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지난해 프로야구 LG 트윈스는 2002년 이후 11시즌 만에 '숙원'인 프로야구 포스트시즌에 성공했다.
비록 1승만을 거둔 채로 초라하게 가을 야구를 마쳤지만 오랜 기다림이 가져온 '간절함'은 대단했다. 팬덤이 큰 LG답게 '가을야구 상징'으로 꼽히던 유광점퍼는 출시와 함께 빠르게 매진됐으며 곧바로 추가 발주를 해야만 했다.
LG는 지난해 1차전을 지고 2차전을 가져와 다시 시작했지만 3·4차전을 연패하면서 '가을야구'를 마쳤다. 상대는 오랫동안 잠실 라이벌로 불렸고, 혈전의 준플레이오프를 치렀던 두산이다. 자연스레 '경험부재'와 관련된 지적이 나왔다.
그렇다면 LG는 올시즌 다시 '가을 야구'를 할수 있을까?
◇류제국. (사진제공=LG트윈스)
◇S(Strength : 강점) - '11년만의 가을야구' 자신감·안정감 얻은 투타
11년 기다려 닷새만에 무대를 내려간 사실을 빗대 혹자는 LG의 지난해 가을야구를 가리켜 '마치 매미의 일생과 같다'고 비꼰다. 실책이 베테랑과 신예를 가리지 않고 잇따라 나왔고 위기상황 대응에 선수들은 물론 벤치도 좋은 솔루션을 내놓지 못했다.
물론 올해도 그럴 것이란 법은 없다. 오히려 젊은 벤치와 가을에 야구한 경험이 없거나 적은 선수들이 단기전 경험을 축적했다고 본다면 올해는 더이상 실수를 거듭할 가능성은 낮다.
LG는 오랫만에 자신감을 찾았다. 더불어 자신의 약점을 알고 이에 대응할 기회를 얻었다.
이는 지난 한해동안 주어진 여건 하에서 선수단을 잘 이끌면서 팀 전력을 끌어올린 김기태 감독의 역량으로 여겨도 무방하다. 아직 감독의 경험이 적고 취임 당시에 기본기가 갖춰진 팀이 아니었던 점을 본다면 2014년도 성적은 더욱 나을 것이라 희망을 가질 만하다.
선수들도 모처럼 자신감을 찾았다. 'DTD'('내려갈 팀은 내려간다'는 뜻을 가진 비문 'Down Team is Down' 문장 첫 글자를 딴 조어)로 불리며 시즌초 하위권 예상이 거듭되던 팀에서 올해는 우승도 가능한 유력 팀의 하나로 평가를 받고 있다. 선수의 '기'가 살 수 밖에 없다.
자신감이 살아날 정도로 상당히 좋아진 성적만큼, 선수들의 안정감도 여러모로 더해졌다.
이미 지난해 10승 이상 투수 3명(류제국 12승, 리즈 10승, 우규민 10승), 팀 평균자책점 1위(3.72) 등 의미있는 기록이 세워졌고, 이병규(배번 9번)을 시작으로 박용택-정성훈-이진영의 순으로 이어지는, '베테랑 4인방'은 건재하다.
게다가 LG는 전력 누수가 거의 없다. 삼성이 오승환의 빈자리가 크고 두산은 상당히 많은 인원이 빠져나간 것과는 대조적이다. 성적이 좋거나 나쁘거나 꾸준한 투자를 하는 구단주가 있다는 사실도 LG에게 강력한 힘이다.
◇조쉬 벨(Josh Bel, 왼쪽), 코리 리오단(Cory Riordan). (사진제공=LG트윈스)
◇W(Weakness : 약점) - '팀 홈런 합 ≒ 넥센 1·2위 홈런 타자 홈런 합' 약한 타선
팀의 투타가 안정되긴 했지만 지난해 LG에게는 거포가 딱히 없었다. 60개인 팀 홈런은 '9개 구단 중 8위'로, 1위와 2위인 넥센(129개)·SK(124개) 팀 홈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화(49개) 덕분에 '꼴찌'는 면했다.
시즌 후반들어 '주루 플레이가 빼어나지 못했다면 결코 득점 기회를 엮기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평이 나왔던 주된 이유다.
넥센의 '홈런왕' 박병호(37개)와 2위인 강정호(22개)의 홈런 수를 합한 것과 비교한다면 LG의 홈런 수는 더욱 초라하게 느껴진다. LG 팀 홈런 수가 두 선수 홈런 합계에 비해 겨우 1개 많다.
물론 잠실구장의 구장 크기가 국내 최대며, 넥센의 홈 구장인 목동야구장이 작다는 걸 감한할 수도 있다. 하지만 같은 잠실구장을 쓰는 두산의 홈런 수가 LG의 배에 가까운 111개인 것을 보면, '구장 크기'를 변명 거리로 삼기에는 머쓱하다.
