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진단上)국내건설 '줄도산' 공포, 사라진 수익률

경기침체·물량감소·담합처벌 등 '삼중고'..내년도 불투명

입력 : 2013-12-26 오후 5:04:13
[뉴스토마토 원나래기자] 올해 건설사들은 그야말로 '생사의 기로'에서 사투를 벌였다. 세제혜택과 규제완화 등 고강도 대책을 연일 쏟아낸 정부의 부동산 대책에도 주택시장은 꿈쩍하지 않았다. 공공공사 물량 감소까지 겹치면서 덩치를 줄여야 하는 건설사들은 구조조정이라는 뼈깎는 아픔을 감내 해야 했다.
끝나지 않는 4대강사업 담합과 관련한 악재가 연일 터진데다 국내 건설경기 침체로 개발사업이 답보 상태에 놓이면서 업계는 공황상태에 빠졌다.
한 해가 저물고 있지만 건설업계가 정작 두려워하는 것은 내년에도 시장 상황이 딱히 나아질 것이 없다는 전망이다. 가뜩이나 적어진 시장 규모에 너도나도 공사 수주에 목을 매다보니 수익마저 바닥에서 헤매고 있다.  오래전부터 해외사업에 전력을 기울여 온 건설사들은 올해 크고작은 성과를 내기도 했지만 일부 업체들은 저가수주 리스크가 휘몰아 치면서 사업을 재정비해야 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올해 국내외 건설시장 상황과 내년 전망을 두차례에 걸쳐 진단한다. [편집자] 
 
◇국내 건설 공사 수주액(단위:천억원)(자료제공=대한건설협회)
 
◇국내 건설 수주액 '100조원' 시대, 무너졌다
 
지난 7년간 지속됐던 연간 국내 건설 수주액 100조원 시대가 올해부터 무너질 것이라는 예상이 현실화 되고 있다.
 
26일 대한건설협회가 내놓은 '국내 건설수주 동향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 수주액은 전년(110조7000억원)보다 8.3% 감소한 101조5000억원으로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역시 지난해보다 10% 이상 줄어든 90조원대 초반으로 예측되면서 상황의 심각성이 수치로 드러나고 있다.
 
내년 수주 전망치도 올해보다 소폭 늘어난 90조~95조원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공사 발주 씨가 말라버렸다는 우려가 계속되고 있다.
 
특히 공공공사 발주 물량은 해마다 급감하고 있다. 2010년 기준 공공공사 수주액은 총 38조2000억원인 반면, 2011에는 36조6000억원으로 약 4%가량 줄었다. 이어 지난해에는 34조원으로 해마다 2조원씩 줄어들면서 공공공사 물량소진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대형사로 확산된 줄도산 공포..'4대강담합' 꼬리표까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줄도산 위기감이 이제는 중견업체를 넘어 대형업체로까지 확산되고 있다.
 
실제로 올 들어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위권 이내 종합건설업체 8개사 등 21개사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이나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등 채권단 관리 상태에 처했다.
 
도급순위 13위인 쌍용건설(012650)은 졸업 8년만에 워크아웃을 재개했고, 한일건설과 STX건설, 경남기업(000800) 등 도급순위 50위권 안에 드는 건설사들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 2010년 워크아웃을 개시한 금호산업(002990)도 현재까지 졸업을 못한 상태다.
 
이에 더해 상장 건설사 중 절반 이상은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못내는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 이자를 감당할 만한 수익창출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이자보상비율은 지난해 150.3%에서 안전기준 100% 이하인 72.2%로 급감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24.2%를 기록한 이후 최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4대강사업 담합과 로비의혹 등에 대한 세무·검찰조사가 올 들어 '하루가 멀다'하고 이어지면서 가뜩이나 실적악화로 어려움에 처한 건설업계의 시름이 깊어졌다.
 
사업이 마무리 된 지난해에는 과징금이 부과된데 이어 4대강사업 담합비리 판정으로 짧게는 4개월에서 길게는 15개월 동안 관급공사 입찰참여를 금지당하기도 했다. 또 서종욱 전 대우건설(047040) 사장을 비롯해 비자금 조성과 담합 등으로 검찰 수사를 받은 임원들이 대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업계가 한바탕 술렁였다.
 
◇4대강사업 공사 현장 모습.(사진제공=뉴스토마토)
 
◇내년 수주환경도 '불투명'..정부차원 투자 절실
 
불과 며칠 남지 않은 2014년을 바라보는 건설업계의 심경은 여전히 무겁기만 하다. 정부의 대대적인 경기 부양대책은이 딱히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공공발주 규모까지 대폭 줄어들면서 건설업계가 느끼는 위기감이 여느 해 보다 커질 전망이다.
 
전체 공공공사 발주기관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와 준정부기관의 물량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지만 공기업의 부채 증가와 지자체 재정 악화, 정부의 SOC 사업 축소 등으로 공공 부분 발주 물량 감소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 전반의 분석이다.
 
그나마 올해 몇몇 대형건설사들의 경영실적이 흑자로 전환되면서 긍정적인 기대감을 보여줬지만 여전히 건설업계의 고통은 지속되고 있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국가 경제성장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건설산업의 침체가 장기적으로 지속된다면 한국경제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이라며 "정부차원에서 건설투자를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도 "국내 공공공사는 물론 주택시장의 계속되는 불황으로 내년 수주환경도 불투명한 상황"이라며 "건설사들의 자구책 마련도 중요하지만 건설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정책적 뒷받침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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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나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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