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아름기자] 유료방송업계의 개인화 트렌드를 타고 개인녹화장치(PVR) 서비스가 급부상하고 있다. 실시간 방송보다 주문형 비디오(VOD) 이용이 늘어나는 쪽으로 콘텐츠 소비 행태가 변화하면서 '나만의 VOD'를 구성할 수 있다는 점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러나 케이블TV, 위성방송 등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를 공급하는 프로그램사업자(PP)사 간에 저작권 협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갈등의 불씨를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기술의 발달에 따라 용량제한이 없는 클라우드에 실시간 방송을 녹화할 수 있는 서비스가 등장하면서 법률적 다툼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0일 유료방송업계에 따르면 스마트TV로의 전환이 일어나면서 PVR 서비스도 활성화 국면을 맞고 있다.
씨앤앰, CJ헬로비전 등 케이블 업계는 이미 몇년 전부터 PVR 서비스를 제공해 왔으며 스마트TV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녹화 기능을 대폭 강화하는 추세다.
스카이라이프도 지난 8일 클라우드를 활용한 PVR 서비스를 출시했다. 기존 하드디스크에 저장하는 방식에서 벗어나 용량 제한을 극복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클라우드에 녹화된 콘텐츠는 1달 동안 보관되며 언제든 원하는 시간에 재생할 수 있다. 휴대용 USB메모리에 저장하는 기능도 제공한다.
(사진=조아름기자)
문제는 저작권이다. 스카이라이프는 우선 50개 채널에 한해서만 클라우드 녹화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해당 PP 채널에서 '협의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반발하고 있다.
PP사들은 스카이라이프가 녹음, 녹화에 대한 권리를 인정하는 계약서를 보내왔지만 그에 응한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PP업계는 대응방안을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국내 저작권법은 콘텐츠 이용자가 자신의 복제기구를 이용해 복제하는 사적복제만 허용하고 있다. 스카이라이프가 제공하는 PVR서비스는 하드디스크가 아니라 업체가 운영하는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하는 형태로, 제3자가 복제 과정에 관여하기 때문에 저작권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7년 공중파TV 프로그램 녹화를 대행하고 다운로드 서비스도 함께 제공하던 인터넷 사이트 엔탈은 MBC가 낸 서비스 금지 청구 소송에서 패소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방송사업자의 복제권과 공중송신권을 침해한다"며 방송 녹화 서비스를 중단하라고 판결했다.
민영동 한국방송협회 대외협력부 부장은 "(클라우드 녹화는) 기술적으로는 충분히 가능하지만 저작권은 굉장히 복잡하게 얽혀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업체간 충분한 협의가 필요하다"며 "동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스카이라이프가) 무리하게 서두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 부장은 "작년에 스카이라이프에서 이 서비스에 대한 요청을 보내왔지만 지상파는 협조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며 "앞으로도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USB 메모리에 콘텐츠를 담아 옮길 수 있는 기능도 논란이다. 기존에 케이블 SO가 운영했던 PVR방식은 셋톱박스에 내장된 하드디스크에 콘텐츠를 담는 방식으로 다른 TV에서 재생하기 위해서는 셋톱박스를 통째로 옮겨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이동이 막혀있었다. 그러나 USB 메모리는 TV, 컴퓨터 등으로 자유로운 이동이 가능하다.
황경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PP저작권 실무위원장은 "PP업체들은 스카이라이프와 동시 중계 방송권으로 실시간 방송에 대해서만 계약했고, USB메모리에 방송을 담는 것은 복제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저작권 침해 여부의 법률적 검토와 대응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반면 스카이라이프는 저작권 문제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형준 스카이라이프 신성장사업팀 과장은 "방송 녹화를 한 해당 셋톱에서만 콘텐츠를 재생할 수 있고 디지털 저작권 보호기술(DRM)을 적용해 불법 복제도 불가능하다"며 "클라우드를 활용할 뿐 개인 녹화와 다를 바가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