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올해도 내년도 '걱정'..긴축 또 긴축

입력 : 2013-12-26 오후 5:17:47
[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내년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주요 경제주체인 재계는 긴축 행보를 이어나갈 것으로 보여 희비가 엇갈린다. 
 
기업들이 내년 경제상황에 대해 불확실성을 털어내지 못하면서 보수적 경영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투자와 고용이 올해와 비슷한 수준에 그치거나 소폭 하회할 것으로 보여 경제 활성화는 기대키 어렵게 됐다.
 
각종 경제지표가 개선됐음에도 기업들이 느끼는 실물경기에 대한 체감도는 여전히 바닥을 면치 못하면서 자칫 섣부른 기대감이 장밋빛 환상에 그칠 가능성도 커졌다.  
 
◇정부만 '장밋빛'..기업들은 '울상'
 
정부는 내년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7%에 비해 1.2%포인트 높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경제동향이나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기관에서 세계 경제성장률을 올해 2.9%에서 내년 3.6%로 높이는 것을 고려했을 때 3.9% 달성이 어려운 것만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민간 연구원들은 정부에 비해 다소 조심스런 접근을 보였다. LG경제연구원은 2014년 경제성장률을 3.7%로 제시했으며,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3.5%, 한국경제연구원은 3.4% 등으로 예측했다. 적게는 정부보다 0.2%포인트에서 많게는 0.5%포인트 차이가 난다.
 
변양규 한국경제연구원 거시정책연구실장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정부보다 낮게 잡은 이유에 대해 "세계경제 회복 속도가 느리고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등 위험 요인이 많은 데다 원화 강세, 무역경쟁 심화 등으로 수출 회복세가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업들이 예상하는 실물경기는 민간연구소와 궤를 같이 한다.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와 환율 변동, 대내외 경제 변동성 등이 여전하면서 특히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국내경기는 이미 회복을 점치기 어려울 정도로 침체가 장기화됐다.
 
26일 대한상공회의소가 2500개 제조업체들을 대상으로 내년 1분기 기업경기전망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전망치가 92로 집계됐다. 100을 기준으로 그 이상이면 경기가 좋아질 것을 예상하는 기업들이 더 많음을, 100 미만이면 그 반대를 의미한다. 지난 2분기 99를 기록하며 기준치에 가까워진 이후 4분기 연속 90선대를 유지했다. 
 
기업 경영에 영향을 미치는 애로 요인으로 자금사정(29.1%)이 가장 많이 꼽혔다. 이어 환율변동(21.4%), 미국·중국·유럽의 경제상황(20.8%), 원자재 조달여건(20.2%)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최근 해운, 건설사들 중심으로 일고 있는 유동성 악화가 전 산업계로 빠르게 확산되는 모습을 보였다.
  
전수봉 대한상의 조사본부장은 "내년 선진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의 완만한 회복세에 힘입어 우리경제도 살아날 것"이라면서도 "미국의 양적완화 축소, 통상임금 범위 확대 등 대내외적 경제환경 변화의 파장이 기업 부담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결과도 마찬가지다. 전경련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월 종합경기 전망치가 93.4를 기록하며 3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했다.
 
지난 10월 101.1을 기록하며 경제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으나 11월 94.7으로 내려 앉은 이후 12월 들어 92.6까지 떨어졌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결정과 기업의 자금사정 악화 등이 반영되면서 체감경기가 극히 저조해졌다.
 
중소기업도 사정은 비슷하다. 중소기업중앙회가 같은 날 발표한 '내년 1월 중소기업 경기전망조사'를 보면, 중소기업 업황전망건강도지수(SBHI)가 87.8을 기록했다. 3개월 연속 하락세다. 중앙회는 "엔화 약세 등 수출시장에 불리한 저환율 추세와 일부 업종의 계절적 비수기 도래 등에 따른 경영부담 심리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했다.
 
◇재계, 허리띠 더 졸라맨다..투자 및 고용도 '위축'
 
그러면서 국내 기업들은 긴축경영을 이어갈 계획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내년 경영계획 방향을 긴축경영으로 설정한 기업이 절반에 가까운 41.3%로 나타났다. 반면 확대 경영하겠다는 공격적인 기업은 21.5%에 불과했다.
  
기업들의 투자와 고용 역시 올해에 비해 크게 개선되기 어려울 전망이다. 이는 곧 투자와 고용 활성화를 통한 낙수효과를 자신하는 정부 기대와도 동떨어진 결과다. 내수의 장기 침체를 낳는 악순환은 내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일자리를 찾고 있는 구직자ⓒNews1
 
일자리의 경우, 국내 기업들의 신입 채용은 올해와 비슷하거나 소폭 감소할 것으로 조사됐다.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 중 조사에 응한 293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한 결과, 내년 대졸 신입직 채용을 진행하는 152개 기업들의 채용 인원이 총 1만4378명으로 집계됐다.
 
기업당 평균 95명의 신규 인력을 충원하는 셈이다. 올해보다 1.1% 줄었다.
 
내년 채용 계획을 발표한 기업들 중 업종별로는 운수업의 채용 수요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76.5%가 '내년 대졸 공채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식음료·외식업(70.6%)도 70% 이상이 공채 계획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
 
이에 반해 석유·화학업종과 조선·중공업종은 각각 33.3%가 내년 대졸 신입직 채용이 없다고 응답했다. 기계·철강업(29.4%), 건설업(27.8%), 제조업(21.1%) 등도 신입 공채를 진행하지 않는 기업들의 비율이 여타 업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았다.
 
특히 최근 구조조정 바람이 불고 있는 금융업 기업들 중에서는 53.3%가 내년 대졸 신규 채용 일정을 잡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이 큰 만큼 대내외 환경 변화에 따라 신규 채용 계획을 달리할 전망이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의 사회적 역할 중 하나가 고용이라는 인식 하에 가능하면 채용을 많이 하고 싶지만 현재는 여건이 녹록치 않다"며 "경제 회복세가 전반에 퍼질 수 있도록 기업 자체적인 노력뿐 아니라 정책적인 지원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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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애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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