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볼 것 많은' 창원시 새 야구장, 점점 꼬여간다

입력 : 2013-12-16 오후 1:00:00
◇창원시가 새 야구장의 부지로 확정한 진해구 옛 육군대학 터 전경. (사진제공=창원시)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경남 창원시가 진해에 건립하려 하는 신축 야구장의 건립에 예상하치 못한 장애물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창원시의 신축 야구장 건립 예정지는 진해구 여좌동의 옛 육군대학 부지다. 시가 이 곳에 야구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 해제를 위한 중앙정부 심의 통과가 선행되야한다. 그렇지만 최근 심의 결정안은 '시가 우선 야구계 동의를 받으라'는 재심의 조치로 나왔다. 야구계는 "진해 옛 육군대학 부지는 프로야구 경기가 진행되는 입지로 부적합한 곳"이라는 입장에 전혀 변함이 없다.
 
창원시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5일 열린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창원시가 제출한 여좌지구 도시개발 사업의 개발제한구역 일부 해제를 위한 도시관리계획 변경안 일체에 '보완후 재심의'를 명했다.
 
중앙도시계획위는 심의를 통해 야구계의 신축구장 동의문서 제출 조치를 요구했다. '야구계'는 한국야구위원회(KBO), 창원 연고 프로야구단 NC 다이노스로 적시됐다. 더불어 기존 야구장(마산야구장) 활용 계획 검토, 야구장 주변 도로의 교통수요·영향 분석처리대책 마련, 야구장 소음대책 보완, 여좌동 일대 연중 농무(안개)일수 분석, 지역의 생태적 현황 파악이 가능한 관련자료 제출 등도 선행하도록 했다.
 
◇창원시가 새 야구장의 부지로 확정한 진해구 옛 육군대학 터 최근 모습. (사진=이준혁 기자)
 
◇전혀 예상치 못한 국토부 결정
 
창원시는 그동안 육군대학 부지의 그린벨트 해제에 자신감을 표시해 왔다. 
 
그렇지만 국토부가 이같은 결정안을 내놓음에 따라 창원시 신축 야구장 건립 이슈는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창원시가 수월하게 생각했던 과거 지방재정투융자심사 당시 상황과는 차이가 적지않다.
 
안전행정부는 지난 10월24일 열린 '2013년도 제3차 지방재정투융자심사' 당시 창원시의 야구장 건립에 대해 조건부 통과를 통보하며 다시 심의를 받아 통과 조치를 따내기 위한 선행 조건의 하나로 '실사용자인 NC 야구단과의 합의 노력'을 제시한 바 있다.
 
 
이에 창원시는 조건을 맞추는 것은 어렵지 않다는 입장을 보였다. 창원시는 당시 "협의를 마쳐야 한다는 것이 아닌, 협의를 위한 노력을 충실하게 하라는 의미이다. 시가 협의를 위해 노력했지만 협의가 끝내 불가능할 경우 승인이 가능하다"는 해석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번 재심의 보완 요구는 '야구계와 협의를 위해 노력해라'는 의미가 아닌 '협의해라'는 뜻이다. 협의가 되지 않는다면 옛 육군대학 터의 GB해제 절차는 이뤄지지 않는다.
 
옛 육군대학 터에 야구장을 짓기 위해서는 꼭 선행돼야 하는 조치가 몇 가지 있다. 그중 하나가 그린벨트 해제다. 그린벨트 내 대형 체육시설의 건설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방재정투융자심사보다 수월할 것으로 보인 그린벨트 해제 조치가 발목을 잡는 꼴이 됐다.
 
결국 안행부 조치에 고민하지 않았던 창원시는 국토부 조치에 따라 야구계와 협의를 반드시 이끌어야 하는 처지가 됐다.
 
이에 대해 창원시 관계자는 "야구계와 폭넓게 협의는 하겠지만, 시가 소유한 부지에 시가 건물을 짓는데 사업 주체가 아닌 야구계 동의를 받을 필요는 없다"면서 "오는 19일 열릴 예정인 중앙도시계획위에 참석해 이같은 점을 충분히 소명하겠다"고 말했다.
 
◇창원시 새야구장건립사업단이 위치한 진해구청. (사진=이준혁 기자)
 
◇갑자기 터진 경남도와의 감사 사후전
  
창원시의 새 야구장 건설은 박완수 현 시장이 이번 임기에 역점을 두고 추진한 사항이다. 그런데 현재 이 일은 대다수 창원시민의 축복을 받는 사항이 아닌, 논란이 전국적으로 커진 사안이 됐다. 시장의 추진력과 대외 협의능력, 정책 수행능력 등이 중요해졌다.
 
그러나 창원시는 최근들어 경남도의 창원시 종합감사에서 진해구 풍호동에 짓는 군(軍) 관사 건립사업 진행의 절차와 관련된 지적을 받았다.
  
진해구 풍호동 군 관사의 건립은 국방부 소유인 옛 육군대학 부지를 창원시가 양여받고자 사전에 수행하는 절차다. 쉽게 말해 창원시는 국방부 소유 부지인 옛 해군시설운전학부 터 일대에 해군 관사를 지어주고(500가구 규모), 그 댓가로 옛 육군대학 부지의 소유권을 넘겨받는 것이다. 옛 육군대학 터 일대에 야구장을 지으려는 창원시 입장에서 풍호동의 군(軍) 관사 건립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이에 대해 경남도 감사실이 창원시에 절차가 잘못됐다고 지적한 것이다.
  
