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만의 '돌직구'.."세계흐름과 역으로 가는 한국"

입력 : 2013-12-12 오후 5:01:29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선진국은 제조업 르네상스가 일고 있다. 역으로 우리나라는 노동환경에 대한 각종 규제가 도입되고 있다. 필요성은 공감하지만 시기나 완급 면에서는 지나치다는 생각을 금할 수 없다!"
 
박용만(사진) 대한상의 회장이 마치 작정이라도 한 듯 거침없는 발언을 내뱉었다. 그의 성격이 그대로 간담회에 녹아 들었다.
 
박 회장은 12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셰일가스 관련 붐이 일고 있고, 일본은 아베노믹스로 인해 탄력을 받았다"며 "유럽연합(EU)도 장기불황에서 벗어나고자 제조업 신산업 정책 펼치는 노력을 하고 있는데, 우리는 노동환경에 대한 규제가 도입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환경이 나빠지면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리는 게 당연지사. 통계가 이를 방증한다.
 
국내 설비투자 대비 해외 설비투자를 보면, 20011년 41.3%에서 지난해 36.3%로 줄었다. 올 1분기에는 28.5%를 기록하며 감소세를 이어갔다. 반면 올 3분기에는 해외 설비투자가 35.9%까지 증가했다. 규제를 이기지 못한 기업들이 국내를 외면하고 있는 것.
 
물론 국내 기업들이 규제 완화만을 명분으로 국내 투자에 소홀하고 있다는 반론도 잇달았다. 특히 대기업 중심으로 해외로 눈을 돌리면서 정부가 기대했던 낙수효과는 전면 실종됐다. 대내외 급변하는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키 위해 투자에 소극적이라는 분석도 이어졌지만, 늘어나는 유보금에 이마저도 반론을 어렵게 했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해 "상의 차원에서 제조업 경영 환경에 대해 점검한 후 대안 제시가 가능한지 검토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또 "해를 마무리하면서 대외경제 여건에 대한 대응을 강화할 시기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다"고 말했다.
 
경상수지가 지속적으로 흑자를 기록한 가운데 원화 절상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박 회장은 이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비책으로 해외 인수합병(M&A) 활성화를 꼽았다. 
 
미국 테이퍼링(양적완화 단계 축소)에 대한 경계감도 나타냈다. 그는 "내년 1분기 중 테이퍼링이 실시되면 신흥국에 경제 위기가 도미노처럼 발생할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신흥국 수출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걱정을 안 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따라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선진국으로의 수출을 확대하고, 이미 체결된 자유무역협정(FTA) 등을 활용하라고 조언했다.
 
아울러 박 회장은 "내년에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경제가 회복되고 기대심리도 높아지겠지만 국내에서는 이를 체감하기 어려울 것"이라며 "기저효과와 착시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또 과거 경기 회복기와는 다른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에는 경제가 어려워지면 기업들이 도산했다. 이후 경기가 회복되면 살아남은 기업들이 호황을 누렸다. 시장 파이는 같은데 경쟁자들이 줄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다를 것이라는 게 박 회장의 판단이다. 그는 "세계적으로 도산 기업수가 적다"면서 "기업들이 상당 부문 남아 있기 때문에 회복기가 와도 살아 있는 자의 자동적인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불황을 견딘 기업이라 해도 준비하지 않은 곳은 여전히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때문에 내년이 그 어느해보다 중요하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내년에는 경쟁력을 회복해야 하는 시기"라며 "모두가 지는 게임이 아닌 윈윈을 위해 경제활성화 입법이 조속히 통과해서 1년 간 확실히 준비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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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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