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대해부)⑤한진, 순환출자 해소·경영승계 가속화

업황 침체에 대한항공·한진해운 직격탄..재무구조 악화에 유동성 위기
한진해운 계열분리 사실상 무산..3세경영 속도전

입력 : 2014-01-17 오후 1:06:31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한진그룹은 순환출자 해소와 관련해 10대그룹 가운데 정점에 서 있다. 올해 최대 현안 역시 지주사로서의 전환과 이 과정에서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히 끊어내는 일이다.
 
동시에 3세경영을 위한 승계 작업도 본격화된다. 조양호 한진그룹의 장남인 조원태 한진칼 대표이사와 조현민 대한항공 전무 등 3세로의 경영권 승계가 속도를 낼 계획이다. 조 회장의 자녀(3남매)들이 차츰 직함을 늘려가며 3세경영의 신호탄을 쐈다.  
 
사업 부문의 과제로 녹록치 않다.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와 더불어 계열분리를 추진했던 한진해운을 다시 품에 안아야 하는 과제도 남아있다. 이는 갈등을 내포한다.
 
한진그룹은 지난 2002년 창업주인 조중훈 회장 별세 이후 조양호, 조남호, 조수호, 조정호 4형제의 전공과 성격을 바탕으로 소그룹 독립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이른바 계열 분리다.
 
공대 출신인 장남 조양호 회장이 그룹의 주력 업종인 대한항공 등 운송부문을, 차남인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이 건설과 중공업, 레저를 전담했다. 삼남 조수호 회장은 한진해운을, 사남 조정호 회장이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 등 금융부문을 맡았다.
 
한진해운의 경우 고(故) 조수호 회장의 부인인 최은영씨가 경영권을 물려받았다. 이후 경영권을 놓고 형제 간 소송이 이어지는 등 잡음이 일기도 했지만 업황 회복과 부동산 가치 상승 등으로 독립경영의 성과도 가시화됐다.
 
하지만 최근 수년간 항공업과 해운업의 업황 부진으로 계열사 간 지분 이동이 잦아지고, 경제민주화 바람을 타고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대한 정치권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한진그룹은 지주사로의 전환에 착수했다.
 
◇지주사 전환..연내 순환출자 해소 가능성
 
장남 조양호 회장이 이끄는 한진그룹은 지난해 순환출자구조 해소에 착수했다.
 
지난해 11월 동양증권 채권분석팀이 내놓은 '2014 한국기업의 지배구조' 보고서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지난해 1월 한진-대한항공-정석기업-한진, 대한항공-한진관광-정석기업의 순환출자 구조에서 한진관광을 한진관광투자(정석기업 지분보유)와 한진관광(한진관광투자 100% 자회사)으로 물적분할한 후, 한진관광투자를 대한항공과 합병했다. 이를 통해 대한항공이 정석기업 지분 48.3%를 보유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이후 3월 한진칼 지주회사 설립을 발표하고, 8월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순환출자 구조 해소와 지배구조 투명화가 당시 한진그룹이 내세운 지주회사 전환의 명분이었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을 한진칼과 대한항공으로 인적분할했으며, 한진칼이 정석기업, 진에어, 한진관광, 토파스여행정보 등의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대한항공은 한국공항을 비롯해 한진에너지 등을 자회사로 뒀다. 이를 통해 한진칼-정석기업-한진-한진칼의 순환출자 지배구조가 형성됐다. 지주사로 전환은 했지만 순환출자 고리는 해소하지 못했다. 완전한 순환출자 구조 해소를 위해서는 추가적인 지분관계 조정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동양그룹 사태가 발생, 순환출자 구조 해소에 대한 여론의 요구가 높아졌다. 계열사를 편법 지원하는 수단으로 순환출자를 활용해온 사례에 대한 여론의 비난이 높아지면서 정치권의 움직임도 분주해졌다.  
 
이에 지난해 8월 지주사 전환에 이어 순환출자 해소에 대한 필요성을 느꼈던 한진그룹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다만 국회가 기존 순환출자를 제외한 신규 순환출자만을 금지키로 하면서 부담은 덜었다. 새누리당이 민주당 등 야권의 반발을 무릅쓰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 이행에 충실하며 재계의 부담을 덜어줬다.
 
(자료=동양증권)
 
현재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지주사인 한진칼이 정석기업을 합병하는 것이다.
 
지난해 한진칼 대표에 취임한 조원태 부사장은 최근 "정석기업의 부동산 임대 관련 사업 대부분이 한진칼로 넘어온 상태"라며 "정석기업이 한진칼로 흡수합병 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며 사실상 합병을 예고했다.
 
양사 간 합병이 현실화될 경우 한진칼-정석기업-한진-한진칼의 순환구조에서 한진칼-한진의 2단계로 줄어들어 순환출자 구조가 해소된다.
 
또 지주사로서 한진칼의 자금력 확충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진칼의 자본총계는 5674억원, 부채총계는 2958억원으로, 부채비율은 52.12%에 이른다.
 
현행 공정거래법은 지주회사의 부채비율이 200%를 초과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지주사가 부채를 통해 무리하게 계열사를 확장, 유지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한진칼의 부채비율은 아직 안정적인 수준이지만 자본규모가 5000억원대에 지나지 않아 대한항공 등 그룹 내 주요 계열사에 비해 아직은 턱 없이 규모가 작다.
 
