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효정기자] 카드사들이 밴(VAN)사에 위탁해왔던 종이전표수거업무를 직접 맡아 처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밴수수료를 줄여 가맹점수수료를 인하로 연결하겠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비용 효율성이 크지 않아 일각에서는 밴사의 주도권을 빼앗아 밴 시장을 흔들겠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여신금융협회는 최근 공동 종이전표수거업무를 추진하기 위해 카드사들과 협의 중이다.
현재는 각 카드사와 계약을 맺은 밴사가 가맹점에서 발생한 종이전표를 수거하고 카드사로부터 건당 30원의 수수료를 받는다.
삼일PwC컨설팅 등에 따르면 지난해 밴사들이 전표수거업무로 벌어들인 비용은 1575억원, 이 가운데 종이전표수거로 인한 수익은 약 18%로 280억원으로 추정된다.
여신협회는 각 카드사마다 개별적으로 위탁해온 종이전표수거를 공동 업무로 추진해 기존 건당 30원의 수수료를 20원대으로 낮추겠다는 계획이다.
모든 카드사의 전표수거 업무를 대행할 업체는 비영리 사단법인인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로, 종이전표수거비용 건당 27원에 여신협회와 협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공동 종이전표수거업무 추진이 사실상 밴시장 구조 개선안의 첫 단추인 셈이지만 출발부터 난항이 예고된다.
우선 공동 종이전표수거업무가 추진되면 가장 큰 타격을 입게 되는 밴 대리점들이 강력히 반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표매입수수료는 밴사 하청업체인 밴 대리점의 주 수입원이기 때문이다. 카드사가 지불하는 종이전표수거 건당 30원 가운데 밴사는 스캔·보관비용 2~3원을 제외한 27~28원을 밴대리점에 지급한다.
엄기형 한국신용카드조회기 협회장은 "카드사가 공동으로 매입쪽에 관한 업무대행을 일방적으로 중단하는 것은 담합행위가 아니냐"며 "단말기 설치는 여전히 대리점이 하고 있는데 기존의 일부 업무를 빼앗는 것은 상도덕에 어긋난다"고 반발했다.
그는 이어 "전표수거 수익은 밴 대리점의 주수입원 중 하나이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 기존 서비스에 대한 비용을 가맹점에 부과하는 방식으로 악순환이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 4월 KB국민카드가 전표 매입업무를 직접 처리하겠다고 했다가 철회한 것도 밴 대리점의 강력한 반발 때문이었다.
공동 종이전표수거업무에 대한 카드사들의 반응도 시큰둥하다. 비용절감효과가 크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업무가 조정되면 건당 2~3원의 비용절감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는 카드사의 수익변화에 영향이 있는 수준은 아니다"며 "특히 점차 종이전표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한시적 업무를 위해 조정하는 것은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낮은 운영 효율성에도 불구하고 업무를 조정하는 것은 밴시장에서 밴사들이 지닌 주도권을 탈환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전자금융거래법상 밴사와 밴대리점은 전자금융보조업자로 분류, 금융당국은 밴사와 밴대리점에 대해 감독 및 제재 권한이 없다. 이 때문에 수수료 등 밴사와 카드사간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조율이 쉽지 않았다.
종이전표수거를 대행할 한국신용카드네트워크의 유통망도 불안한 상황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중소기업청의 인가를 받은 곳이긴 하지만 종이전표수거를 위한 대리점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재 광고를 통해 대리점모집을 하고 있지만 기존 대리점보다 유통망이 부족해 업무처리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