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세계경제)⑤슈퍼사이클 잃은 원자재..내년도 '안개국면'

입력 : 2013-12-30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올해 글로벌 원자재 시장은 장기간에 걸쳐 지속적으로 오르는 이른바 '슈퍼사이클'을 뒤로하고 줄줄이 급락했다.
 
특히, 지난 2000년 이후 연간 기준으로 꾸준히 오름세를 유지했던 금 값은 올해만 29% 가까이 급락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양적완화 축소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 투기자금 유출로 금융위기 이전 수준까지 곤두박질친 것이다.
 
다수의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원자재 시장이 고공행진 추세로 회귀하는 것은 어렵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전반적인 펀더멘털은 여전히 탄탄하게 유지돼 원자재의 실수요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이에 따라 내년 원자재 가격은 전반적인 하향 안정 추세를 유지하면서도 품목별로는 외적인 요인에 따라 다소 차별화된 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바클레이즈는 "원자재 시장은 내년에도 어려운 한 해를 이어갈 것"이라며 "뚜렷한 가격 추이는 나타나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상승기류 꺾인 금, 내년 전망도 '글쎄'
 
◇금 선물 가격 추이(자료=Investing.com)
올 한해 금 값은 예상보다 가파른 내리막길을 걸으며 지난 13년간 랠리 시대의 막을 내렸다.
 
주요 투자은행(IB)들이 예측한 내년 금 가격의 평균치는 온스당 1264달러다. 이는 지난해 IB들이 2013년 전망에 대해 1700~2000달러대 수준을 예견했었던 것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특히, 내년 금 값 전망치에 대해 JP모건은 종전 예상치에서 10% 하향된 1263달러로 제시했고, 일각에서는 미국 연준의 테이퍼링(양적완화 축소) 결정을 근거로 제시하며 1000달러 밑을 바라보기도 했다.
 
스콧 네이션스 네이션스셰어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지난 수년간 금의 가치는 연준의 경기부양책에 의해 왜곡됐었다"며 "내년 금 값은 실제 가치에 부합하는 온스당 1000달러 밑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주요 IB별 2014년 금 가격 전망(자료=블룸버그·뉴스토마토)
 
전문가들은 금 값 하락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투기 자금의 유출을 꼽기도 했다.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금 선물옵션 투기 순매수포지션은 지난 10월29일을 전환점으로 2만건대까지 감소했다. 2만건대 순매수는 투기적 수요가 거의 없었던 지난 2000년대 초반 수준이다.
 
로빈 바르 소시에테제네럴 애널리스트도 "지난 12년간 금 값 상승을 지지했던 요인들이 모두 반대로 가고 있다"며 "내년에도 금 값은 하락할 것이고 ETF 자금 유출도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사실 금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은 나쁘지 않다. 실물 소비의 50% 가량을 이끄는 중국과 인도의 금 수요가 시장의 우려와는 달리 견조한 모습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금 가격이 하락 흐름을 이어가도 올해와 같은 폭락세가 재현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성기 삼성선물 선임 연구원은 "올해 금 가격 급락 시기에도 중국 수요가 급증하는 모습을 보였다"며 "내년에도 금 투자 수요는 꾸준히 증가해 가격 급락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실제로 중국의 금 소비량은 사상 처음으로 1000t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며, 올 한해 경제 사정이 어려워져 적극적으로 금 수입 규제에 나섰던 인도의 무역적자폭도 축소되는 모습을 보이며 실물 수요 개선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프랭크 홈스 글로벌인베스터스 최고경영자(CEO)는 "중국과 인도의 금 수요는 완만하다"며 "특히 중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성장하면서 향후 금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진단했다.
 
◇국제유가, 어둡진 않다..펀더멘털 '살아있네'
 
올해 원자재 상품 중 가장 선전했던 국제유가는 내년에도 안정적 기조 속에서 제한적인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IB들이 제시한 2014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 전망치 평균 가격은 배럴당 97.08달러다. 이는 평균 97달러대 수준을 기록했던 올해 WTI 가격과 큰 차이가 없는 것이다.
 
