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부머 은퇴 준비 내년에도 예금인가요?

'예금'에 몰리는 은퇴 자금.."주식·연금 등으로 다변화해야"

입력 : 2013-12-30 오후 3:30:55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물가는 오르고 금리는 낮아요. 돈을 예금에 계속 묻어두면 점점 가난해질 수밖에 없겠죠. 투자도 하셔야죠?" 오십대 씨(53세·가명)는 최근 은행에 갔다가 이런 말을 들었다. 하지만 예금은 그대로 두기로 했다.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생각 때문이다. 주식 투자를 하려니 코스피 지수가 일년 내내 롤러코스터. 펀드에 돈을 넣으려니 '3년 넣었는데도 수익률이 마이너스'라며 여기저기서 뜯어말린다. 연금 상품에 투자하기도 어렵다. 
 
(사진=뉴스토마토DB)
 
◇안전자산 선호현상 두드러져
 
오 씨와 같은 예비 은퇴자들의 노후 준비 자금이 내년에도 예금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몰릴 것으로 전망된다. 주식과 펀드 등 공격적 투자 자산은 변동성이 두렵고, 50대 이상이 가장 많은 비중으로 보유하고 있는 자산인 부동산도 시장이 얼어붙었기 때문이다. 
 
예금과 같은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현상은 이미 시작됐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2013년 3분기 자금순환(잠정)'을 보면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현금통화 및 예금의 자금 운용은 1분기 13조9962억원에서 3분기 19조8416억원으로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보험 및 연금은 25조9616억원에서 20조8580억원으로, 주식 및 출자지분은 3507억원에서 -4조7765억원으로 줄었다. 
 
이런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저금리 기조로 금융권이 상품에 금리 메리트를 제시하기 힘들다"며 "상황이 이런데도 투자자들이 주식이나 펀드가 불안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어 예금과 같은 안전 자산으로 돈이 몰리는 현상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나은행 은퇴설계팀 관계자는 "자금이 있는 40~50대도 은퇴가 멀지 않았기 때문에 예금과 같은 안정적인 자산에 넣어두고 확실한 투자 대상을 찾고 있다"며 "국민연금 수령 연령은 늦춰지고 있지만 은퇴 시점은 늦춰지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베이비부머(1955년~1963년생)세대의 자산이 몰려 있는 부동산 등 비금융자산에서 주식이나 연금 등 금융 자산으로 이동하려면 가계 저축률이 높아져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최진호 HMC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내 가계는 약 70%의 실물자산과 30%의 금융자산을 보유하고 있고, 부동산 관련 대출도 증가했다"며 "현재 낮은 수준인 가계 저축률이 증대돼야 실물 자산에서 금융 자산으로 자금이 이동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안전하게 가난해져..대안 투자처 찾아야"
 
전문가들은 예금에 묻어둔 자금을 주식·펀드·연금 등으로 다변화해서 투자하라고 말한다. 저금리 시대에서 위험을 극도로 회피하다간 '안전하게 가난해진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투자 대상의 단기적 변동성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장기적 관점에서 투자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우재룡 한국은퇴연구소장은 "물가는 상승하고 저금리는 계속되는데 연금이나 펀드 등 투자에서 멀어지고 예금에 투자하면 베이비 부머는 점점 가난해질 것"이라며 "미국 가계들이 2008년 주가가 반 토막이 날 때도 장기적 투자 기조를 유지하고, 퇴직연금·개인연금에서 이탈하지 않아 노후 자산 관리에 성공한 것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불안할수록 미래를 준비해줄 수 있는 투자 대안을 찾아서 움직여야 한다"며 "다만주식시장이 거품 단계로 넘어갈 때, 펀드 열풍이 불 때 '묻지마 투자'를 하는 방식은 지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투자 성향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20~30대엔 자산을 공격적으로 불린 뒤 40~50대엔 안정적으로 자금을 운용해야 한다"며 "직접적 투자는 현실적으로 많은 노력과 위험이 따르므로 다양한 간접 투자 또한 고려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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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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