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정산 지피지기①)도대체 왜 하는 걸까

입력 : 2014-01-13 오전 9:13:45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2014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의 묵은 일은 정리하고 새로운 한해를 맞아야 하지만,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지난해의 기억을 끄집어 내야 하는 일이 한가지 남아 있다. 바로 '연말정산'이다.
 
어떤 이는 '13번째 월급'이라며 기대에 차 있지만 또 어떤 이는 세금을 토해낼 것이 걱정인 것이 연말정산이다. 특히 해마다 달라지는 세법 때문에 10년~20년차 직장인들에게도 연말정산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그러나 옛말에 지피지기(知彼知己)면 백전백승(百戰百勝)이라 했으니 설령 머리 속에 지우개가 달려 내년에 다시 똑같은 고민을 할지언정 이번 연말정산만큼은 꼼꼼하게 준비해서 13번째 월급은 못되더라도 되돌려 받아야 할 세금을 놓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뉴스토마토는 독자들의 복잡한 연말정산 준비에 보탬이 되고자 반드시 알아야 할 기본적인 정보를 묶어 10차례에 걸쳐 연재한다. 부디 다음달엔 좀 더 두둑한 월급통장을 받아보시길. [편집자]
 
 
연말정산을 준비하는 직장인에게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한 것은 돌려받거나 혹은 토해내야 할 세금이 얼마인지일 것이다. 한푼이 중요한 월급쟁이에게 어쩌면 당연한 일.
 
그러나 그보다 앞서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하나 있다. 바로 '왜?'라는 물음이다.
 
매년 이맘 때면 신용카드를 얼마썼네, 보험을 몇개를 들었네, 부모님 부양공제는 형이 받을거냐 동생이 받을거냐, 약국 영수증은 새로 발급을 받아야 하네 마네 복잡한 고민을 하면서도 도대체 왜 이것을 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을 해본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떼 간 세금중에 잘못 떼 간 것을 돌려주거나 덜 떼간 것을 더 떼가는 것이 연말정산이라고는 하는데, 생각해보시라. 처음부터 잘 떼가면 될 것이지 귀찮게 왜 해마다 이짓(?)을 하게 하는 것일까.
 
얼마를 받고 얼마를 토해내기 이전에 도대체 왜 하는지 알고있자는 것이다. 적어도 국민의 의무인 세금을 내는 당당한 납세자로서 이정도 이유는 당연히 알아야 하지 않을까.
 
뉴스토마토와 함께하는 2013년 연말정산 지피지기 시리즈 그 첫번째편에서는 연말정산은 무엇이고 도대체 왜 하는것인지에 대해 알아본다.
 
◇적당히 떼간 후 다시 정확하게 정산하는 것
 
서론이 길었으니 우선 간단히 요약부터 하자면 연말정산은 1년 동안 납부했던 세금을 연말에 한꺼번에 정산하는 것이다.
 
왜 정산하느냐. 매달 떼가는 세금이 태생적으로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소득세는 매년 5월에 종합소득세 신고납부기한을 통해 납부하는 것이지만, 근로자에 대해서는 국가가 회사(기업)를 통해 매달 급여에서 미리미리 조금씩 떼가고 있다.
 
매달 떼가는 이유는 크게 두가지다. 국가의 입장에서는 세수 확보와 징수편의성을 확보할 수 있고, 근로자의 입장에서는 세금부담 경감과 납세 편의성의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매월 세수입을 고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고 납세자는 1년치를 몰아서 세금을 납부해야하는 부담을 덜 수 있는 것이다.
 
사업자가 아닌 근로소득자에게서만 매월 징수가 가능한 것은 국가와 근로자 사이에 세금 전달자의 역할을 하는 회사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회사가 세금을 걷어서 국가에 전달하는 이 행위를 '원천징수'라고 하고, 법에 따라 이것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를 '원천징수의무자'라고 부른다.
 
문제는 매달 세금을 떼 갈 때 국가가 근로자 각각의 개인사정을 모르기 때문에 '간이세액표'라고 하는 기준을 적용한다는 것.
 
근로소득세를 납부해야 하는 근로소득자는 1500만명이 넘는데 국가가 1500만개의 사례를 각각 적용할 수 없으니 급여수준과 부양가족의 수 등을 기반으로해서 말 그대로 세금의 액수를 간단하게 추정한 것이 간이세액표다.
 
예를 들어 부양가족이 3명인 월급여 400만원인 근로소득자의 경우 평균적으로 국민연금이나 연금보험은 어느 정도 붓고, 의료비나 교육비 등 특별공제는 어느 정도 받는지 등에 대해 추정한다.
 
특정급여 수준의 근로소득자가 부양가족 몇명을 부양하고 있을 때에 대략 이정도 세금이 부담되더라 하는 식의 룰로 만들어진 것.
 
특히 세법은 세금의 소득재분배나 정책지원의 기능을 담고 있어서 각종 소득공제나 세액공제 등 고려해야할 사항이 많고, 복잡하다.
 
때문에 1년치를 이렇게 간이하게 세금을 부과하고 나면 실제 부담해야 할 세금과 차액이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누구는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를 더 쓰고, 누구는 큰 수술을 받아서 의료비를 많이 쓸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간이하게 떼 간 것이 실제 떼 가야 할 세금보다 많으면 돌려주고, 적으면 더 걷는 것이 바로 연말정산이다.
 
◇국세청은 간이세액표에 따른 소득세 납부세액 조회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사진=국세청 홈페이지)
 
◇꼼꼼하게 준비하지 않으면 대충 내게 된다
 
앞서 언급된 것처럼 근로자의 급여에서 매달 빠져나가는 소득세는 간이세액표에 따라 어림잡아 계산된 것이다.
 
하나의 예로 국세청의 간이세액표 계산방법 중 특별공제항목을 살펴보면 공제대상 가족의 수가 2명 이하인 경우 210만원 더하기 연간 총급여액의 4%를 특별공제대상금액으로 추산한다.
 
근로자마다 보험료나 의료비, 교육비, 주택자금 등을 지출하는 수준이 다르고, 기부금을 내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이런 여러가지 특별공제 항목이 이렇게 간단한 방식으로 어림잡아 추산되는 것이다.
 
대충(물론 간이세액표는 여러가지 통계를 적용해 과학적으로 만들어졌고 세법개정때마다 함께 갱신된다) 떼 간 것을 방치하면 세금을 대충 내게 되는 셈이 된다.
 
더 떼갈 수도 있고 덜 떼갈 수도 있지만 근로자 입장에서 걱정되는 것은 당연히 '더 떼간' 경우다.
 
연말정산을 꼼꼼하게 준비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충 준비하면 대충 세금을 더 낼 수도 있다.
 
사실 옆 사무실의 김 대리는 연말정산 환급금으로 얼마를 받았는데 나는 이 것밖에 못 받았다고 해서 억울할 일은 아니다. 세법에 따라 더 낸 것을 돌려받고 덜 낸 것을 더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개인에 따라 부양가족도 다르고 급여를 사용하는 방식과 항목도 다르기 때문에 돌려받는 세금에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정말 억울한 일은 당연히 돌려받아야 할 것을 못 받았을 경우다. 자 이제 준비를 시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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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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