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경화기자] 대한의사협회가 세 결집 총력전에 나섰다. 의료계 양대 축인 대한병원협회가 총파업 불참 의사를 분명히 하는 등 내부 이견이 격화되면서 총파업을 결행할 추진력이 극도로 약화됐다는 분석에 따른 조치다.
여론마저 냉정히 등을 돌린 가운데 자칫 세 결집에 실패할 경우 지도부로서의 위상 추락도 피할 수 없다. 절박감은 곧 행동으로 이어졌다. 중소병원과 노인요양병원 등의 포섭에 전력, 단일전선 구축에 나서는 한편 정부와의 협상도 이어가는 이원화 전략을 택했다.
◇노환규 대한의사협회회장이 12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의협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의원격의료와 영리병원 추진’에 반대하는 총파업 결의에 대해 밝히고 있다.
노환규 의협 회장은 지난 15일 백성길 대한중소병원협회 회장·윤해영 대한노인요양병원협회 회장과 긴급회동을 갖고, 총파업에 대한 이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데 주력했다.
병원 경영자 입장을 대변하는 김윤수 병협 회장이 전날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제4차 투자활성화 대책에 찬성한다는 입장과 함께 의협의 총파업 투쟁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명확히 한 직후여서 이날 회동 결과에 이목이 쏠렸다.
3자회동 결과 이들 단체들은 의료수가 결정구조 개선과 잘못된 의료제도 개선 등 장기적 과제 해결과 상호간 원활한 소통을 위해 가칭 '범의료계 의료제도개혁 상설위원회' 설치에 합의했다. 다만 총파업에 대해서는 이견이 여전했다. 의협으로서는 큰 소득 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중병협 관계자는 “큰 틀에서 정부의 저수가 정책과 비합리적인 수가결정체계 개선 등 한정적인 부분에만 동의한다”면서 “가뜩이나 심사평가원은 저수가로 주면서 병원의료수가 청구내역 감사 조사를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의협과 정부가 협상에 나서는 것과 관련해 “예전에도 급여기준 개선을 위해 의협-심평원-보건복지부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의견만 분분하다 끝났다”면서 “극단적인 파업보다는 충분한 대화가 선행돼야 할 것”이라고 협상에 대한 기대치를 낮췄다.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겠다는 태도다.
중소병원협회와 달리 노인요양병원협회는 적극적 의사를 내비쳤다. 윤해영 회장은 “의협이 복지부와 논의를 하려는 시점에서 병협이 의협과 각을 세워서 되겠느냐. 병협을 협의체에서 제외시킬 수도 있다”면서 “회원들은 죽겠다며 아우성이다. 병협과 관계가 소원해지더라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총파업 동참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백성길 회장은 다만 중립적 입장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듯 “현재 의협이 의료 현안에 대해 잘 대처하고 있다”면서 격려한 뒤 “의협의 주장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다. 의협도 중병협이 당면해 있는 제반 현안에 대해 관심을 갖고 대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해영 회장도 각론에서는 이견을 보였다. 그는 “원격의료·영리병원 중단 등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건강권 차원에서 장·단기의 의료제도 개혁이 필요하다”며 의료수가 개선에만 전력했다. 의협이 총파업의 명분으로 내세운 두 가지 현안에 대해 적극성을 내비치지 않은 것.
윤 회장은 이외에도 의약분업 개선책, 리베이트 쌍벌제 개선, 아동 및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의 조속한 개선, 의료인 폭행 예방 대책 등을 의정협의체에서 다뤄야 한다며 병원과 의원이 공생할 길을 모색하자고 강조했다.
이러한 가운데 의협은 16일 성명서를 통해 “의사로서의 본분보다 돈이 더욱 중요하고 권력 앞에 약할 수밖에 없는 병원협회 지도부의 애처롭고 안타까운 입장을 이해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병원협회가 경영자들의 입장을 대변한 것은 전혀 문제가 아니다”며 “문제는 의사단체라는 가면을 쓰고 의료인단체로서 행세해 온 병원협회의 집행부"라고 지도부를 정면겨냥했다. "집행부가 단기적인 이익을 지키기 위해 5000만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기 위한 10만 의사들의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는 의협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병협 측은 공식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괜한 반론을 통해 의협 측 주장을 확산시킬 필요가 없다는 것으로 보인다.
의협이 총파업에 대한 각 협회의 동참을 적극 이끌어 내지 못하면서 막다른 궁지에 내몰렸다. 이는 대정부 협상력을 떨어뜨리는 단초가 될 수 있어 의협 지도부의 고민은 깊어지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