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곡면(Curved) 스마트폰 시대를 열어젖힌 삼성과 LG. 초반 기세싸움은 LG전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10월10일 세계 최초로 휘어지는 디스플레이를 탑재한 커브드 스마트폰 '갤럭시 라운드'를 시장에 내놨다. 출고가는 108만9000원.
갤럭시라운드는 스마트폰 최고 해상도인 풀HD 화질을 제공한다. 디스플레이의 좌우 곡률 반경(휘어지는 정도)이 400mm 가량으로, 오목하게 휘어져 한 손에 잡기 쉽다.
출시 당시 삼성전자는 "모바일 디바이스의 혁신을 주도하고 있음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고 자평했다. 혁신 부재라는 꼬리표를 갤럭시라운드로 어느 정도 털어냈다.
◇(왼쪽부터)상하로 휘어진 LG전자의 G플렉스, 좌우로 휘어진 삼성전자의 갤럭시라운드(사진=각사)
갤럭시라운드가 좌우로 휘었다면 LG전자의 'G플렉스'는 상하로 휘었다. 출고가는 갤럭시라운드를 의식한 듯 99만9900원에 책정됐다.
디바이스를 얼굴에 가져다 대면 스피커와 마이크의 위치가 각각 귀와 입에 가깝도록 설계됐다. 특히 동영상 재생시 몰입감이 극대화돼 아이맥스를 연상케 했다.
지난달 8일 예약판매를 시작으로 출시 한 달을 맞은 G플렉스는 이달 홍콩·싱가포르 등 아시아를 발판 삼아 유럽 등 세계시장 공략에 나선다. 반면 갤럭시라운드는 전량 내수용으로, 현재 해외에서 판매되지 않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이 혁신 부재에 대한 부담 탓에 소비자들의 감동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며 "세계 최초로 제품을 출시한 후 글로벌 시장을 공략하지 않은 적이 없는데 갤럭시라운드를 해외에 내놓지 않는 것은 삼성 자체적으로 어떤 판단을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도 이를 일부 시인했다. 관계자는 "플렉시블에 대한 시장의 반응을 보기 위한 전략적 의도도 일부 내포돼 있다"며 "플렉시블 시장이 아직 개화되지 않은 만큼 아직 주도권을 논하기엔 이르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해외 IT 전문매체들은 G플렉스에 점수를 던져주고 있다.
미국의 IT 전문웹진 인투모바일은 갤럭시라운드와 G플렉스를 비교하며 "이번 라운드에서는 G플렉스의 하드웨어 독창성과 소프트웨어 강점을 앞세운 LG의 승리"라고 판정했다.
랩탑매거진은 한발 더 나아가 "G플렉스는 스마트폰의 미래를 보여준다"며 "그동안 테스트했던 스마트폰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제품 가운데 하나"라고 극찬했다.
양사간 플렉시블 주도권을 놓고 혁신 경쟁이 불붙었지만 시장 반응은 다소 냉랭하다. 기능면에서 크게 달라진 것이 없어 기술 과시용에 불과하다는 평가다. 판매량도 시원치 않다.
서울 강남에서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는 한 관계자는 "외형이 휘었다는 것을 빼면 기능상 차이가 거의 없고 가격대도 낮지 않기 때문에 소비자들이 자주 찾지 않는다"며 "커브드폰을 전시하지 않다가 누군가 찾으면 창고에서 꺼내주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두 제품을 합쳐도 1일 개통량이 700대에 못 미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일 평균 판매량이 G플렉스가 500대, 갤럭시라운드가 150대 수준으로 전해졌다. 현재 G플렉스는 이동통신사 3사에서, 갤럭시라운드는 SK텔레콤에서만 판매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라운드가 SKT 한 곳에서만 판매되고 있지만 SK텔레콤이 시장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삼성전자 점유율이 60% 이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G플렉스 반응이 훨씬 좋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일희일비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회사가 판매를 위해 주력으로 미는 전략폰이 아닌 데다 한정판매를 전제로 출시했기 때문에 판매량으로 판단하는 것은 상품 기획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판 스마트폰에 비해 커브드폰의 판매량이 현저히 낮음에도 제조사들은 곡면 스마트폰의 미래를 밝게 보고 있다. 세계 최초로 전에 없던 영역에 도전했고 기술력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자부심도 짙게 깔려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커브드폰이라는 새로운 카테고리가 열렸고, 국내 기업 두 곳이 첫 발을 내딘 것에 의미가 있다"고 말했고, LG전자 관계자는 "스마트폰에서 커브드폰은 이제 시작"이라고 성장 가능성을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