또 지주사의 특성 상 계열사 지분 이익 외에 뚜렷한 수익 모델이 없다는 점도 정석기업과의 합병 가능성에 무게를 실어 준다. 현재 한진칼의 주요 수입원은 정석기업 등 각 부동산 자산에서 나오는 100억원가량의 임대료다.
 
◇한진해운 경영정상화 속도..한진해운 계열분리 무산
 
한진그룹의 순환출자 해소와 함께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 과정에도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기간 업황 침체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한진해운은 지난해 10월 대한항공으로부터 1500억원을 긴급 지원받았다. 한진해운홀딩스가 보유하고 있는 한진해운 지분 36.47%(4570만주) 중 1920만주를 담보로 잡혔다. 대한항공은 추가로 1000억원을 더 지원할 계획이다. 오는 4월 4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지원액을 총 6500억원 규모로 늘린다.
 
특히 대한항공이 4월 한진해운의 유상증자까지 참여하면서 한진해운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최은영 회장과 특수관계인에서 대한항공으로 바뀌게 된다. 한진해운홀딩스는 지난해 3분기말 기준 한진해운 지분 36.47%를 보유하고 있다.
 
(자료=동양증권)
 
이는 곧 최은영 한진해운 회장이 줄기차게 추진했던 한진그룹으로부터의 계열분리가 사실상 무산됨을 의미한다.
 
한진해운은 지난 2009년 12월 인적분할을 통해 한진해운홀딩스를 설립,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됐다. 계열분리의 신호탄이었다.
 
이후 보유하고 있던 정석기업, 대한항공, 한진중공업 등 계열사 지분을 전량 매각하고, 한진해운에 집중하는 등 독립경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해운업 업황 침체가 길어지면서 관계를 끊었던 대한항공에 지원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외부 지원 없이 스스로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컨테이너 운임 상승 등 업황 회복이 근본적인 해결책이지만 올해도 해운업 회복에 대한 전망은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아 계열분리는커녕 대한항공을 통한 한진그룹의 지배력만 더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지난달 한진해운의 새로운 사장으로 석태수 전 한진 대표가 취임하면서 이 같은 가능성은 더 높아졌다. 석태수 사장은 1984년 대한항공에 입사해 경영기획실장과 미주 지역 본부장을 지내는 등 조양호 회장의 신임이 두터운 인사로 알려져 있다.
 
◇3세경영 승계작업 속도..조원태 부사장 그룹 장악력 강화
 
한진그룹이 지배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에서 3세경영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내고 있다. 조원태 부사장을 비롯해 조양호 회장의 자녀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면서 3세경영이 본격화됐다는 평가다.
 
한진그룹은 지난해 12월 임원인사를 통해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을 지주사인 한진칼 대표이사에 겸직시켰다. 고 조중훈 창업주의 장손인 조 부사장에게 그룹 지주사를 맡김으로써 후계구도를 명확히 했다는 분석이다.
 
◇(왼쪽부터)조현아 부사장, 조원태 부사장, 조현민 전무(사진=대한항공)
 
조원태 부사장은 2003년 8월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담당 차장으로 입사해 2004년 10월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경영기획팀과 여객사업본부를 거쳐 2009년 경영전략본부장(상무)에 올랐다.
 
2012년 3월에는 대한항공 등기이사로 이름을 올렸고, 전무 승진 6개월 만인 지난해 1월 부사장 자리에 올랐다. 초고속 승진이다. 이후 지난해 7월에는 사내 핵심부서인 화물사업본부장까지 겸임하며 경영수업의 속도를 높였다.  
 
조 회장의 막내딸인 조현민 대한항공 상무도 지난해 임원인사 때 전무로 승진했다. 지난해 1월 상무로 승진한 지 11개월 만에 전무로의 승진이다. 조 전무는 2010년 진에어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으며, 진에어에서는 마케팅 담당 전무로, 대한항공에서는 광고와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다만 장녀인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은 이번 인사에서 변동이 없었다. 대한항공 부사장직과 칼호텔네트워크 대표이사로 계속 재직한다. 지난해 인사를 보면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이 그룹 전반을 맡고, 막내딸인 조현민 전무는 광고, 마케팅을 전담하고, 장녀인 조현아 부사장은 전반적으로 그룹을 지원하는 구도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은 책임경영을 강화하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조원태 부사장의 한진칼 대표이사 임명은 지주회사를 중심으로 그룹 전체의 일관되고 체계적인 경영 정책과 전략을 유지해 나가기 위한 일환"이라며 "조현민 전무의 승진 역시 대한항공과 진에어의 광고와 마케팅에서 책임 있는 경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앞에 한진그룹의 경영난이 놓여져 있다. 한진그룹은 지속적인 업황 침체에 그룹 전체의 재무 부담이 가중되면서 재무구조개선 약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동양증권은 "그룹의 주축인 대한항공과 한진해운이 실적 악화와 더불어 선박 및 항공기 투자에 따른 부담으로 부채비율과 차입금 의존도 등 재무구조가 저하됐다"며 자본확충 필요성이 한층 증가됐다고 말했다.
 
화물운송을 주업종으로 설립, 고속버스 사업에 성공한 뒤 국영기업이던 대한항공공사를 인수함으로써 항운, 해운, 육운 등 국내 물류업을 주도하는 종합물류전문기업으로 성장한 한진그룹의 난제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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