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취임 100일. 박용만호는 그의 특징답게 확실히 소통 중심으로 변화됐다. 과거 갑갑했던 틀을 버리고 의사소통이 원활한 새로운 조직으로 거듭나는 한편, 활기도 불어넣어졌다. 박용만 효과다.
그런 그도 간단치 않은 부담과 한계를 느꼈다. 경제민주화 광풍에 맞서 회원사인 재계 논리만을 대변하다 보니 사회 다수의 동의를 잃었다. 또 과거에 비해 추락한 위상찾기도 녹록치 않은 과제였다.
박용만(사진) 대한상의 회장(사진)은 12일 서울 소공동 조선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상의가 회원사 이익을 대변해야 한다는 간단한 생각을 가지고 시작했는데, 하다보니 상공회의소법에 나와 있는 경제적·사회적 지위를 동시에 높이는 게 쉽지 않더라"고 속내를 털어놨다.
박 회장은 특히 "한쪽 주장이나 일방적인 이익 관철은 공감을 얻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면서 "국회와 정부, 그리고 업계 사이에 가교 역할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책임감과 중압감을 많이 느낀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재계 내에서도 대표적인 소통 중심 리더로 꼽힌다. 특히 대그룹 총수답지 않게 소탈한 면은 많은 이들의 응원 속에 거리감을 좁히는 요인으로 작용해 왔다. 평소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수시로 SNS에 올려 읽는 이들을 웃고, 울고, 때로는 간담을 서늘케도 한다. 그에 관한 비화 대부분이 SNS로부터 탄생했다.
그는 "일방적인 목소리를 내는 것 가지고는 반향이 일어나지 않는다"며 "소통이 중요하다는 믿음에는 변화 없다"고 소통 철학에 대한 굳건한 믿음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희망적인 것은 기업·정부·지방상의 관계자 등을 만나고 나면 (기업들이)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선 의문의 여지가 없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들어 각종 편법에 의해 부를 축적하는, 또 잘못된 방식으로 경영을 이끌어가는 기업들이 거의 없다는 점도 재계의 달라진 점이라며, 이는 곧 사회의 반기업 정서와는 달리 실제 기업들이 끊임없이 노력한 결과의 산물이라는 점도 강조했다.
다만 대한상의 회장이라는 중책을 맡다 보니 개인적으로 생각을 정리할 여유가 없는 점은 아쉬운 점으로 꼽았다.
박 회장은 "최근 2~3년간 회사일을 주도하는 것을 넘겨주고 권한을 이양하는 작업을 해왔다"며 "실무를 내려놓는 대신 경영 철학을 조직에 심는 노력을 했다"고 회고했다.
이어 "어느 정도 정착이 돼서 철학적인 생각을 많이 하고, 봉사 등 대외활동도 자주 할 수 있어 삶이 풍요로웠다"면서 "(그런데) 상의 회장이 되고 나니까 개인 시간은 거의 없다"고 토로했다.
박 회장은 "이거 빼면 상의 회장이 되고 나서 잃은 것이 많지 않다"며 "원래 긍정적이어서 그런가 보다"며 환한 미소를 지어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