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원수경기자] 아시아와 유럽, 미국의 제조업이 일제히 기지개를 켜며 글로벌 제조업지수가 3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 미국과 유로존 국가들의 본격적인 경제성장이 점쳐지는 가운데 글로벌 제조업 회복세가 경제성장의 엔진이 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제시됐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산업국들은 전세계적인 수요증가에 힘입어 수출을 늘렸고 중국의 수출실적은 평균적인 수준을 유지하며 경제에 대한 신뢰도를 강화시켰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제조업 PMI '확장세 지속'
2일(현지시간) JP모건과 시장조사업체 마르키트가 공동 집계해 발표한 지난해 12월 글로벌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는 53.3으로 지난달 53.1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PMI가 50 이상이면 경기가 확장세에 있다는 뜻이다.
항목별로는 생산지수가 55.3으로 전월 55.2보다 소폭 상승했으며, 신규주문과 고용지수도 각각 54.7과 51.6을 기록하며 확장세를 나타냈다.
신규주문은 전달 2년반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기저효과로 12월에는 소폭 감소했음에도, 수출주문이 6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가며 전세계 교역량의 증가세를 뒷받침했다.
데이비드 헨슬리 JP모건 세계경제부문 이사는 "특히 신규주문지수가 높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세계 경제 회복에 대한 강한 신호를 주고 있다"며 "지난해 12월 경제지표들이 모두 글로벌 수요증가를 가리키고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지난해 3분기에는 제조업 회복속도가 둔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으나 12월 제조업 PMI가 2011년 4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며 우려가 해소됐다"고 분석했다.
◇주요국 제조업 PMI 호조 속 中·佛 부진
주요 국가들의 제조업 지표도 대부분 호조세를 나타냈다.
미국의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지표는 12월 57을 기록하며 시장 기대치에 부합하는 성적을 나타냈다. 전달 57.3보다 소폭 감소했으나 여전히 확장세를 이어갔다.
마르키트에서 발표한 12월 미 제조업 PMI는 55로 전달 기록한 10개월래 최고치 54.7을 상회하며 11개월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마르키트의 유로존 제조업지수도 52.7을 기록하며 2011년 5월 이후 2년만반에 최고수준을 기록했다.
다만 유로존 내 국가별로는 흐름이 엇갈렸다.
유럽 최대 경제국인 독일의 제조업 PMI는 52.7에서 54.3으로 상승하며 2011년 중반 이후 최고 속도로 성장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의 제조업 PMI도 각각 50.8과 53.3을 기록하며 전달 기록은 물론 시장 전망치를 웃돌았다.
영국의 제조업 경기도 12월 들어 확장세가 소폭 둔화되긴 했지만 57.3을 기록하며 기준점 50을 크게 상회했다.
반면 유럽 2위 국가인 프랑스의 제조업 PMI는 48.4에서 47로 후퇴하며 7개월만에 최악의 위축세를 보였다.
중국의 제조업 지표도 뒷걸음질쳤다. 12월 중국의 HSBC 제조업 PMI는 3개월래 최저치인 50.5를 기록하며 전달 50.8보다 하락했다. 특히 신규 수출 주문이 49.1로 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은 물론 지난해 8월 이후 처음으로 50을 하회했다.
중국의 12월 공식 PMI도 전달 기록(51.4)과 전문가 전망치(51.2)를 모두 하회한 51로 나타났다.
야오 웨이 소시에떼제너럴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경제는 분명 계속 성장하고 있지만 성장 모멘텀은 약화됐다"며 "재고 재축적과 부동산 건설 등 3분기와 4분기 초반까지 강력한 성장세를 주도했던 요인들의 영향력이 연말로 갈수록 약해졌다"고 설명했다.
◇올해 제조업 전망 '맑음'..고용회복 탄력받을까
시장 전문가들은 글로벌 제조업 지표의 전반적인 호조세가 금융위기와 경기 침체의 영향에서 벗어나려는 세계 경제의 앞날에 좋은 전조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스캇 브라운 레이먼드제임스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심리적 척도인 ISM 수치가 강력하게 나왔다는 것은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는 뜻으로 유럽지역 제조업도 적어도 위축되고 있지는 않다"며 "새해에는 성장세가 다시 한번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제조업 경기의 확장에 힘입어 고용회복세도 빨라지고 있다.
미국의 마르키트 PMI 고용지수는 54를 기록하며 9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는 잠정치 53.7과 직전월 52.3을 모두 웃돈 수치다.
크리스 윌리암슨 마르키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같은 수치는 제조업 일자리가 매월 약 2만개씩 생겨나고 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로존 국가내 실업률은 여전히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는 상황이다. 프랑스와 스페인, 그리스, 오스트리아 등의 고용부문 제조업 PMI는 확장·수축 경계선인 50을 밑돌았다.
마르키트는 "유로존의 제조업 부문 고용 현황은 지난달 거의 변하지 않았다"며 "스페인과 그리스 등에서는 일자리 감소 속도가 느려졌지만 프랑스와 오스트리아 등에서는 오히려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다만 "신규주문이 늘어나는 만큼 유로존 공장의 인력감축 추세는 12월에 거의 종료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