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정부 주요수사 맡았던 검사들 줄줄이 승진 '고배'

'광우병 보도' PD수첩팀 기소 전현준 검사 승진 탈락
'내곡동 수사' 백방준, '정연주 기소' 박은석 검사도 누락

입력 : 2014-01-15 오전 9:00:00
 
[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지난 이명박 정부 시절 정치적 논란이 컸던 사건을 맡아 수사를 벌여온 검사들이 현 정권 들어 소위 '홀대'를 받고 있다는 말이 검찰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지난 10일 발표된 고검검사급 인사에서 MB정부시절 주요 사건을 맡은 검사들이 검사장 승진에서 잇따라 누락되거나 주요 보직에서 밀려나는 등 인사 과정에서 다소 불만족스러운 성적표를 받아 든 것으로 감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박은석 서울고검 검사(52·사법연수원 20기)다. 그는 지난 2009년 8월 서울중앙지검 조사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정연주 전 KBS 사장을 배임혐의로 기소했다.
 
정 전 사장이 2005년 국세청을 상대로 수년간 벌여온 법인세 부과 취소소송에서 승소가 예상됨에도 법원의 조정을 받아들여 KBS에 1892억 원의 손실을 입혔다는 혐의였다. 하지만 정 전 사장은 1심과 2심에 이어 대법원에서도 무죄를 받아 판결이 확정됐다.
 
박 검사는 조사부장을 역임한 뒤 여주지청장을 거쳐 대구지검 2차장으로 승진했다. 이어 창원지검 차장을 거쳐 서울고검 검사로 보임됐다. 하지만 박 검사는 지난해 12월19일 단행된 검사장 인사에서 검사장으로 승진하지 못했다.
 
김오수 서울고검 형사부장, 이금로 대구지검 1차장검사, 김호철 대구고검 차장검사, 박정식 부산고검 차장검사, 안상돈 광주고검 차장검사 등 연수원 20기 동기 5명이 줄줄이 검사장에 오르는 동안 그는 동기들의 승진을 지켜봐야했다.
 
전현준 신임 안산지청장(49) 역시 연수원 20기지만 이번 검사장 승진에서 누락된 경우다.
 
전 지청장은 지난 2009년6월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장 재직 당시 광우병 논란을 보도한 PD수첩 제작진이 다양한 편집기술 등을 동원해 실제 취재한 내용이나 객관적 사실과 다른 내용을 허위·과장 보도했다고 결론짓고 제작진 5명을 명예훼손 및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전 지청장은 이후 서울중앙지검 3차장, 대전지검 차장 등 요직을 거쳤으나 검사장 승진 인사에 들지 못하고 안산지청장에 보임됐다.
 
백방준 서울고검 검사(49·연수원 21기)는 지난 2012년 6월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장으로 재직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 서초구 내곡동 사저 부지 매입 의혹을 수사했다.
 
당시 수사팀은 이 대통령 내외와 아들 시형씨(34),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56), 김인종 전 경호처장(67) ,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72) 등 관련자 7명 전원을 무혐의로 처분해 논란을 빚었다.
 
이후 이광범 변호사를 팀장으로 하는 특별검사팀이 한 달이 약간 넘는 수사기간 동안 재수사를 벌여 김인종 전 경호처장 등 관련자를 기소했다. 백 전 부장이 이끄는 수사팀과는 매우 다른 성과를 내놓은 것으로, 검찰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었다.
 
백 검사는 형사1부장을 지낸 뒤 춘천지검 차장으로 승진했으며 서울고검 검사로 부임했었다. 이번 인사에서 이동이 있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그대로 서울고검 검사로 근무하게 됐다.
 
서울고검 검사는 순환직으로 대부분의 검사들이 거쳐야 한다. 그러나 특별한 역할이 주어지지 않는 한 사실상 경력관리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대부분 검사들의 시각이다. 때문에 서울고검 검사 자리에 두 번 연속 근무하게 된다는 것은 다음에 있을 승진 인사에서도 기대를 가지기 어렵다는 것을 암시하는 것으로 검찰 내부에서는 통한다.
 
이에 따라 검찰 주변에서는 백 검사가 사표 제출을 고려하고 있지 않겠느냐는 말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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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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