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한파는 지속..재벌총수 선고 줄줄이 대기

입력 : 2014-01-13 오후 3:14:24
[뉴스토마토 김미애기자] 재계 표정이 여전히 어둡다. 대내외 경제지표가 조금씩 호전됨에도, 경제민주화 정책이 상당 부분 후퇴했음에도 부담을 덜지 못하는 모습이다.
 
새해 들어 재판 시작을 앞두거나 법원 선고를 기다리는 재벌그룹 총수만 8명에 이른다.
 
우리나라 기업문화 특성상 총수는 해당기업과 동일시된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이들 총수들이 줄줄이 법정 앞에서 대기하면서 올 한 해도 재계로서는 거친 풍파를 헤쳐나갈 수밖에 없게 됐다.
 
더욱이 재벌총수를 향한 검찰과 법원의 잣대가 엄격해지면서 그간 관행처럼 여겨졌던 솜방망이 처벌은 더 이상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실형 선고가 줄을 이으면서 해당기업들의 숨도 가빠졌다.
 
자칫 총수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해당기업의 경우 기본적 경영계획은 물론 전략투자 등의 책임 있는 의사결정도 전면 보류할 수밖에 없는 처지다. 비상경영 체제가 장기화되면서 피도감도 한층 높아졌다.
 
◇총수들의 기나긴 법정공방..줄줄이 '실형'
 
10대그룹 총수 중 2명은 이미 경영 일선에서 자취를 감췄다. SK와 LIG의 경우 이례적으로 총수 형제와 부자가 동시에 실형을 살고 있다.
 
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심 선고 직후 법정구속돼 1년째 수감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011년부터 검찰 수사가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검찰과의 악연만 3년째다.
 
유·무죄를 다투고 있는 최 회장으로선 대법원의 판단에 따라 명운이 갈리는 셈이다. 항소심에서 선고 받은 징역 4년이 확정될 지, 또는 파기환송으로 기사회생할 지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왼쪽부터)대법원 선고를 앞둔 최태원 SK그룹 회장, 파긴환송후 항소심 선고를 앞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1심 결심공판과 선고를 앞둔 이재현 CJ그룹 회장(사진=뉴스토마토 DB)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부당하게 지원해 회사에 손실을 입힌 혐의로 기소돼 다음달 6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된 만큼 한화 측은 일말의 기대를 안고 항소심에 마주하게 됐다.
 
2012년 8월 1심 선고 이후 수감된 김 회장의 경영 공백은 무려 1년 반을 넘어섰다. 건강도 여의치 않으면서 항소심 결과에 상관 없이 그의 경영 복귀는 지체될 수밖에 없을 전망이다.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기소된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오는 14일 결심공판을 갖는다. 법원의 인사이동 시기를 감안하면 다음달 중순쯤 1심 선고가 있을 전망이다. 이와는 별도로 선대회장 유산을 놓고 벌이는 상속소송으로 삼성그룹과의 관계도 소원해졌다.
 
'사기성 CP'를 발행해 투자자들에게 거액의 손해를 입힌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3년이 선고된 구자원 LIG그룹 회장은 다음달 6일 항소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형제간의 갈등으로 구설수에 올랐던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은 오는 16일 1심 선고를 앞두고 있다. 박 회장은 결심공판에서 징역 7년의 실형을 구형 받았다. 선고 결과에 따라 자칫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파경에 이를 수도 있다. 
 
◇효성, '법정공방' 시작..동양·KT, 사법처리 임박
 
검찰수사를 거쳐 이제 막 법정공방을 시작하게 된 그룹들도 있다.
 
지난 9일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분식회계를 통한 탈세와 횡령, 배임 등의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장남 조현준 사장, 임직원과 함께  불구속 기소됐다. SK·한화그룹의 사례를 감안하면 최소 2년의 기나긴 재판 여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과 이석채 전 KT 회장을 향한 검찰의 칼날도 매섭다. 오는 13일과 14일 각각 영장실질심사(구속전 피의자심문)를 앞둔 상황으로, 검찰은 이들에 대한 사법처리 방침을 확고히 했다.  
 
사기성 기업어음 발행 의혹을 받고 있는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은 13일 첫 공판을 가졌다. 수개월간 법정공방을 거쳐 올해 하반기쯤 1심 선고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서는 SK·한화, CJ그룹에 이어 올해 동양그룹과 KT로 이어진 검찰수사를 놓고 기업비리 엄단의 신호탄으로 보며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 모양새다.
 
세기의 소송으로 주목받은 '삼성가 유산 상속 소송' 역시 법원의 판단만을 남겨두고 있다. 항소심에 이르러 이맹희 전 제일비료 측 제의로 한때 화해 급물살을 타기도 했지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거절로 조정은 결렬됐다.
 
앞서 1심은 이맹희 전 회장이 이건희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주식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이건희 회장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이는 또 형제가인 삼성과 CJ 간 신경전으로 비화되는 등 잡음만을 남겼다는 평가다.
 
◇경영공백 여파에 '휘청'..총수 운명에 재계 '주목'
 
기업에 대한 검찰수사가 본격화되면서 해당그룹들의 실적 부진은 예견된 바 있다.
 
실제로 SK그룹은 그동안 최 회장이 공을 들였던 중국사업의 부진과 기존 사업군의 실적 악화로 지난해 힘든 한 해를 보내야만 했다. 인수합병과 해외투자 등 전략적 의사결정도 전면 보류됐다. '따로 또 같이 3.0'을 통해 최 회장의 공백 메우기에 돌입했지만 그의 빈 자리는 여전히 크다는 평가다. 
 
한화그룹 역시 김 회장의 수감 이후 비상경영 체제를 구축, 경영 공백을 최소화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무게감을 채우기가 쉽지 않다는 게 그룹 안팎의 공통된 전언이다. 당장 한화건설이 주축이 된 이라크 재건사업에서 추가수주의 가능성이 줄어들었다. 또 장남 김동관 실장이 주도하는 태양광 사업도 활로 찾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최근 법원 안팎에서는 김 회장이 피해금액 대부분을 공탁했고, 대법원에서 일부 무죄가 확정된 부분도 있다는 이유를 들어 감형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최근 3년간 기업 총수들에 대한 법원의 잣대가 지극히 냉랭하기만 했다는 사실을 들어 쉽지만은 않은 싸움이 될 것으로 보는 관측이 현재로선 지배적이다.
 
전격 복귀인가, 장기간 부재인가. 다음달부터 차례로 예정된 법원 판단에 따라 해당그룹들은 물론 재계의 명운도 함께 엇갈릴 전망이다. 시간은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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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미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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