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물 쏟아진 증권가..'현대증권' 공식 합류

증권가 "매물 포화상태..'잘 팔릴까'"
거래대금부진·업황침체, 인수합병 '발목' 우려

입력 : 2013-12-22 오후 4:43:16
[뉴스토마토 박수연기자] 현대그룹이 핵심계열사인 현대증권을 매각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내년에는 총 10여곳에 달하는 증권사들이 치열한 주인찾기 경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22일 현대그룹은 핵심계열사인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사를 매각해 금융업에서 철수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그룹은 금융계열사 매각을 통해 7000억원에서 1조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그룹의 한 축이던 금융계열사를 모두 처분하는 것은 경영정상화에 대한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써 현대그룹은 금융업에 진출한지 36년만에 완전히 손을 떼게 된다. 지난 1977년 현대그룹은 1962년 설립된 국일증권을 인수하며 금융업에 첫 발을 내딛었다.
 
현대그룹 측은 "그룹의 유동성 문제해결과 시장의 신뢰회복을 위해 고심을 거듭한 끝에 금융계열사 매각이라는 최후의 결단을 내리게 됐다"고 설명했다.
 
현대증권(003450) 인수자로는 HMC투자증권, 현대중공업 등이 강력한 후보군으로 떠오르고 있다. 현재 본입찰 진행중인 우리투자증권 인수에 실패한 입찰참가자도 잠재적인 인수후보군이 될 가능성이 높다.
 
현재 시장에는 동양증권, 리딩투자증권, 아이엠투자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이 매물로 나와있는 상태다. 현재 우리금융지주와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우리투자증권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내년 대우증권과 현대증권까지 매물로 나올 경우 10여곳에 달하는 증권사들이 매물대기상태가 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M&A 시장 자체가 포화상태인만큼 인수합병 활성화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다. 업황 전반이 침체된 상황에서 수요가 생기기 어렵다는 평가다.
 
올해 거래대금은 5조원대로 뚝 떨어진 상황이고, 올 상반기(4~9월) 대부분 증권사들의 실적이 급감했다. 현대증권도 상반기 491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폭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이동섭 SK증권 기업분석팀장은 "수수료 수입이 줄어들고, 각종 운영 수익이 줄어들면서 증권업 전반이 침체 상태를 보이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더 소극적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증권사들의 인수합병전이 쉬워보이진 않는다"고 설명했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매물가치가 하락되는 점도 우려로 꼽힌다. 경쟁매물 상대가 늘어나면서 대형사들은 가치가 하락하고, 밸류에이션 가치가 떨어지는 중소형사는 갈수록 시장에서 외면받게 될 것이란 얘기다.
 
이날 현대증권은 공식입장을 통해 "매각에 대해 현실을 냉철히 받아들이고 경쟁력 강화와 생산성 향상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증권 관계자는 "운용사, 저축은행을 포함한 금융업 전체를 철수한다는 입장에 대해서는 당황스럽지만 그룹의 결정인 만큼 냉철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이번 금융계열사 매각 방식은 특수목적회사 설립을 통해 진행할 예정이다. 특수목적회사를 세워 금융계열사 등의 자산을 이전시키고 세부적인 매각방안과 절차는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을 비롯한 금융권과 협의해 진행할 예정이다.
 
현대증권은 대우증권·우리투자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 등과 함께 5대 대형사로 꼽힌다. 올해 자기자본 3조가 넘는 기준으로 종합금융투자사업자(IB)로 선정됐다. 올 상반기 기준 자산은 20조원, 부채는 17조원이다. 영업용순자본은 1조7106억원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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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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