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승수기자] 정말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국민의 주거 행복을 위해 추진되고 있는 행복주택이 오히려 국민 분열을 부르고 있네요. 한쪽에서는 저마다의 이유를 들어 건립을 반대하고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들을 이기주의자로 몰아붙이고 있습니다.
정말 행복해 보이지 않는 집입니다.
어제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행복주택 이행을 촉구하기 위해 50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주거안정국민회의가 기자회견을 열었기 때문인데요.
이들은 "행복주택 지자체가 반대를 하면서 제기하는 문제들은 이들만의 특별한 문제가 아니므로 반대는 전형적인 님비"라고 주장했습니다.
◇11일 주거안정국민회의 여의도 집회 현장(사진제공=LH)
특히 행복주택 정책의 취지에는 찬성하나 우리 동네에 들어오는 것은 절대 반대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님비라고 규정하고, 이러한 현상은 임대주택에 대한 낮은 주민의식 뿐 아니라 계층 간의 분리, 취약한 주거복지에 대한 지자체의 무관심 때문이라며 해당 지역 주민과 정치인들의 심기를 건들기도 했습니다.
국민회의의 설명대로라면 행복주택 반대는 님비가 맞을 수도 있습니다. 행복주택도 국민임대주택의 하나로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해 필요하기 때문이죠. 물론 아직 실체화 된 것이 없기 때문에 이론상이긴 하지만요.
임대시장이 불안한 현 시점에 도입이 절실한 주택이기 때문에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는 부분도 상당합니다.
그렇지만 행복주택을 반대하는 일대 거주자들은 어느덧 이기주의자가 됐고, 심지어 인터넷에서는 종북세력이라는 지탄까지 받게 됐습니다. 생각없는 댓글일지 모르지만 관계자로서 기분이 좋을리 없죠.
목동행복주택 건립 반대 주민비사대책위원회는 "우리는 님비도 종북도 아닙니다. 목동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며 세금 잘내고 열심히 살아온 대한민국 대표 중산층 국민입니다"라고 억울해 하고 있습니다.
목동이란 브랜드를 얻기 위해 비싼 주거 비용을 지불한 사람들이죠. 교육 등의 이유로 목동의 아파트값이 전국 최상위 지역 중 한 곳이라는 건 많이들 알고 계실겁니다.
◇목동행복주택 반대 비대위 시위 현장(사진=뉴스토마토DB)
공릉지구로 시범지정된 노원구는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충분한 기여를 해왔다는 명분이 있습니다. 공릉지구의 행복주택 지정 이유는 대학생을 위한 임대주택 건설인데요.
이에 대해 공릉지구 비대위 관계자는 "서울과학기술대에서 900실 규모의 기숙사를 신축할 예정이고, 광운대에서도 434실 규모의 기숙사 건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릉동 120-10번지에는 서울시가 여대생을 위한 기숙사를 짓고 있어요. 노원구와 공릉동은 어느 지역보다 대학생 임대주택 공급이 활발한 지역입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특히 노원구는 1980년 중반부터 상·중계동에 정부 정책에 따라 공공임대아파트가 집중된 곳이기도 합니다. 현대 노원구에는 약 2만4000가구의 공공임대아파트가 있는데, 이는 서울 전체 공급분의 16% 규모입니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최고죠. 영구임대아파트로만 한정하면 1만3335가구로 서울 전체의 28.7% 규모입니다.
이들에게는 임대주택을 혐오시설로 매도하고 있다는 님비 지적이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행복주택. 아직은 누구도 행복하게 만들지 못했습니다. 오히려 분열을 일으키고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의 마음에 상처를 입히고, 서로를 공격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변두리, 노인정 아파트에서 탈피, 도심 내 젊은이들로 채울 행복주택은 임대주택의 획기적인 아이디어 상품입니다. 하지만 분명 이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름 그대로 행복주택이 모두를 행복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시급히 필요한 시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