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17일 콜로라도 덴버에서 경기부양법안에 서명한 후 18일에는 애리조나 피닉스로 날아간다.
피닉스는 미국내에서 가장 심각한 주택압류 사태가 빚어지고 있는 곳 가운데 하나다.
바로 이곳 피닉스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주택담보대출금을 제때 갚지 못해 집을 압류당하는 사람들을 위한 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의회에서 민주.공화 양당이 경기부양법안 처리 과정에서 철저히 당파적 입장에 따라 대립하는 모습을 보이자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민생의 현장을 찾아 경기회복 대책을 발표하며 위기 극복을 위한 의지를 과시하는 모습을 연출하는 것이다.
경기부양법안의 서명식이 예정된 덴버는 지난해 8월 오바마 대통령이 민주당 대선후보로 공식 지명을 받은 곳이다.
공화당의 전면적인 반대로 `흠결'이 간 경기부양책의 성공적인 착근을 위해 국민의 지지를 직접 호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주택압류 사태를 막기위한 대책을 발표하는 애리조나 피닉스는 지난해 대선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상대했던 공화당 존 매케인 상원의원의 지역구로 공화당의 아성과 다름없는 곳이지만, 이 곳 피닉스의 현재 주택의 중간가격은 15만달러로 최근 수년사이 최고 정점에 달했던 시점의 26만2천달러에 비해서는 10만달러 이상이 폭락했다.
주택가격 폭락으로 인해 대출금 상환능력이 없는 가계들이 집을 팔고서도 대출 원금을 갚지 못해 주택을 압류당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피닉스에서 발표할 대책에 대해 백악관과 정부 관계자들은 철저히 함구하고 있으나 CNN을 비롯한 미 언론들은 500억∼1천억달러를 투입해 압류위기에 처한 가계에 대해 주택담보대출 상환부담을 낮춰주는 방안이 포함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다.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의 실라 베어 총재는 가계 총수입의 31∼38% 수준으로 상환부담을 낮춰줘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조 바이든 부통령의 경제담당 고문인 제리드 번스타인은 CNN과의 회견에서 "주택보유자들이 압류를 당하지 않도록 매우 공격적인 방안이 발표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모기지 부문의 부실이 1조달러에 달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500억∼1천억달러를 푼다고 해서 주택압류 문제를 완전히 해결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특히 은행이나 기업에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대가로 정부가 주식지분을 확보해 향후 공적자금을 회수하는 장치를 마련해두는 것과 달리 개인의 주택담보대출 연체는 혈세가 그대로 투입되는 것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야기될 수 있다.
일각에서는 "능력을 초과해 빚을 얻어 집을 샀다가 파산한 사람을 돕기 위해 검소한 소비생활을 해온 사람의 세금을 쏟아붓는다면 국민적 공감을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어 오바마 정부에게는 상당한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