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행 전과자, 여죄 드러나 6년만에 다시 재판

입력 : 2013-12-25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아동성폭행 범죄를 저질러 실형을 선고받고 이미 복역한 20대 대학생이 여죄(餘罪)가 드러나 다시 법의 심판을 받게 됐다.
 
이 남성은 6년여년 전 8차례에 걸쳐 8명의 여아를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으나, 수사기관의 실수로 한 건에 대한 처벌을 면했다.
 
검찰은 나머지 범행에 대한 증거를 찾아 이 남성을 다시 기소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5년여가 흐른 시점이었다. 이에 법원은 검사의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재판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당시 경찰의 미흡한 초동수사를 지적하고, 이 남성을 다시 법정에 세우는 게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서울고법 형사합의10부(재판장 권기훈)는 특수강간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23)의 항소심에서 검찰의 공소를 기각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재판부는 "통상의 경우 피해자가 경찰에 사건을 신고하면 경찰관이 사건발생보고서를 작성해 입건하고 사건번호를 부여해야 하나, 이 사건은 입건절차가 이뤄지지 않아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채 방치됐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이 이전에 기소됐을 때 이번 범행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거나 공소가 제기되지 않은 주원인은 경찰의 입건절차가 이뤄지지 않았고, 피해자가 수사를 거부해 수사절차가 진행되지 않은 채 방치돼 있었던 탓"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검사의 공소제기가 소추재량권을 남용한 공소권행사에 해당해 무효라고 판단한 원심판결은 사실을 오인하거나 법리를 오해한 위법이 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2007년 7월부터 이듬해 1월까지 8차례에 걸쳐 흉기를 이용해 협박하는 수법으로 11~16세 여아 8명을 강간하고, 금품을 빼앗은 혐의 등으로 검찰수사를 받았다.
 
검찰은 2008년 2월 김씨의 범행 8건 가운데 수사가 이뤄지지 않은 한 건을 제외하고 7건에 대해서만 공소를 제기했다. 경찰이 2007년 첫번째 범행을 사건처리 하지 않은 탓이었다.
 
당시 피해자 정모양(11)의 부모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는 게 경찰의 설명이었다. 그러나 성폭력 범죄 피해자가 만 13세 미만일 경우 친고죄는 적용되지 않는다.
 
2008년 만 17세의 김씨는 1심을 거쳐 항소심에서 징역 3년, 단기 2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다. 김씨는 만기복역 후 2011년 출소해 대학에 입학했다.
 
검찰은 2012년 5월 김씨의 나머지 혐의에 대해 추가로 공소를 제기했다. 나머지 한 건에 대한 사건 접수와 처리가 누락된 사실을 확인해보니, 당시 경찰이 정양에게서 체취해둔 범인의 DNA가 김씨와 일치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공소권 남용을 이유로 들어 검사의 공소를 기각했다. 전의 사건과 함께 재판을 받을 수 있었음에도 다시 재판을 받게 돼, 김씨에게 불이익하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검사가 항소했다. 현재 김씨는 대법원에 상고장을 낸 상태다.
 
서울고법 관계자는 "항소심 재판부는 유무죄 판단을 한 것이 아니라 검사의 공소가 적정한지를 본 것"이라며 "피고인의 유무죄는 법정에서 가려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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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재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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