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답하라 박근혜'..결국 열쇠 쥔 건 朴

1년 만에 국론 두동강..'원칙'에 빠진 대통령

입력 : 2013-12-31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박수현기자] 연말을 앞두고 국론이 반으로 분열된 현재 정국을 보면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케이블 채널의 드라마 제목이 떠오른다.
 
"응답하라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외침이 사방에서 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첨예한 대치 정국을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결국 박 대통령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지만 박 대통령은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결자해지를 할 생각이 없어 보여 우려를 낳고 있다.
 
◇'국민대통합'은커녕 국론 두 동강 나버린 취임 1년
 
지난해 '국민대통합'을 이뤄내 '100%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공약했던 박 대통령은 취임 1년도 되지 않아 그 약속을 반대로 뒤집는 절묘한 통치력을 발휘했다.
 
대선 직후부터 불거진 선거 개입 의혹에서부터 30일 철도노조의 파업 철회로 진정 국면에 접어든 철도 민영화 논란까지 박 대통령은 각종 사안들에 원칙론을 내세우며 강경한 태도로 일관했다.
 
정권의 정통성을 뒤흔들 수 있는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선 "국정원으로부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았다. 사법부의 판단을 지켜보자"는 말만 되풀이해 요지부동의 결정판을 보여줬다.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 심판 청구를 반대하는 이들과, 국가기관 전반으로 번진 대선 개입 의혹의 진상 규명을 넘어 박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하는 일각의 목소리엔 '종북' 카드로 대처했다.
 
정부의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 방침은 민영화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에 철도노조와 다수의 국민이 반대를 표시했지만 이에 대해서도 박 대통령은 강경 원칙론을 고수해 충돌을 빚었다.
 
◇朴 대통령 대결적 인식에 극한 혼돈 이어져
 
이처럼 박 대통령이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대결적 인식을 드러내면서 정치권은 1년 동안 극한의 혼돈으로 치달았다. 여론도 '안녕치 못한' 이들과 '안녕한' 이들로 양분됐다.
 
헌정사 최초로 열린 국정원 국정조사는 새누리당의 집요한 물타기 끝에 결과보고서도 채택하지 못하고 파행됐다. 이에 야당 대표들이 초유의 노숙투쟁을 불사하며 장외로 뛰쳐나갔다.
 
여의도가 정쟁의 장이 되자 거리엔 지난 2008년 광우병 파동 이후 다시 한 번 촛불이 타올랐다. 국조 파행 직후 시민들은 주말이면 서울광장에서 개최되는 집회에 참석해 분노를 표출했다.
 
올해 가을엔 국정감사에서 국정원을 넘어 국가기관 전반으로 대선 개입 의혹이 확대됐다. 또 채동욱 전 검찰총장 찍어내기 의혹이 터지면서 정권의 진상 규명 의지에 물음표가 달리기 시작했다.
 
박 대통령은 여야의 대립이 격화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해결할 생각은 않고 시정연설을 통해 '여야 합의'를 주문하며 국회로 공을 넘겼다.
 
청와대의 "자랑스러운 불통"과 아울러 정치가 실종된 정부의 현재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라는 평가다.
 
이에 국면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시작으로 종교계에서 박 대통령 하야 목소리가 분출되더니, 장하나 민주당 의원이 현역 의원 최초로 박 대통령 사퇴를 요구하기에 이르렀다.
 
여기에 정치에 무관심하던 청년들까지 나서기 시작했다. 민영화 반대 기치를 내걸고 파업에 참여한 철도노조 조합원 수천명이 직위해제를 당하자 대자보를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안녕들 하십니까'는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며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처럼 정치권 안팎이 들썩이고 있지만 정부는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국정원 개혁안과 예산안을 처리해야 하는 연말 국회는 또 한 번의 파행을 앞둔 상황이다.
 
◇朴 대통령이 나서 문제 풀어야 한다는 野
 
꼬일 대로 꼬인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 야권이 요구하는 해법은 대체로 일치한다. 박 대통령이 나서서 직접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박용진 민주당 대변인은 여야와 철도노조가 대화를 통해 파업 철회로 이견을 조율한 것을 들며 "중재하는 과정에서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 불편과 불안을 방치하고 일체의 대화 노력 없이 무책임한 태도를 드러낸 것은 심각하게 잘못된 일이고 몹시 유감"이라고 지적했다.
 
천호선 정의당 대표는 "모든 숨 막히는 정국에 대한 책임은 사실 새누리당도 아니고, 그것을 지휘하고 있는 박근혜 대통령에게 있다"고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지목했다.
 
천 대표는 "국가기관의 불법 대선 개입, 국정원 개혁, 상설특검제, 철도 파업 등 굵직한 현안들 중에 어느 것 하나라도 풀어나가는 모습을 박 대통령이 보여주시기를 바란다"고 촉구했다.
 
반면에 새누리당은 연말 국회의 파행 책임을 야권에 넘기는 등 위와 같은 진단에 동의하지 않는 모습.
 
홍지만 원내대변인은 "민주당의 과도한 요구로 지난해에 이어 금년에도 새해 예산안 처리를 연내에 마무리하지 못할 경우 국민적 비난과 함께 그 책임은 전적으로 민주당에 있다"고 봤다.
 
한편 철도노조가 파업을 풀고 현장에 복귀해도 정부는 주동자와 가담자 등 노조 관계자들을 원칙대로 징계할 것으로 전망돼 '소통'을 바라는 야권의 희망은 이뤄질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
 
새해 신년사에서 박 대통령이 전향된 태도를 보이지 않을 경우 국정의 대혼란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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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