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임애신기자]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위기의식을 여과없이 드러냈다. 지난해 선두기업과의 격차를 줄이지 못한 데다 후발주자는 빠른 속도로 추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본무(사진) 회장은 2일 신년 하례식을 겸한 새해 첫 모임에서 "그간 꾸준한 투자로 기술을 축적했으며 제품력도 한층 높였다"면서도 "앞으로의 경영환경은 위기 그 자체"라고 우려했다.
대내외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이 더욱 짙어지면서 자칫 생존조차 고민해야 할 정도로 위기에 처했다는 인식이다. 특히 선두기업의 독주는 더 심해지고 다른 범주에 속하던 기업들과의 경쟁도 심화되면서 LG의 자리매김에 대한 질타의 성격도 함의됐다.
구 회장은 "앞서 나가던 기업들도 한 순간의 방심으로 인해 기회를 놓치고 아성마저 무너지고 말았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어떠한지 냉정하게 짚어봐야 한다"고 깊은 자성을 촉구했다.
◇LG는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 대강당에서 구본무 회장을 비롯한 경영진 400여명이 모인 가운데 2014년 새해 인사모임을 가졌다.(사진=LG그룹)
그는 한발 더 나아가 "선도기업과의 격차를 크게 좁히지 못했고, 후발주자들은 무서운 속도로 추격해 오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선도를 주요 경영화두로 내세웠음에도 성적은 목표에 미치지 못했다는 자평이다.
구 회장은 그러면서 "임직원 모두가 지금이 위기임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한 사람 한 사람이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한다"고 결연한 의지를 가져줄 것을 촉구했다.
동시에 "주력사업의 경우 고객이 선택하고 시장에서 인정받는 선도상품을 통해 성과를 일궈내자"고 주문했다. 앞선 기술과 완벽한 품질은 물론 고객을 사로 잡는 마케팅과 유통, 서비스까지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는 얘기다.
신사업에 대한 각오도 다졌다. 구 회장은 "신사업에서 1등을 하겠다는 목표로 철저하게 키워나가자"면서 "처음부터 성공 요건을 제대로 파악해 이를 확실하게 갖춰놓고 승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원천기술이나 핵심부품 또는 융·복합 역량이 중요한 사업이 있고, 특정 인재나 주요 고객사의 선점이 핵심인 사업도 있다"며 "사업 책임자들이 반드시 책임지고 이러한 것들을 최고 수준으로 확보해 달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구 회장은 고객 가치를 높여줄 것을 당부했다. 조직 내부의 보고나 형식에 치우치다 보면 고객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 없다는 것. 따라서 스스로 고객 입장이 돼서 주저 없이 의견을 내고, 최고의 가치를 찾기 위해 치열하게 논의하라고 지시했다.
그는 "하기로 결정한 일은 반드시 해내겠다는 책임감으로 끝까지 집요하게 실행해 달라"며 "이것이 바로 LG를 시장선도 기업으로 이끄는 힘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
구 회장은 마지막으로 "한 차원 높은 혁신을 주도하고 잠재력 있는 협력회사와 힘을 모아 창조경제의 틀을 갖추는 데에도 앞장서자"며 "올 한 해 반드시 위기를 넘어 서겠다는 각오로 전진하자"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