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진욱기자] 채무 위기 급증으로 동유럽 통화 가치가 붕괴되고 있다.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는 17일(현지시간) 동유럽 국가들의 통화가 최근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폴란드의 즐로틴화가 최근 5년래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헝가리의 포린트화가 지난 16일(현지시간) 사상 최저로 급락했다.
유로화 대비 40% 하락한 즐로틴화를 보유한 폴란드 대출자들은 심각한 채무를 지게 됐다.
이에 대해 한스 레데커 BNP 파리바 수석통화연구원은 "동유럽 통화 하락이 손쓸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말해 상황의 심각함을 더했다.
최근 동유럽의 위기에 서유럽 경제도 자유롭지 못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유럽의 통화 폭락은 독일 채권 시장에도 영향을 미쳐 독일의 5년만기 채권의 크레딧디폴트스왑(CDS)이 사상최대폭인 70bp 치솟았다.
무디스 역시 17일(현지시간) 동유럽의 경제위기로 이곳에 자회사를 둔 서유럽 은행들의 재정이 악화되고 있다고 발표했다.
서유럽 은행들은 동유럽 지역에 1조7400억달러를 대출해준 상태여서 동유럽 국가들이 제때 채무를 상환하지 못하면 큰 위기에 빠질 수 있다.
동유럽 국가가 올해 상환해야 할 채무는 4000억달러 가량으로 이 지역 국내총생산(GDP)의 3분의 1에 이른다.
현재 동유럽 위험에 가장 큰 영향을 받고 있는 곳은 오스트리아다.
오스트리아 은행들은 국내총생산의 70%에 달하는 2300억유로를 동유럽 국가에 대출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트리아의 일간지 델스탠다드는 "2300억유로 대출 가운데 10%가 채무불이행 상태가 될 경우 오스트리아 금융은 붕괴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최근 동유럽 국가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험으로 IMF나 EU의 대규모 구제 금융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IMF 총재는 "라트비아, 헝가리, 우크라이나, 벨로루시 이외 동유럽 국가들도 구제금융을 요청해 오고 있다"며 추가 자금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일본은 IMF에 추가로 2000억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유럽은행 역시 “올해 동유럽 경제에 4000억유로(3580억달러)가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신규 자금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