경남도 감사실은 감사결과를 공개하며 "지방기술심의위 심의를 받아야할 최저가 입찰대상 공사임에도 국방부의 특별건설심의위 심의를 받아 일괄(턴키)입찰로 발주, 결과적으로는 예산을 낭비했다. 낙찰 업체에 대한 특혜 의혹이 있다"고 밝혔다. 근거로는 공사 낙찰률이 100억원이상~300억원미만 공사에 대한 최저가입찰 평균 낙찰률 79.99%을 훨씬 상회한 99.8%나 된다는 점을 거론했다. 
 
물론 이 감사 결과로 군 관사의 건립이 중단되지는 않는다. 이미 공사가 진행 중이며 도의 감사 결과를 통해 공사 진행을 멈출 근거는 없다. 
 
이와 관련 경남도 관계자는 뉴스토마토와의 통화에서 창원시 관련 공무원의 강력한 징계 절차를 적극 요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이번 감사는 2년에 1회씩 이뤄지는 통상적 감사로 특별한 의도가 없음을 강조했다. 감사 발표 직후 창원시의 강력 반발에 따른 해명으로 해석된다. 
 
창원시는 경남도의 감사에 즉각 반발하며 재빠르게 해명했다. 신축 야구장 건설 문제에 대한 잡음이 많은 상황에서 불필요한 갈등 추가는 해가 된다는 점을 알기 때문이다. "경남도의 저의가 의심된다"며 유례없이 강한 어조를 쓰며 반발한 이유다.
  
창원시는 "진해 군 관사 건립사업은 국방부 승인하에 대체시설을 건립하는 절차로 관련규정에 의거 국방부 특별건설심의위 심의를 얻는 등 관련법령에 적합하게 시행했으며, 국방부는 물론 안전행정부로부터도 전혀 문제되지 않는다는 유권해석을 받아냈다"고 경남도의 감사 결과에 대해 반박했다.
 
◇창원시가 진해구 여좌동의 옛 육군대학 부지에 지으려는 신축 야구장 조감도. (이미지제공=창원시)
  
◇창원시 새 야구장, '야구계-국토부-안행부-경남도' 눈치볼 대상도 많아
 
이처럼 창원시의 신축 야구장 건립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가 터지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창원시는 옛 육군대학 부지에 반드시 야구장을 짓겠다는 의지다. 기존의 진해 입지에 대해 창원시는 전혀 변함이 없다.
  
창원시는 야구계 반발은 비중있게 고려할 대상이 아니란 입장이다. 시 땅에 시가 시 예산을 들여 야구장을 짓기 때문에 야구계의 눈치를 볼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경남도의 감사도 해프닝일 뿐이란 입장이다. 국방부 심의를 받았고 안행부 유권해석 등도 받은 상황에서 경남도 감사실이 괜한 '태클'을 걸고 있다고 말한다.
  
창원시는 안행부의 내년도 지방재정투융자심사 통과와 국토부의 육군대학 부지의 그린벨트 해제에 시의 모든 행정력을 쏟고 있다. 그리고 신속한 통과와 추진이 목표다. 이는 내년 열릴 6.4지방선거와 많은 관계가 있다. 
 
박완수 현 시장은 6.4지방선거에 창원시장이 아닌 경남도지사 후보로서 나설 예정이다. 지난 선거에 이어 홍준표 현 지사와 '리턴 매치'가 된 것이다. '2강(强)' 외에도 허태열 전 대통령비서실장, 안상수 전 한나라당 대표 등이 도지사 후보 물망에 오른다.
 
작금의 상황에서 야구장은 박 시장에게 아킬레스 건이다. 당내 경선에서 박 시장이 트집을 잡히지 않으려면 야구장 건설 절차가 원만하게 깔끔히 처리돼야 한다는 것이 지역 정가의 분위기다.
 
게다가 경남도지사 선거가 미국의 '대통령-부통령' 체제와 같이 '경남도지사-창원시장' 식의 러닝메이트 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비쳐지면서 더욱 야구장 문제해결이 중요해졌다. 지역 소식통에 따르면 지역에서 강력한 카리스마를 보였던 박완수 시장 이후로 새누리당 창원시장 후보로 나설 인사는 박 시장측 인사 2명과 홍준표 지사 측근인 1명이 거론되고 있다. 
 
창원시가 프로야구 연고지를 유치하며 한국야구위원회(KBO)와 약속한 당초 야구장 완공 시한은 오는 2016년 3월이다. 하지만 이제는 이를 지킬 확률이 급격히 낮아졌다. 국토부·안행부 선행 절차가 해결될 지라도 전국 지방선거 일정이 6월에 시작되기 때문이다. 내년 봄부터 선거 체제에 본격 들어가게 되면 일상적 행정이 아닌 야구장과 같은 목적성 행정은 자연스레 지연된다. 
 
창원시 새 야구장 건립 문제는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한 문제가 얽혀 한껏 꼬이고 있다. 어떤 형태를 통해 난제가 해결돼 야구계 숙원이 이뤄지고 NC도 최상의 보금자리를 찾을지 많은 사람들은 향후 과정을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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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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