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정부가 새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올해 일자리 전망치를 45만개로 잡았다. 올해 3.9%의 경제성장률 전망 아래, 경기회복세가 이어지고 일자리 창출 노력 등으로 최근의 고용 증가세가 지속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하지만 시장의 전망은 40만명 안팎이다. 녹록치 않은 대내외 여건 속에서 기업들이 투자를 증가하면서 고용을 늘릴지도 미지수고, 일자리 창출 전략도 지난해 추진한 시간제 일자리 대책 외에는 딱히 마땅한 방안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올해 고용 시장은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55세 이상 고령층 주도와 시간제 일자리 중심으로 고용 증가가 이어질 전망이어서 고용의 질 문제는 계속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3일 기획재정부와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에 3.9% 경제성장률 전망 아래, 연간 45만명의 고용 증가를 예상했다. 고용률(15~64세)은 지난해(64.4%) 보다 0.8%포인트 개선된 65.2%를 전망했다.
정부는 경기회복과 고용률 70% 로드맵 등 일자리 창출 노력으로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자료=기획재정부)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열린 '2014년 경제정책방향' 브리핑에서 "2014년에는 지표와 체감경기가 호응하는 말 그대로 명실상부한 경제회복을 이끌어 연간 45만명의 일자리를 만들 것"이라며 "정부는 경제회복세를 일자리로 연결해 내기 위해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 시기를 앞당기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근로문화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김철주 기획재정부 공공정책국장은 "고용은 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 노력으로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최근 40만명대 이상 취업자 증가세를 보이며 개선되는 모습"이라며 "2014년에는 청년·여성을 중심으로 일자리를 창출하고 고용률 70% 로드맵을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러한 정부 전망에 대한 고용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정부가 목표치로 제시한 연간 45만명 고용 증가는 '장밋빛 전망'이라는 반응이고, 정책목표를 현실로 바꿀 수 있는 구체성도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냉정한 평가다.
한국고용정보원은 '2014년 고용전망'을 정부 전망치보다 5만여개 적은 40만4000개로 내다봤다. 고용률도 정부 전망치보다 낮은 59.8%로 전년대비 0.3%포인트 상승을 전망했다.
박진희 한국고용정보원 인력수급전망센터 고용동향파트장은 "올해 경제성장률을 3.8%로 가정하고, 2014년에는 상반기에 고용상황이 개선되는 등 지난해보다 40만4000개 정도의 새로운 일자리 더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료=한국고용정보원)
이와 함께 한국고용정보원은 지난해 고용시장의 주요 특징이었던 '고령자 주도의 취업자 증가, 청년층 고용부진, 상용직 중심, 시간제 근로자의 증가'라는 네 가지 고용상황 특징이 올해도 지속될 것으로 분석했다.
또 청년에 대한 노동수요는 지난해 들어 급격히 감소했고, 사업체내 근로자의 고령화 현상이 뚜렷해지면서 올해도 청년 노동수요가 개선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올 한해 고용시장이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실제 정부가 내놓은 '2014년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올해 일자리 창출 전략은 지난해와 별 차이가 없다. 청년·여성 등 일자리 대책과 시간제 일자리 중심의 고용률 70% 로드맵 추진 등이 전부다.
미온적인 일자리 창출 전략에 정책목표를 현실로 바꿀 수 있는 구체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아울러 올해 기업들의 활발한 고용창출도 미지수다. 우리나라 전체 고용 증가는 기업들의 활발한 투자 아래, 적극적인 일자리 만들기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올해 기업들이 녹록치 않은 대내외 여건 속에서 얼마나 적극적으로 투자에 나설지 의문이다. 또 정년연장과 통상임금 등과 같은 변수들이 기업의 신규채용을 저해할 수 있는 가능성도 존재한다.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278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4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 조사' 결과를 보면 41.3%가 올해 경영계획 방향을 긴축경영으로 잡았다. 현상유지는 37.2%, 확대경영은 21.5%였다.
또 최근 정책금융공사의 조사를 보면 기업들의 올해 투자액이 지난해보다 3조원 넘게 줄어든 136조원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여기에 올해 국내 주요 대기업들의 신입공채 채용 전망도 밝지만은 않다. 잡코리아 좋은일 연구소가 국내 매출액 상위 500대 기업(공기업 제외) 중 조사에 응한 293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2014년 4년 대졸 정규 신입직 채용계획' 설문조사에 따르면 올해 대졸 신규 공채를 진행하는 기업은 51.9%로 절반 정도에 그쳤다.
또 18.8%는 내년 신규 채용 자체가 아예 없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아직까지 채용진행 여부를 결정하지 못한 기업도 29.4%에 달해 올해 신입직 대졸 공채시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금재호 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수년간 국내 대표기업들의 매출이 급증했지만 근로자 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는 추세"라며 "제조업 비중이 어느 정도 한계에 달했고 해외 생산을 늘리는 경향도 지속돼 양질의 일자리가 크게 늘긴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민간연구소 연구위원은 "정년연장과 통상임금 등과 같은 변수들이 고용시장의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며 "이러한 상황들을 감안하면 올해 40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은 어려워 보인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