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개봉된 영화 포스터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미디어플렉스, NEW)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올해 영화관객수가 2억명을 돌파할 전망이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6일 올해 11월까지 누적관객수가 1억9255만명이라고 밝혔다.
그중 한국영화 관객수는 1억1547만명에 달한다. 올해 영화관객 2억명 돌파에는 한국영화의 선전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200만관객을 돌파한 27개의 영화 중 한국영화는 18개나 된다.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은 59.6%로 영화 '괴물'이 개봉된 지난 2006년 이후 7년 만에 60%대 진입을 노리고 있다.
'한국영화 신 르네상스' 시대라 할만 하다.
올 초부터 한국영화는 흥행신드롬을 이어갔다. '7번방의 선물'(1271만명)으로 시작해 '베를린'(716만명), '은밀하게 위대하게'(696만명), '감시자들(551만명), '더 테러 라이브'(558만명), '설국열차(934만명), '숨바꼭질(560만명), '관상'(913만명)이 차례로 흥행바통을 이어받았다.
외화는 '아이언맨3'가 900만, '월드워Z'가 523만, '그래비티'가 317만으로 흥행을 이었다. 하지만 한국영화만큼 흥행하지는 못했다.
왜 한국영화는 새 바람을 맞게 된 것일까.
◇"콘텐츠가 좋아졌다"
영화관계자들은 기본적으로 한국영화의 질적 성장을 이유로 들고 있다.
영화 스토리의 수준이 외화와 비교했을 때 뒤처지지 않고, 배우들의 연기력이나 연출이나 미장센 등 내적으로 큰 발전을 이뤘다는 평이다.
아울러 장르와 소재도 다양해졌다. 드라마와 액션, 로맨틱 코미디, 공포, 스릴러, 사극, SF까지 올해 한국영화는 신선함과 독특함이 많았다. 북한, 교도소, 집, 기차, 관상, 방송국 등 영화의 소재나 캐릭터의 직업, 극의 배경이 천차만별이었다.
한 영화 관계자는 "지난 2006년에는 잘 된 영화가 있으면, 비슷한 류의 영화가 우후죽순 튀어나왔다. 관객의 마음을 읽지 못했고, 결국 하락세로 접어들었다"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이 그 때의 시행착오를 발판삼아 영화의 질적 향상을 도모한 것이 흥행을 이루는 요소"라고 설명했다.
◇중장년 관객층의 확대
한국영화의 흥행을 설명하는데 중장년층 관객의 힘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최근들어 40대의 영화관 예매율이 20대를 넘어서고 있다. 아울러 50대 관객까지 영화관을 찾으면서 그 뿌리가 더 공고해졌다.
커플끼리 가던 영화관이 이제는 3~4명 가족 단위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 영화관계자는 "영화는 다른 문화 콘텐츠보다 가격이 저렴한 데다 양질의 작품까지 많이 쏟아지면서 관객들이 몰렸다"며 "20대 후반에 머물렀던 관객층이 50대까지 늘어나, 호황을 누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몇년 사이에 '써니', '범죄와의 전쟁' 등 40대를 겨냥한 영화들이 흥행을 거뒀다. 여기에다 올해는 '7번방의 선물', '소원'과 같이 아이를 소재로 한 영화들이 예상밖의 흥행을 이뤄냈다.
한 제작 관계자는 "'7번방의 선물' 성공이 말해주듯, 이제는 윗세대들의 감성을 어루만질 수 있는 영화들이 흥행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관객몰이의 배경..'멀티플렉스'
또 하나 한국영화 성장의 비결은 대기업의 멀티플렉스 극장사업을 들 수 있다. 다양한 편의시설과 상업시설이 접목된 멀티플렉스는 전국 각지에 늘어나고 있다.
관객들이 영화를 얼마든지 쉽게 찾아가 볼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는 것이다.
한 영화 관계자는 "대기업의 메이저 영화·배급·투자 시스템이 여러가지 문제점을 가지고는 있지만, 대기업의 멀티플렉스가 우리나라 관객층의 확대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하지만 관객 2억명 시대라고 해서 마냥 좋아할 수 만은 없다. 올해도 악평을 받은 영화들이 적지 않다. 지난 2006년처럼 호황의 단맛에 취해 우후죽순 완성도 낮은 영화를 내놓아서는 다시 예전의 실패를 맛 볼 수 있다.
한 관계자는 "잘 된 영화보다 실패한 영화가 더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잘 된 영화만 잘 된 것이다. 그만큼 관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라며 "호황이라고 해서 막무가내 식으로 영화를 만드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