LG는 10일 외국인 타자 조쉬 벨(28·Josh Bell)의 영입을 최종 확정해 발표했다. 마이너리그 통산 743경기에 나서 '106홈런 448타점, 타율 0.279'의 기록을 올린 타자이지만, 빅리그 성적은 '100경기 출전, 4홈런 22타점, 타율 0.195'에 불과하다. 한국에 잘 적응해 팀에 힘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직까지는 물음표다.
또한 LG는 15승 이상을 책임질만한 투수가 없다. 지난해 한국 데뷔 시즌인 류제국이 12승을 올리긴 했지만, 평균자책점은 3.87이다. 과거 한화에서 뛰던 류현진(현 LA 다저스)처럼 '등판 = 승리'의 공식을 쓸 투수가 한 명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임재철. (사진제공=LG트윈스)
◇O(Opportunity : 기회) - 타팀 베테랑과 외국인 타자 영입
LG에 지난해 부족했던 요소가 경험이었다면, 시즌 후 LG는 타팀 베테랑 선수 영입을 통해 이를 해결했웠다. 지난해 우승을 다투던 삼성이나 두산과는 반대다. 주축 멤버는 그대로이면서 팀에게 힘이 될 좋은 선수의 잇단 영입으로 약점을 메운 것이다.
LG는 지난해 11월22일 두산의 임재철을 '2차드래프트'로 영입했다. 불과 35일전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LG를 저지했던 선수를 데려온 것이다. 임재철은 강견을 토대로 수준급의 수비를 선보이는 노장 선수로 좋은 출루율과 노련한 주루도 갖추었다. LG는 이런 선수를 2차드래프트란 뜻밖의 기회로 영입한 것이다.
출루율이 높은 임재철의 활용도는 넓다. 이병규(배번 9번)-박용택-이진영 모두 노장들로 체력의 안배가 문제였다. 하지만 임재철의 합류로 LG는 외야를 여러 형태로 엮을 방법이 생겼다.
지난 시즌까지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김선우도 데려왔다. 김선우는 아직 선발 로테이션 내에 들만한 기량을 갖추었다. 단기전 필승을 위한 쓸만한 카드다.
게다가 경기 후반 마운드를 맡을 전역 선수도 상당수다. 특히 스윙맨으로 뛰던 정찬헌은 재활 훈련도 잘 해내며 많은 기대감을 갖게 한다.
LG의 또 다른 '기회'는 경기도 이천시 대월면 일대에 짓고 있는 2군(퓨처스) 훈련장이다. LG가 구리구장을 쓰지 못하게 된 상황이 되려 전화위복이 됐다. LG스포츠는 선수 육성을 위한 최상의 시설을 만들고 있다.
◇2014년 7월에 준공될 예정인 LG트윈스가 짓는 복합 체육시설의 조감도. (이미지제공=LG트윈스)
◇T(Threat : 위협) - 너무 베테랑 선수에 쏠린 무게추
약점만 보완한다면 구단과 팬들의 최종목표인 우승은 어려운 목표가 아닐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축성(築城)은 쉽지만 수성(守城)은 어렵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베테랑 선수의 활약도 필요하지만, 그만큼 유망주도 성장해야 할 것이다.
LG는 지난해를 빼면 포스트시즌 경험 선수들이 적다. 올시즌을 앞두고 새롭게 영입된 김선우와 임재철을 뺀다면 투수 5명과 야수 7명을 합쳐 12명에 불과하다. 이들은 지난 1년 동안, 꾸준히 엔트리를 유지했다.
김용의와 문선재는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고 후반기부터 기운을 찾은 유원상은 마운드에 힘이 됐다. '유망주' 신정락도 드디어 9승으로서 활약을 펼쳤다.
그렇지만 상당수의 젊은 선수가 아직 뚜렷한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LG의 고민거리며 앞으로 해결해야 하는 '필수과제'다.
타선의 이병규(39)-임재철(38)-박용택(34)-현재윤(34)-이진영(33)-정성훈(33), 마운드의 김선우(36)-정현욱(36)-봉중근(34) 등 많은 선수들이 30대 중후반을 앞둔 상황에 유망주의 개화(開花)는 필연이다.
11년만에 가을 야구를 한 팀에게 세대교체 요구는 무리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LG판 응답하라 1994'를 20년만인 2014년에 찍고 다시 암흑기에 들지 않기 위해서는 대비책이 필요하다. LG가 노쇠화하는 팀을 어떻게 극복할지 기대된다.
◇서울 잠실야구장 전경. (사진제공=LG트윈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