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신규 순환출자 금지, 투자 위축"

입력 : 2013-12-24 오후 3:52:06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재계가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 강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지난 23일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거쳐 입법화될 경우 투자 위축과 적대적 인수합병 위협 등 심각한 부작용이 뒤따를 것이란 게 재계의 주장이다.
 
다만 기존 순환출자의 경우 박근혜 대통령 공약대로 소급 적용치 않기로 해 삼성, 현대차 등 재벌그룹에 직접적 타결이 되진 않는다. 다만 지주사 체제로의 전환을 앞당기는 동인이 될 수 있어 여전히 민감한 사안이라는 게 주요 그룹사들의 속내다.
 
대한상공회의소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들은 24일 일제히 반대의 뜻을 나타냈다.
 
전경련은 "그간 순환출자의 폐해가 크지 않았는데, 기어이 규제를 해 기업의 투자를 억제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면서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기업의 투자활동 위축은 물론, 경영권 방어도 취약해질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동양사태 재연을 방지하기 위해 순환출자 금지를 통해 부실 계열사 지원을 차단하겠다는 것 역시 과도한 규제라고 지적했다. 전경련 관계자는 "부실계열사 지원은 개별기업의 경영상 판단과 여건에 따라 결정토록 해야 한다"면서 "자금여력이 있는 기업까지 계열사 지원을 막는 것은 문제"라고 주장했다.
 
대한상의 역시 투자 위축을 우려하며 개정안 통과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투자가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규제가 강화돼 기업들의 투자활동에 악영향을 끼칠까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들은 대신 개정안의 부작용을 최소화할 방안으로 예외를 폭넓게 인정해 줄 것을 정부와 정치권에 요청했다. 신성장산업 육성 등 예외적 상황에서는 신규순환출자 금지에서 제외하자는 주장이다.
 
반면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가 주로 계열사 지원과 구주취득 등 투자활동과 무관한 경우가 많아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대기업집단의 순환출자 고리 수는 14개 그룹 124개에 달한다. 최근 5년간 새로 생긴 순환출자만 9개 집단 69개 고리로, 전체 순환출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또한 공정위가 69건의 신규 순환출자를 발생시킨 20건의 출자를 분석한 결과, 부실 계열사 자금지원을 목적으로 한 출자가 8건, 편법적 상속·증여가 3건으로 나타났다.
 
구주취득과 신주취득도 각각 16건, 4건인 것으로 조사됐다. 재계는 순환출자 금지를 통한 투자활동 위축을 우려하고 있지만, 정작 순환출자를 통한 투자활동에는 소극적이었던 셈이다. 일각에서는 구주취득은 주주구성이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재계가 주장하는 투자 위축과는 별개의 사안이라는 반론도 나온다.
 
규제 강화에 대해 알레르기 반응만 보이면서 여론도 싸늘해졌다. 되레 경제민주화의 필요성과 함께 반기업 정서만 강화되는 등 역효과도 만만치 않다. 특히 규제를 대하는 재계의 논리가 투자 및 고용 위축일 뿐이어서 설득력도 크게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재계는 순환출자를 바라보는 시각차일 뿐이라며, 투자활동의 범주로 봐야 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가령 주취득의 경우 단순히 주주구성의 변화로만 볼 게 아니라 신규 투자의 전 단계로 활용하는 기업도 있다는 주장이다.
 
한편 국회 정무위는 지난 23일 대기업집단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기존 순환출자까지 포함해 금지시켜야 한다는 민주당 안 대신 신규순환 출자를 금지한 박 대통령의 대선공약이 반영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더라도 기업들은 당장 지배구조에는 큰 타격을 받지 않는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정훈 위원장과 여야 의원들이 재벌의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의결하고 있다.ⓒ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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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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