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35%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국내 48만2600여개 법인이 납부하는 총 법인세 중 20.6%를 두 그룹이 부담하고, 증권시장 전체 시가총액에서 두 그룹 계열 상장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36.5%에 달하는 등 의존도가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2008년 이후 5년간 두 그룹으로의 쏠림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면서 경제 양극화는 물론, 경제지표의 착시현상을 불러 일으키면서 국가경제 전체가 심하게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인 CEO스코어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최근 5년간 우리나라 경제에서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을 조사한 결과, 2012년 GDP 대비 양대 그룹 매출 비중이 35%에 달했다. 삼성이 23%, 현대차가 12%를 차지했다.
이는 2008년 23.1%에 비해 11.9%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삼성은 7.1%포인트, 현대차는 4.8%포인트 상승했다.
2012년 기준 국내 전체 법인(48만2574개)의 손익계산서상 계상된 법인세 비용에서도 삼성과 현대차 양대 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20.6%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법인세 비용이 47조3000억원으로, 이중에서 삼성그룹이 6조6000억원, 현대차그룹이 3조1000억을 부담했다. 두 그룹의 법인세 합계 총액은 9조7000억원이었다.
2008년과 비교하면, 전체 법인세는 41조5000억원에서 13.9% 증가한 반면, 양대 그룹의 법인세는 2조9000억원에서 6조8000억원으로 232%나 늘었다.
증시에서의 왜곡성은 더 심각하다.
두 그룹의 상장 계열사는 27개사로, 지난해 9월말 기준 코스피와 코스닥시장 상장기업 1741개사의 1.6%에 불과하지만,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34.9%에 달했다.
삼성전자, 삼성화재, 삼성중공업, 삼성물산 등 삼성그룹 17개 상장사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9월말 297조6000억원으로, 전체 시총 1254조3000억원의 23.7%를 차지했다. 현대자동차, 현대모비스, 기아자동차 등 현대차그룹 10개 상장사는 140조원으로, 전체의 11.2%에 달했다.
두 그룹의 시가총액은 2008년 말 134조1000억원에서 지난해 9월말 437조6000억원으로 226% 늘었고, 비중은 21.9%에서 34.9%로 13%포인트 높아졌다.
금액으로는 삼성이 186조4000억원(168%), 현대차가 117조2000억원(512%) 각각 증가했다. 같은 기간 국내 증시 규모는 612조원에서 1254조3000억원으로 105% 커졌다.
같은 기간 두 그룹을 제외한 나머지 상장사 시가총액이 477조9000억원에서 816조6000억원으로 70.9% 증가에 그친 것과 비교하면 큰 폭의 성장세다.
국내 전체 기업 경영지표에서도 삼성과 현대차그룹이 차지하는 비중은 10~35%로 절대적이다.
2012년 국내 전체 법인이 거둔 매출 4212조원 중 11.3%인 476조8000억원을 양대 그룹이 올렸다. 영업이익은 192조1000억원 중 34조5000억원(22.4%), 당기순이익은 122조9000억원 중 42조9000억원(34.9%)으로 양대 그룹의 편중도가 극심하다.
삼성과 현대차를 제외한 나머지 기업들이 장기간의 경기침체로 수익성이 악화, 일부 기업들의 경우 유동성 위기에 직면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같은 쏠림현상은 두 그룹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연결기준)만 따져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2012년 GDP 대비 삼성전자와 현대차 2개사의 비중이 2각각 14.8%와 6.2%로 총 21.0%에 달한다. 지난해 3분기에는 비중이 22.5%로 더욱 높아졌다.
법인세 비용 부담도 2개 기업 비중이 18.2%를 차지한다. 삼성전자 단일 기업이 부담하는 법인세만 3조3000억원으로, 종속회사를 합칠 경우 6조원에 이른다.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국내법인 전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각각 19.5%, 26.8%로 극단적 쏠림 현상을 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