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외촉법 당내 이견 어떻게 설득했나..의총 발언 공개

"외촉법 통과 후 더 많은 것 얻을 수 있다"

입력 : 2014-01-01 오후 6:50:57
[뉴스토마토 장성욱기자] 지난 31일 오전 여야 이견차로 난항을 거듭하던 국정원개혁특위가 극적으로 국정원 개혁 법안을 타결하면서 여야가 약속했던 연내 예산안 처리는 무리없이 진행될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여야가 외국인투자촉진법(이하 외촉법) 처리를 놓고 이견을 보이면서 예산안 처리에 빨간불이 켜졌다. 새누리당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며 외촉법 통과 없이는 국정원 개혁법 역시 처리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이에 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은 '특정 재벌대기업을 위한 법'이라며 반드시 저지하겠다고 맞섰다.
 
법안 통과의 칼자루를 쥐고 있는 국회 법사위원장 박영선 민주당 의원은 "내 손으로 (외촉법을) 상정할 수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선포한 상태였다.
 
여야는 마땅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는 상황에서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날 밤까지 이어진 민주당 의총에서 김 대표는 자신에게 맡겨달라고 의원들에게 요청했다. 당의 중진들도 대표에게 힘을 실어줘야 한다며 김 의원을 지지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결국 김 대표의 요청을 추인했다.
 
김 대표는 곧장 소속 의원들에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를 열고 외촉법을 통과시킬 것을 지시했다. 외촉법에서 실마리가 풀리자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소위·전체회의가 연이어 열러 355조 8000억 규모의 2014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또 기획재정위도 양당이 미리 '빅딜'을 합의했던 '소득세 최고세율 대상 확대'·'대기업 법인세 최저한세율 인상' 등의 부자감세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 폐지'를 통과시켰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 ⓒNews1
 
비록 연내 처리라는 당초의 합의는 지키지 못했지만 여야는 1일 새벽부터 오전까지 예산안 및 부수법안을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당내 이견을 조율한 김한길 대표의 비공개 의총 발언이 1일 공개됐다.
 
김 대표는 먼저 "(새누리당이) 외투법 오늘 안 해도 좋다. 대신에 국정원 개혁 입법도 같이 하지 말자고 바뀌어 예산안만 처리하자"고 한다며 "우리가 그렇게 부르짖었던 국정원 개혁 입법,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국가기관의 선거개입을 법 제도로써 차단하는 꽤 실효성 있는 성과가 그 안에 담겨있는데 국민에게 내놓지 못한고 예산안만 통과시킨다면 정말 민주당의 입장은 더욱더 난처해질 수밖에 없다"고 상황에 대해 진단했다.
 
김 대표는 이어 지금 우리가 외투법이 좋은 법이냐 나쁜 법이냐를 더 이상 토론할 필요 없다"며 "외투법은 이러이러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만 대통령이 이 법 하나만 해달라고 그렇게 호소하니 주겠다. 대신 대통령이 말했던 대로 그런 좋은 효과 내는지 못 내는지 예의주시하겠다고 하면 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이렇게 하고 정치적으로 공격한다면 우리가 이제까지 얻으려고 했던 국정원, 국가기관 선거개입 관련 개혁 법이나 혹은 무상보육 관련 예산, 무상급식 관련 예산, 학교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도움이 되는 예산, 쌀 직불금 문제 이런 것들을 우리의 성과로 담고 갈 때 상대적으로 다른 선택보다는 국민들로부터 민주당이 인정받는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정말 더 이상 이렇게 시간 보내다가는 국민들이 우리 세력을 어떻게 볼 것인가 하는 깊은 우려가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면서 "표결, 무기명 원치 않는다. 대표에게 맡겨달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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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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