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효정기자]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전세계적으로 열풍이 불고 있는 비트코인이 국내 민간화폐로 발전하기에는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김 총재는 12일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동결 결정 이후 열린 기자 설명회에서 "규격화, 수용성, 가치변동성, 안정성, 내재적 특성에서 봤을 때 현재로서는 민간화폐로 발전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비트코인은 발행 주체가 없고 공인인증 등 복잡한 절차 없이 국내외에서 빠르고 간편하게 거래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진 온라인 가상화폐를 말한다. 올해 키프로스 금융위기 이후 대안투자 상품으로 조명되면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그는 “최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1월 중순에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니 가격이 크게 올랐다가 중국 인민은행이 부정적으로 언급하니 다시 떨어졌다”며 “이렇게 높은 가격 변동성이 있는 것을 화폐로 쓸 수 있는지 문제가 제기된다”고 지적했다.
엔저 현상과 관련해서는 산업별로 타격 정도가 다르나 전반적으로 잘 대처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김 총재는 “철강, 가전, 자동차 등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산업들은 (엔저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며 “다만 나머지 산업들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기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나타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분적으로 산업의 영향이 없다고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면밀히 보고 있다”며 “국가 전반적으로 봤을 때 (엔저현상을)잘 극복하고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김중수 한은 총재 ⓒNews1
다음은 김 총재와의 일문일답이다.
- 국내 물가상승률이 현재보다 높아질 것으로 봤다. 기준금리 인하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한 것인가.
▲ 기준금리 변경은 여러 가지의 경제상황을 판단해서 정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매우 낮은 수준이나 근원 인플레이션은 지난달 1.6%에서 1.8%로 상승했다. 이런 상황을 볼 때 시간이 지나면서 CPI가 근원 물가로 순응한다고 볼 때 지금보다는 (물가상승률이) 올라갈 수 있는 상황이라고 본다.
- 대통령이 외신에 "당분간 통화정책이 확장될 필요 있다"는 기고문을 냈다. 일각에서는 선제적인 통화정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어떤 지표를 중심으로 경기를 판단하면 오류를 줄일 수 있는가.
▲ (대통령의 발언은) 통화정책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 했다기보다는 경제의 불균형을 개선해야 한다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 특정 변수만 갖고 경기를 판단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특히 대외 영향을 많이 받는 우리나라의 경우 하나의 변수보다는 서로 혼합돼 나타나는 변수의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는 것이 중요하다.
- 엔저가 지속될 것으로 보나. 우리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대책은 무엇인가.
▲ 1년 전 아베노믹스가 시작됐을 당시 엔화가 원화에 비해 20% 이상 절하가 됐다. 당시에는 그 정도 절하되면 한국 경제에 많은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했다. 철강, 가전, 자동차 등 직접적으로 거래하는 산업들은 (엔저에) 많은 영향을 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산업들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기록적인 경상수지 흑자를 나타낸 것이다. 부분적으로 산업의 영향이 없다고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면밀히 보고 있다. 국가 전반적으로 봤을 때 (엔저현상을)잘 극복하고 있다고 본다. 한국은 원엔 마켓을 가진 게 아니라 달러 마켓을 통해 들어오기 때문에 직접적인 대책보다는 간접적 대책을 강구할 수밖에 없다.
- 경상수지 흑자폭 조정 필요성이 언급되고 있다. 원화절상이 어느 정도 효과적인가.
▲흑자폭을 줄이는 것은 매우 큰 정책과제다. 우리나라 흑자는 원유 등 원자재 가격이 떨어진 게 큰 요인이다. 선진국에 대해서는 적자를 갖고 있고 나머지 중국이나 신흥경제권에 대해서는 흑자를 갖고 있다. 신흥경제권이 흑자를 내기 위해 환율 자체의 변화를 유도하는 경우는 없다. 환율 자체만 가지고 흑자폭을 얘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우리나라 경상흑자가 결코 작은 규모는 아니지만 물량과 원자재 등에 따른 현상이기 때문에 오래 지속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조사국에서도 내년에 흑자폭이 줄어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내수를 진작시키고 수입을 유발시키는 것이 균형적 발전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 세계적으로 비트코인 관심을 끌고 있다. 비트코인은 새로운 화폐인가
▲ 화폐는 거래 수단으로 괜찮은지 단위로 유효한지 가치의 저장수단으로 맞는지 봐야한다. 비트코인이 법정화폐가 될 것인지는 논의 대상도 안 된다. 민간화폐로서 어떻게 발전하리라는 것은 현재로선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렵다. 그러나 지금 자체로는 수용성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이다.
최근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11월 중순에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니 가격이 크게 올랐다가 중국 인민은행이 부정적으로 언급하니 다시 떨어졌다. 수용성이 적고 이렇게 높은 가격 변동성이 있는 것을 화폐로 쓸 수 있는지 문제가 제기된다. 화폐 특성상 비트코인은 환산가치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실물 상품의 가격이 하락하게 돼 있다. 또 화폐에서 가장 중요한 건 안전성인데 과연 안전할지 제약이 있다.
얘기를 더 진전시킬 분야가 없는 건 아니지만 규격화, 수용성, 가치변동성, 안정성, 내재적 특성을 봤을 때 현재로서는 (비트코인이) 민간화폐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 지난 5월 기준금리 인하가 아직도 영향을 미치고 있나.
▲ 기준금리 인하효과는 적어도 1년에서 1년 반까지 간다고 보면 된다.
- 비트코인과 관련해 한은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 비트코인 하루 거래량이 3억원 정도다. (비트코인에 대해) 규제나 정책을 강구한다고 보기 보다는 민간에서 어떤 형태로 발전할지 유의 깊게 보고 있다. 결제수단으로서의 비트코인 분석은 시작했고 각 부서에서 화폐로서의 특성에 맞춰 비트코인을 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