북해산 브렌트유의 내년 평균치도 104.08달러로 올해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주요 IB별 2014년 WTI 가격 전망(자료=블룸버그·뉴스토마토)
 
이 같은 전망의 배경에는 금과 마찬가지로 탄탄한 펀더멘털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캐나다의 셰일오일 개발에 따른 과잉 공급 조짐에도 글로벌 경기 회복 바람을 타고 신흥국 실수요가 함께 살아나며 안정적 수급 유지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예상한 2014년 신흥국 원유 수요 증가율은 3.1%다. 이는 올해의 2.7%에서 높아진 것이다.
 
홍성기 연구원은 "신흥국 자동차 수요 증가에 따른 석유 사용 확대가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지속적으로 커질 수 밖에 없다"며 "내년 신흥국 수요는 올해보다는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며 유가에 하단 지지력을 제공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 체질개선을 목표로 하는 중국의 산업 구조개혁이 신흥국 수요 활성화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지적도 있지만 크게 우려할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소매판매가 꾸준하게 두 자리수의 높은 증가율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은 여전히 예측 불가능한 돌발변수로 남아있다. 특히, 잠정 합의가 이뤄진 서방국과 이란 간 핵 협상의 최종 타결이 순조롭게 진행되지 않는다면 원유 시장은 크게 출렁일 수 있다.
 
손동현 현대증권 수석 연구원은 "11월 핵 협상 타결은 최종안이 아닌 잠정 합의안에 불과하다"며 "합의안 준수 여부에 따른 2차 협상이 예정돼 있어 협상 타결을 확신할 수 만은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투기적인 수요도 여전히 극성을 부리며 유가 변동성 확대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
 
CFTC 집계에 따르면, WTI 투기적 순매수는 40만건에 육박한다. 이는 구리의 투기적 순매수 건수의 사상 최대 수준이 5만건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높은 수준임을 확인할 수 있다.
 
◇2014년 곡물시장 기상도 '흐림'..풍작에 비틀비틀
 
곡물시장도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옥수수 가격이 39% 가까이 추락하는 등 올해 큰 침체기를 면치 못했다.
 
전문가들은 내년 곡물시장 기상도도 흐릴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올해 곡물 가격 폭락을 이끈 주요 배경인 과잉공급 우려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2014년 세계 곡물시장 수급 전망(자료=USDA·뉴스토마토)
미국 농무부(USDA)는 2013/14년 시즌 전 세계 곡물 생산량이 전년 대비 8.0% 높아진 24억4000톤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같은 기간 소비량은 5.3% 증가하는데 그쳤다.
 
특히, 미국의 곡물 생산량은 23.1%나 급증한 4억4000만톤을 기록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는 9.4% 늘어 3억5000만톤을 나타낼 것으로 보이는 소비량을 추월하는 것이다.
 
곡물 가격 하락에도 불구하고 재고 역시 높은 수준을 유지하며 시장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2013~2014년 시즌 전 세계 곡물 기말 재고는 전년 대비 8.3% 증가한 4억5000만톤, 재고율은 전년도의 19.6%에서 20.2%로 상승할 전망이다.
 
마이클 스완손 웰스파고 이코노미스트는 "수요가 공급을 초과하는 미국의 곡물 시장 상황이 대량의 재고를 안는 상황으로 바뀌고 있다"며 "향후 몇년간 곡물 가격은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에 따라 내년에도 곡물 가격이 바닥권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점쳐진다.
 
13개 주요 IB들이 내다본 내년 옥수수 가격 전망치 평균은 부셸당 4.80달러다. 이 중에서 씨티그룹은 부셸당 4.25달러로 비교적 보수적인 예상치를 제시하며 반등에 대한 기대를 무너뜨렸다.
 
또 모건스탠리는 2013/14 시즌 옥수수 평균 가격 전망치를 종전의 부셸당 5.30달러에서 4.60달러로 하향조정했고, 2014/15 시즌 전망은 부셸당 4.20달러로 제시했다.
 
올해 상대적으로 선전했던 상품에 대한 향후 전망은 더 비관적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현재 부셸당 13달러대 수준인 대두 가격은 2013/14 시즌에 평균 부셸당 12달러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2014/15 시즌에는 부셸당 9.8달러대까지 급락해 지난 2010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모건스탠리는 "내년에는 대두와 밀이 추가적인 하락 압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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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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