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이른바 '내란음모' 사건으로 구속기소된 김근래 경기도당 부위원장이 소유한 외장하드에서 하남시민 등 1만1000여명의 명단이 담긴 문건이 발견됐다고 국정원 수사관이 법정에서 진술했다.
검찰은 이를 'RO'의 지령을 받고 김 부위원장이 하남시에 혁명촌을 구축하려고 한 것으로 봤으나, 변호인 측은 선거자료라고 반박했다.
16일 수원지법 형사합의12부(재판장 김정운) 심리로 진행된 이석기 통합진보당 의원 등 7명의 내란음모 사건 공판에 이모 국정원 수사관이 증인으로 나왔다.
국정원은 지난 8월28일 김 부위원장의 주거지와 사물실 등을 압수수색해 디지털 매체 20점을 압수했고, 이 수사관은 이를 분석한 국정원 포렌식 담당 수사관이다.
이 수사관의 증언을 종합하면, 김 부위원장의 사무실인 하남시 평생교육원에서 압수한 외장하드에서 '조직.xls' 제목의 엑셀파일 3건이 암호화된 상태로 발견됐다.
파일에는 하남시장을 포함해 시청 공무원과 시민, 공공기관, 시민단체 소속 회원 등 1만1000여명의 명단과 주소, 연락처, 이메일 주소가 적혀 있었다. 일부 명단은 가족사항 등 상세한 인적관계도 적혀 있었다.
그는 "명단에는 아파트 단지와 동별 호수를 포함해, 경로당, 공공단체, 교육기관, 아동시설, 청소년시설, 부자세대, 모녀세대 등으로 폴더를 각각 항목별로 나눠 이름과 주소, 연락처, 이메일주소가 적혀 있었고, 어떤 경우는 지인과 가족관계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여기에는 이규범 시장 하남시장을 포함해 시청에 근무하는 직원으로 확인된 300여명 개인자료도 포함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파일에는 민방위와 예비군 편성 여부와 비상소집 우선순위 등에 관련한 내용도 담겨 있어, "전시(戰時)가 되면 민감한 자료가 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선거 때 유권자의 정보 등을 정리한 문건이라고 반박했다. 또 이 문건이 이적표현물에 해당하지도 않고, 공소사실과 무관한 문건이라고 강조했다.
김 부위원장은 2010년 6·2 지방선거에서 하남시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현 시장인 민주당 이교범 하남시장과 단일화를 이뤘다.
이에 이 수사관은 "가족관계와 어떤 지인과 어떤 관계는 맺었는지는 알기 힘들다"며 "1만명이 훨씬 넘는 숫자에 대한 자료를 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국정원은 이 의원이 지난해 8월 RO모임에서 조직원들에게 지역 혁명촌을 구축하라는 명령을 시달했고, 김 부위원장이 이에 따라 시민 명단을 확보한 것으로서 RO의 조직활동을 규명할 입증자료로 압수했다.
변호인단은 "공안기관의 안보적 상상력으로 작성한 수사"라며 "선거를 해본 사람은 캠프에서 사용하는 자료 중의 하나라는 것을 안다"고 다시 반박했다.
이에 검찰은 "선거와 무관한 자료도 있고, 선거 준비시기와는 동떨어진 시기에 작성된 문건"이라며 "정보가 암호화돼 있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양측의 공방이 거세지자 관련 수사보고와 첨부된 출력물에 대한 증거 채택을 보류하고, 양측에 의견을 작성해 제출할 것을 요청했다.
◇수원지법(뉴스토마토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