제 개혁 드라이브는 번번이 좌절됐다. 러시아의 주요 수출 상품인 유가에 높은 가격이 매겨졌기 때문에 개혁없이도 성장할 수 있다는 온건파의 주장이 정치권을 주도한 것이다.
최근에 와서야 유가가 고공행진을 하고 있는데도 성장률이 위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친시장측 주장이 두드러진 상황.
WSJ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4차례나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지난주 세수가 확보되지 않아 앞으로 10년간 수조 루블의 예산이 삭감될 수 있다는 재무부 발표가 나오면서 경기 침체 불안감이 가중됐다.
동성애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않고 퓨시 라이엇과 같은 반정부 인사를 박해하는 등 크렘린의 태도 또한 서방의 자금이 유입되는 것을 막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고르 슈발로프는 "중산층의 임금 수준이 정체돼 일을 열심히 하도록 유도하는 요인이 사라지고 있다"며 "이는 단순히 경제문제가 아닌 국가 사고방식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전문가들은 "정치가 투자를 비롯한 경제 활동에 악영향을 미치면 곤란하다"며 "미국과 정치적인 분쟁을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