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장성욱기자] 국회 국정원개혁특위가 난항을 겪고 있는 가운데 23일 국정원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남북정상회담을 폄훼하는 문서를 만들어 국회 등 정부기관에 출입하는 정보관들을 포함한 국정원 직원에게 대국민 심리전 등 국내 여론 형성에 활용하도록 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는 야당이 주장하는 국정원 정보관(IO)의 정부기관 상시 출입 폐지와 심리전 중단 등 국정원 정치개입 금지의 근거가 될 수 있다.
이날 오후 서기호 정의당 의원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국정원 직원으로부터 직접 입수했다는 국정원 제작 문서 <6.15·10.4 선언> 무조건 이행해야 하는가?>를 공개했다.
서 의원은 "국정원 산하 북한담당 3국에서 작성한 것"이라고 문서의 출처에 대해 밝혔다.
◇23일 국정원 정치개입 의혹 내부 문서를 공개하는 서기호 정의당 의원 ⓒNews1
서 의원이 공개한 문서에 따르면 국정원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과 2007년 '남북정상선언'을 각각 '뒷돈회담', '임기말 대못 박기' 등으로 폄하하고 남북관계 개선 요구에 대해 '종북좌파세력의 잘못된 주장과 올바른 시각'이라는 Q&A를 통해 대응전략을 기재하여 '대외활동과 업무에 참고'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국정원은 "북한이 지난 10년간 좌파 정부로부터 약 70억 불 상당의 지원을 획득"했다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를 '좌파 정부'로 지칭했다.
또 햇볕정책에 대해 "이미 지난 대선(17대)으로 국민들의 심판을 받았다. 민주국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국민의 뜻인데 국민의 뜻이 '햇볕정책'을 버린 만큼 햇볕정책의 결정판인 양 선언을 무조건적으로 이행하라는 주장은 민주주의 원리에 배치되는 것"이라고 규정했다.
아울러 남북 관계 개선 요구에 대해선 "종북좌파세력의 잘못된 주장"이라며 "이명박 정부 출범은 잘못된 대북 정책을 시정하는 민의의 반영이자 국민의 명령"이라고 주장했다.
◇서기호 의원이 공개한 국정원 문서 (사진출처=서기호의원실)
서 의원은 "마치 국가 정체성 확립 차원에서 국정원의 고유 업무를 한 것처럼 했지만 문건을 들여다보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의 정책을 폄하하는 것"이라며 "남북정상회담은 평가는 정치적 영역이지 국정원의 업무와 상관없다"고 지적했다.
서 의원은 이어 "국정원의 문서가 배포되던 시기에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민주평통)'이 이 문서와 유사한 내용을 <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 바로 알기>라는 형태의 소책자로 배포한 적 있다"며 "당시 국정원이 자료를 제공했다는 의혹이 있다. 국가보훈처 안보 교육 동영상(DVD)을 국정원이 제공했다는 의혹 사건과 유사한 사례"리고 설명했다.
한편 그는 기자회견 후 "이번 문건을 국정원개혁특위에 참가하는 야당 의원들에게 제공할 의사가 있다"고 말하면서 "향후 국정원의 대응에 따라 전체 문서를 공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