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증권업계에서는 증권사 매물이 많은 상황에서 수익성이 떨어지는 현대증권의 매력도가 크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날 현대그룹은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 등 금융계열 3사를 매각하기로 발표했다.
하지만 장애요인이 많아 매각이 성사되는 데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이라는 판단이다.
◇높은 장부가·낮은 지분가치.."가격협상 난항 예상"
핵심사안은 가격적 요소다.
김고은 아이엠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 증권사라 언젠가 매각은 되겠지만 대형 매물이 많은 상황에서 좋은 가격으로 팔기는 어렵다"며 "대주주인
현대상선(011200)의 장부가격이 높은데 장부가 대비 계열사들의 매각 가치가 낮아진 상황이라 매각가격 조율에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현대상선의 장부가격은 5941억원이다. 반면 현대상선의 지분가치는 3067억원 수준으로 50%의 프리미엄을 붙여도 4601억원에 불과하다.
또 현대저축은행, 선박펀드, 페이퍼컴퍼니인 'Able Quant Asia Pacific Feeder' 등 매각 가치가 장부가 대비 낮을 가능성이 있는 자회사를 보유해 우려 요인으로 남아있다.
특히 현대저축은행의 장부가치는 지난 9월 말 기준 2668억원에 달하지만 순자산가치는 1080억원에 불과하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상황을 고려해 채권단은 현대그룹의 보유지분을 특수목적회사(SPC)에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현대그룹은 높은 매각가격을 고수할 가능성이 높아 인수합병(M&A) 추진 과정에서 결정적인 걸림돌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했다.
◇수익성 악화 지속·고비용 구조 감안
급격히 악화된 수익성 역시 매력도를 떨어뜨리고 있다.
윤태호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증권, 현대자산운용, 현대저축은행을 묶어서 파는 패키지 매각을 할지, 개별 매각을 할지 등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 발표 후 정확한 평가가 가능할 것"이라면서도 "현재로서는 좋은 매물이 많은 상황에서 적자를 지속하는 증권사가 쉽게 팔리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현대증권 3분기 영업이익은 적자로 돌아섰다. 현대증권의 연결기준 3분기 매출은 지난해 대비 34.3% 줄어든 4035억600만원, 영업이익은 235억8300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자본시장 부진에 따른 위탁수수료 수입 감소, IB 실적부진, 자산관리 수익 감소 등으로 영업이익이 감소 추세가 지속됐다.
타사 대비 소극적인 구조조정으로 비용이 높은 데다 자산 감액 등 부실 자산 상각에 따른 손실도 지속적으로 반영됐다.
서영수 연구원은 "경쟁사 대비 많은 인력으로 인한 높은 비용, 낮은 생산성 등이 매각의 제약 요인이 될 수 있다"며 "인수자 입장에서는 인수시 노조와 적극적인 협의가 필요하고, 구조조정에 대한 추가 비용을 감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스왑계약 손실 보전 여부도 지켜봐야"
추가 손실 가능성도 매각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현대증권이 다른 증권사와 맺은 스왑 계약에서 손실 가능성이 점쳐지면서다.
현대증권이 자베스 펀드, NH농협증권(현재 교보증권이 계약 이전) 등과 체결한 스왑 계약이 매각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서 연구원은 "현대증권 상환우선주의 증자 과정에서 대주주인 현대상선 및
현대엘리베이(017800)터는 실권주를 자베스펀드, NH투자증권에 매각했는데 이 과정에서 스왑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900억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돼 손실 보전 여부가 매각의 변수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