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비자 甲의 시대)①껍데기만 챙긴 당국의 소비자보호

입력 : 2014-01-17 오전 9:58:43
[뉴스토마토 김하늬·김민성기자] 잇따른 금융사고의 여파로 걷잡을 수 없을 만큼 소비자가 '뿔'이나자 소비자보호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금융사 CEO들과 당국 수장들은 하나같이 '신뢰'와 '소비자보호'에 대해 강조했다.
 
뉴스토마토는 금융당국·금융사의 소비자보호 강화 방안과 함께 국내 소비자보호 수준은 어느 정도인지, 또 금융시장의 발전과 소비자보호의 사이에서 소비자보호에 대한 올바른 방향에 대해 심도있는 분석을 제시해본다. [편집자]
 
국내 금융시장에서 소비자보호 수준은 낮다. 최근에 터진 대량의 개인정보 유출사태만 봐도 그렇다.
 
결국 금융당국과 금융사들의 그간의 소비자보호 활동은 수박겉핥기였음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여전히 금융권의 문턱은 높고, 자기 목소리를 내는 금융소비자들은 소수다. 이제는 사소한 민원의 해결(?)만이 소비자보호로 인식돼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시점이다.
 
그간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소비자의 권익이 저축은행, 동양그룹 사태 등 굵직굵직한 사건을 거치며 금융권의 시대적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당국도 소비자보호의 중요성을 깨닫고 뒤늦게 나마 소비자보호를 위한 정책을 쏟아내며 뒷심을 발휘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금감원의 '금소처' vs. 금융위의 금융소비자보호 '3종세트'
 
먼저 금융당국은 금융소비자보호 관련 법률에 대한 시각을 바꾼다. 기존에는 금융상품 구매자를 '투자자'로 봤지만 '소비자'로 판단하기로 한 것이다.
 
저축은행 사태를 겪은 후 2012년 5월경 금융감독원은 발빠르게 원장 직속 기구인 '금융소비자보호처'를 설치했다. 당시 국무총리실에서 권고한 금융감독혁신방안을 이행키 위해 감독과 검사 업무에서 금융소비자 보호 부문을 분리하면서 신설된 것.
 
금소처는 각 부서에서 뒷전으로 밀려 있는 소비자보호 관련 업무를 최우선으로 배정하고 이를 인사고과에도 반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에 뒤질세라 금융위원회도 금융소비자보호법과 금융감독체계를 개편하는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의 분리안을 발의했다. 아울러 지난해 8월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까지 설치하며 소위 금융소비자보호 '3종세트'를 구축하게 됐다.
 
하지만 불합리한 금융관행을 발굴해 개선한다는 취지로 마련된 금융소비자보호기획단은 애초 예상했던 규모보다 훨씬 축소됐고, 운영 기간도 최대 2년까지만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올해 3억원의 예산으로 6명이 임무를 수행한다.
 
금융위와 금감원 간 줄다리기로 늦게나마 소비자보호가 공론화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더러 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두 기관이 금융위기와 저축은행 사태 이후 소비자보호에 대한 과당경쟁 구조가 만들어 진 것 같다"며 "실효성은 뒤로한 채 새로운 소비자보호 업무만 과시하려는 의도가 보인다"고 따금하게 지적했다.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항상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이었다"며 "부서를 신설하는 것은 긍정적 의도이겠지만 관료들의 자칫하면 '자리 나눠먹기'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금소원 분리에 대해서는 두 기관 사이 이견이 있어 접점을 찾지 못했지만 박근혜 이를 대통령이 직접 언급하면서 금소원을 분리하는 방향으로 급물살을 타는 모양새다.
 
지난해 12월20일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열린 금융인 오찬간담회에서 "이제는 더 이상 금융권에서 서민들에게 고통을 주는 일은 멈춰야 하고 금융소비자보호원을 분리 설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며 금융위가 제출한 금융감독체계 개편안에 힘을 실었다.
 
◇'소비자보호=민원감축' 공식 깨고 '외눈박이' 감독 벗어나야
 
지난 8일 밝혀진 카드사 고객정보 유출 사고로 금융사들의 개인정보보호에 대한 ‘수수방관’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일각에서는 당국이 소비자보호의 초점을 '불완전판매'에만 두는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의견을 제기하기도 했다.
 
◇최종구 금감원 수석부원장이 13일 열린 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담당 임원(CISO, CPO)회의에서 모두발언을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News1
 
지난해 말 한국SC은행, 한국씨티은행에서 13만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된데 이어 또다시 1억건에 달하는 신용카드 3사의 개인정보 유출사고가 터졌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불완전 판매 때문에 큰 사건이 터지다 보니 자연스레 민원처리나 정책방향도 한쪽으로만 몰리는 것"이라며 "소비자보호가 한 측면으로만 기울어지면 나머지 부분에 구멍이 나기 마련"이라고 질타했다.
 
이 관계자는 "가장 근본적인 소비자보호는 고객의 개인정보 관리에서 시작한다"면서 "당국은 각 금융사가 고객 정보관리에 만전을 기하도록 철저히 감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금융권에서는 그간 정량적(定量的) 평가 위주로 시행됐던 소비자보호 평가를 정성적(定性的)평가로 한단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최수현 금감원장도 지난 2일 신년사에서 "금융사에 대한 소비자보호 실태평가제도를 도입할 것"이라며 소비자 보호조직 운영 현황, 인사시스템 등 '비계량'적인 부분도 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윤영은 금융위 금융소비자과장은 "비계량적 요소를 평가에 포함하는 것은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며 "나아가 평가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 보다는 그만큼 고객에게 진심으로 다가서야 한다는 신호라고 보면된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민원은 소비자 보호업무의 마지막 과정"이라며 "소비자보호를 곧 민원이라고 생각하는 프레임에서 벗어나야 하며 항상 선제적 대응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잊어버려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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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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