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정우기자] 국토교통부의 행복주택 세대수 축소안에 대해 행복주택 시범지구 주민들이 '행복주택 건설 백지화'를 외치며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11일 국토부는 행복주택 목동을 포함한 공릉, 잠실, 송파, 고잔 5개 시범지구에 대해 세대수를 축소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행복주택 시범지구의 주민들은 세대 축소안이 아니라 '건설 백지화'를 요구하며 이번 발표를 절대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특히 국토부가 세대 축소안을 발표하면서 마치 주민들이 축소를 요구해 이를 반영한 것 처럼 설명하자 더욱 뿔이 났다. 대부분 주민들은 세대수 축소가 아니라 백지화를 요구한다는 입장이다.
더욱이 주민설명회 역시 장소와 시간 등 사전 협의없이 결정돼 통보되자 주민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설명회가 국토부의 일방적 보여주기식 행정 절차가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라는 것.
공릉지구의 한 주민은 "주민설명회가 열리는 LH 서울본부 중계사업단에는 50명도 겨우 들어갈 정도로 협소하다"며 "여기서 무슨 주민설명회를 하겠냐"며 분개했다.
목동의 한 주민은 "대화를 거부한게 아니라 천천히 진정성 갖고 하자는 건데 정부는 알았다고만 하면서 독단적으로 강행처리 하고 있다"며 주민설명회를 한다면서 대중교통도 열악한 곳에 협의없이 진행한 데에 답답하다"고 울분을 토했다.
이에 이번 축소안으로 해당 지역 행복주택 건립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들은 연합으로 세종시에서의 집단 항의에 나설 계획도 있다.
신정호 목동행복주택 건립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축소안은 결코 이야기 된 부분이 아니다"라며 "문제의 본질과 핵심을 빗겨난 미봉책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행복주택 시범사업 지역) 이 곳에는 빗물 펌프장 1·2·3호기가 이미 존치해있고 4호기도 공사 중이다. 여기에 재활용 선별장, 음식물 처리장, 도로 환경 정비센터 등 혐오시설도 들어서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행복주택 기존안인 3만1000여평에서 이 부분을 제외하면 1만4000여평이다. 국토부가 어쩔 수 없이 기존에 있는 혐오시설을 자연경관분으로 보는 것을 마치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세대수를 줄인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호도 한 것에 대해 주민들은 분개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또 "국토부는 지구지정할 때 문제가 되는 지역의 주민견해를 충분히 듣고 지정하겠다고 밝혔는데 이 역시 꼼수였다"며 "주민설명회를 날짜와 시간, 장소도 일방적으로 정해 통보하는 일방통행식 행정처리가 오는 19일에 지구지정을 하기 위한 통과의례가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공릉지구를 포함한 다른 지구 역시 이번 축소안에 대해 강하게 반대했다.
황규돈 공릉행복주택 건립반대 주민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100가구로 축소가 된다고 하더라도 적어도 50미터정도의 폭이 나와야 공원과 행복주택을 지을 면적이 나오는데 현재로선 도저히 불가능하다"고 기존안인 공원화 사업만 가능하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그는 "100가구는 불가능하지만 50가구까지는 주민들과 의논할 수 있다"며 진정성 있는 대화를 촉구했다.
한편, 11일 국토부가 발표한 세대 축소안에 따르면 목동은 기존 2800호에서 46% 감소한 약 1300호, 잠실 1800호에서 42% 감소한 약 750호, 송파 1600호에서 38% 감소한 약 600호, 고잔 1500호에서 47% 감소한 약 700호, 공릉 200호에서 50% 감소한 약 100호다.
이와 함께 국토부는 각 지구별로 오는 16일까지 주민설명회도 개최한다고 11일 밝혔다.
목동지구는 오는 13일 오후 3시 SH 집단에너지사업단 서부지사에서 주민설명회를 갖는다. 공릉지구는 오는 12일 오후 3시 LH 서울본부 중계사업단, 고잔지구는 오는 12일 오후 3시 교통안전공단 본사 강당, 송파.잠실지구는 오는 16일 오후 3시 송파여성문화회관에서 개최될 예정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이번 축소안은 종전 입장에서 크게 진전된 안을 내놓은 것"이라며 "시범사업 정상화를 위해 주민들이 우려한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동에 걸린 행복주택 건립 반대 현수막. (사진=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