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지은기자] 미국 소비가 되살아나는 걸까.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회의를 한 주 앞둔 가운데 소매판매가 호조를 보였다는 소식에 양적완화(QE) 축소에 대한 관망세는 한층 더 짙어졌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의 회복세가 점쳐짐에 따라 테이퍼링(자산매입의 점진적 축소)에도 충격이 없을 만큼 경제가 회복됐다는 의견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때이른 테이퍼링이 성장세 확대의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11월 소매판매 0.7% 증가..성장세 '뚜렷'
12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11월 소매판매가 전월보다 0.7%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월치이자 전문가 예상치였던 0.6% 증가세를 뛰어넘은 것이다. 특히 이는 지난 6월 이후 5개월만에 최대 증가율이다.
특히 자동차 판매가 크게 늘었다. 자동차·자동차 부품 판매가 1.8% 늘어나며 전월 기록 1.1%를 상회함은 물론 지난 6월 이후 최대치를 찍은 것이다.
온라인 판매도 2.2% 늘면서 작년 7월 이후 최대 증가율을 기록했다. 지난 추수감사절 연휴 기간 인터넷판 블랙프라이데이인 ‘사이버먼데이’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15% 늘어난 영향이다.
연율로 따져보면 증가세가 더 뚜렷하다. 연간 기준 증가율은 7.32%에 달해 장기 평균 성장률인 4.48%를 크게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03년과 2007년 사이 4%대를 훌쩍 넘는 증가세를 보이던 미국 소비는 2008년과 2009년 사이 각각 -0.4%와 -6.0%를 기록하며 급감했다.
작년만 해도 2010년과 2011년 소매판매 증가세에 못 미쳤지만 11월 소매판매 증가세가 뚜렷해지면서 회복이 본격화 될 것이라는 기대감은 커지고 있다.
밀란 멀레인 TD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소매판매의 증가는 연준에게 더 큰 자신감을 줬다"면서 "소매판매까지 좋게 나오면서 앞으로 경제 회복에 대한 믿음은 더 커졌고 소비도 더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주식가격 상승에 고용 늘어..부의 효과로 소비 '↑'
전문가들은 미국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게 만든 요인으로 주식·주택가격의 꾸준한 상승 흐름과 고용 시장 회복세을 꼽고 있다.
주식과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부의 효과'로 미국인들의 순자산이 늘었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RB)는 지난 3분기(7~9월) 미국인들의 순자산(부채에서 자산을 제외한 가치)이 2분기보다 2.6%(1조9000억달러) 증가해 9월 말 기준으로 77조3000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8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인 것으로 지난 2008년 57조2000억달러를 기록한 것에서 크게 개선된 수치다.
이 중 주식가격 상승으로 인한 자산 증가분은 9170억달러를 차지했고 주택가격 상승은 미 소비자들에게 4280억달러의 부를 안겼다.
실제로 지난 1년간 다우지수는 18.83% 상승했고 S&P500지수는 27.78% 상승했다.
주택가격 역시 상승세다. 20개 대도시 주택가격을 나타낸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는 지난 9월 전년 동기대비 13.3% 올랐다. 2006년 2월 이후 가장 큰 오름세다.
스캇 호야트 무디스 애널리틱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수요 증가와 압류주택의 감소는 미국인들의 순자산을 증가시켜 결국 소비 증가로 이끌 것”이라며 “사람들은 주택과 주식가격이 오르면 소비를 더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고용시장의 회복 또한 소비 증가에 기여했다.
지난 10일 발표된 미국 10월 구인건수는 4만2000건 증가한 393만건을 기록하며 2008년 5월 이후 최대 수준을 기록했고 지난 11월 미국 비농업부문 취업자수도 20만3000명을 기록하며 18만명을 예측했던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같은 달 실업률도 7.0%로 전월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5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칼 리카도나 도이치뱅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11월 고용보고서 발표 전 인터뷰에서 “만일 비농업부문 고용이 18만5000명을 넘는다면 경기 회복이 눈에 띄게 일어났다는 증거이기 때문에 연준이 12월 테이퍼링에 나설 아주 좋은 근거가 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테이퍼링 '괜찮다' vs 이른 테이퍼링은 '독'
고용과 주택시장이 모두 회복세를 보이면서 테이퍼링 축소에 대한 ‘낙관론’을 펼치는 의견도 많아졌다.
사뮤엘 워드웰 파이어니어 투자증권 스트래지스트는 “그동안 좋은 소식(경제지표 호조)을 나쁜 소식으로 받아들였던 이유는 경제 회복에 대한 확신이 없어서 였다"면서 “최근 경제지표를 봤을 때 테이퍼링이 시행된다고 해도 충분히 버틸만한 회복을 이뤘다”고 말했다.
사비타 서브라마니안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스트래지스트도 “경제가 회복된 상황에서 서서히 이자율을 올리는 테이퍼링 정책은 오히려 주식시장에 더 긍정적”이라면서 “테이퍼링은 정상으로 회복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스티브 잉글랜더 시티그룹 스트래지스트도 “경제지표 호조로 인해 12월과 내년 1월 사이 테이퍼링이 시행될 가능성은 65~70% 정도로 내다봤다”면서 내년 3월 이후에 테이퍼링이 시행될 가능성은 30%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미국 소비가 테이퍼링에 나설만큼 충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에 연준이 섣부르게 테이퍼링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온다.
탐 시몬스 제프리스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자동차 판매를 제외한 소매판매는 0.4% 증가에 그쳤다”면서 “소비자들이 여전히 돈을 쓰기를 주저하고 있고 평균 시간당 임금도 약세를 지속해 온 상황에서 상황을 낙관하기는 이르다”고 말했다.
CBS뉴스는 “테이퍼링이 너무 일찍 시작될 경우 실업률이 늘고 경기 회복 속도가 둔화될 수 밖에 없다”면서 “이렇게 되면 미국 가계 소비심리도 냉각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 연준의장인 버냉키가 내년 1월 물러나고 새 연준의장 자리에 자넷 옐런이 앉는다는 사실도 12월 테이퍼링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는 이유 중 하나다.
어윈 켈너 마켓워치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자넷 옐런 차기 연준 의장의 비둘기파적인 성향을 고려했을 때 버냉키가 임기 말을 앞두고 테이퍼링 결정을 미리 내리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옐런 스스로 판단을 내릴 때까지는 섣부른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