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9, 에쿠스에 도전?..'포지션을 찾아라'

입력 : 2014-01-10 오후 4:10:24
[뉴스토마토 이한승기자] "K9을 에쿠스급으로 올려 놓으려고 한다!"
 
기아차가 2014년 K9 부분변경 모델을 내놓으며 밝힌 당찬 목표다. 제 위치를 찾지 못해 겪어야 했던 시장의 외면에서 벗어나 최고급 프리미엄 세단인 에쿠스급으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3.3 모델의 엔트리 트림 가격을 4000만원대로 낮추면서 대중화에 대한 시동도 걸었다.전면 라디에이터 그릴 등 내·외관을 바꿔 품격을 높였다는 점을 강조했지만, 가격이 실제 승부수라는 평가다.
 
◇2014년형 K9과 신형 제네시스, 에쿠스 트림별 가격 비교.(자료=각 사)
 
가격은 3.3모델의 경우 ▲프레스티지 4990만원 ▲이그제큐티브 5590만원이며, 3.8모델의 경우 ▲노블레스 6260만원 ▲VIP 6830만원 ▲RVIP 7830만원으로 책정됐다. 기존 K9의 가격이 5228~8538만원에 형성돼 있던 점을 감안하면 한결 부담을 덜었다.
 
K9의 3.3 모델은 제네시스와, 3.8 모델은 에쿠스와 기본성능 면에서 큰 차이가 없다. 되레 공인연비는 K9이 조금 높은 수준이다.
 
◇2014년형 K9과 신형 제네시스, 에쿠스 성능 및 제원 비교.(자료=각 사)
 
기존 K9의 경우 가격대가 제네시스보다 500~1000만원 가량 비쌌다. 그렇다 보니 K9 3.3 모델을 구입하느니 제네시스를, 3.8 모델을 구입하느니 에쿠스로 돌아섰다. 포지션에 대한 시장의 인식 부재는 외면으로 이어졌다.
 
기존 K9의 판매목표는 월 2000대 수준이었지만 가장 많이 판매됐던 달의 판매량이 1703대에 그칠 정도로 극히 부진했다. 지난해에는 월 평균 419대가 팔렸다. 연간 기준으로 5029대에 그쳤다.
 
기아차는 2014년형 K9을 내놓으며 가격 인하와 함께 판매목표를 월 500대로 현실화했다. 전작의 부진을 감안,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제시했다.
 
김중대 기아차 국내마케팅팀장은 "가격이 4000만원대여도 6000만원 이상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고급 클래스의 품격"이라며 "저변을 넓히면서 소비자들이 고품격 차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가격을 낮췄다"고 말했다.
 
K9이 에쿠스급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5000cc 트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5000cc 트림은 실제 판매량이 높진 않지만 기업 CEO들이 선호하면서 품격을 끌어올린다.
 
이에 기아차는 5000cc 트림 추가도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김 팀장은 "5000cc 트림(추가)은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며 "상징성과 함께 기존 고객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K9이 에쿠스급의 진정한 프리미엄 차량이라는 점을 느낄 수 있도록 시승행사 등 체험활동으로 마케팅을 전개해 나갈 계획이다.
 
아울러 오는 17일까지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 9층에서 'K9, 살롱 드 나인'을 운영한다. 타깃층인 40~50대 각 계의 오피니언 리더들을 초청해 K9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알리겠다는 전략이다.
 
기아차의 이 같은 노력에도 K9이 에쿠스급 세단으로 인식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미지수다.
 
일각에서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연식 변경보다는 풀체인지(완전 변경)를 통해 이미지 구축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소비자들이 갖고 있는 K9에 대한 이미지가 제네시스급인데 연식 변경한다고 에쿠스급으로 올라서진  않는다"며 "풀체인지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바꾸고, 이를 통해 이미지도 새롭게 만들어 완전히 새로운 K9을 보여주는 게 더 나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제네시스의 이미지가 2세대 모델 출시와 함께 한층 고급스러워졌다는 점도 K9에게는 걸림돌이다.
 
현대차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이 주재, 정홍원 국무총리 등 각계 주요인사들 앞에서 신형 제네시스를 공식 선보였다. 특히 제네시스의 경우 풀체인지 모델이 출시되면서 현대차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고 있다. 
 
기아차와 K9이 가진 인지도의 한계에 대한 지적도 있다.
 
기아차는 국내외 시장에서 현대차에 비해 점유율이 낮은데다 지난 2012년 나온 K9이 1999년에 출시돼 고급 프리미엄 세단의 대명사로 자리한 에쿠스에 대항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것.
 
기아차도 당장 에쿠스급으로 올라가기에는 벅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김 팀장은 "미래 지향적으로 봤을 때 에쿠스급으로 가겠다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제네시스 위에 K9과 에쿠스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향후 2~3년 꾸준히 노력해 최소한 제네시스와 비슷하다는 말이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단기적인 목표"라고 강조했다.
 
한편 기아차는 2014년 K9 출시를 통해 에쿠스·체어맨·K9으로 구성된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점유율 30%를 넘어서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지난해 프리미엄 세단 시장에서 K9은 25% 수준, 에쿠스는 60%를 상회하는 점유율을 차지했다.
 
◇2014년형 K9.(사진=기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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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한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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