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의 안전등급 기준이 강화되면서 국산차들이 맥을 못 추고 있다.
IIHS는 매년 각종 충돌 테스트를 통해 '가장 안전한 차'(TSP)를 선정해 왔다. 엄격한 평가기준을 도입, 전 세계적으로 신뢰도를 담보한 기관으로 자리했다. 지난해 8월부터는 TSP의 상위등급인 TSP+를 신설해 안전도 인증 구분을 세분화했다.
충돌 테스트는 일반 오버랩 전면(Moderate Overlap Front)·측면(Side)·루프 강성(Roof Strength)·머리지지대 및 좌석(Head Restraint & Seats) 등 4가지로 구성된다. 각 테스트별로 ▲우수(Good) ▲양호(Acceptable) ▲보통(Marginal) ▲불량(Poor)의 4단계 평가를 받게 된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평가기준이 엄격해졌다. 스몰오버랩 충돌(차량을 시속 64㎞로 몰아 운전석 앞부분 25%를 딱딱한 벽에 부딪히게 해 안전성을 평가하는 방식)과 전방 추돌방지 테스트(전방 추돌 위험시 경고나 자동 브레이크 등의 대비책 유무를 확인하는 테스트)가 추가됐다.
많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TSP를 만족시킬 정도로 기술 격차를 줄이다 보니 변별력이 없어졌다는 지적이 제기된 데 따른 조치다.
TSP 등급을 받기 위해서는 4가지 테스트와 올해 추가된 스몰오버랩 충돌 테스트 등 5가지 중 4가지 항목에서 'G'를, 모든 항목에서 'A' 이상을 받아야 한다. 한발 더 나아가 TSP+ 등급을 받으려면 전방 추돌방지 테스트에서 기본(Basic) 이상의 등급을 받아야 한다.
이처럼 평가기준이 엄격해지자 지난해 150여개였던 TSP 등급 이상 차종이 올해는 39개로 크게 감소했다. 이 가운데 최고의 안전성을 증명할 수 있는 TSP+ 등급에 국산차는 전무한 상황. 국내 자동차 제조사들로서는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될 수 있는 위험에 처했다.
지난해 TSP+ 등급을 받았던 현대차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와 기아차 K5(현지명 옵티마)는 TSP로 등급이 하락했다. 아반떼와 K5는 충돌 테스트 5개 중 4개 항목에서 'G'를, 모든 항목에서 'A' 이상을 받았다. 하지만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인증을 받은 전방 추돌방지 시스템이 탑재돼 있지 않아 TSP에 만족해야 했다.
지난해 TSP 등급을 받았던 현대차 쏘나타와 그랜저(현지명 아제라), 에쿠스, 제네시스 등 7종과 기아차 K3(현지명 포르테), K7(현지명 카덴차) 등 6종은 2014 TSP 명단에서 자취를 감췄다.
반면 일본차는 혼다 6종, 스바루 3종, 토요타 2종 등 총 16개 모델을 TSP+에 올려놓으며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이는 22개에 불과한 TSP+ 등급 모델 중 72.7%에 달하는 비중이다. 사실상 일본차의 독식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안전을 중시하는 일본차의 특성상 평가기준이 엄격해지자 눈에 띄는 결과를 보였다"며 "안전등급이 강화된 만큼 안전기준을 만족시키기 위한 제조사간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2014 '가장 안전한 차'(TSP)와 그 상위등급인 '가장 안전한 차+'(TSP+) 명단. 빨간색 네모로 표시된 차들이 국산차. 스파크는 GM의 브랜드인 쉐보레의 차량으로 이번엔 국산차에서 제외했다.(자료=미국 고속도로안전보험협회(IIH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