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눈)`정책 블랙홀`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입력 : 2014-01-17 오후 2:03:36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현재 모습이다.
 
이헌령비헌령(耳懸鈴鼻懸鈴)식으로 모든 정책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 의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위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이 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공언한 일이니 뭔가 성과는 만들어야 하는데 딱히 새로울 것이 없으니 이것도 엮어보고 저것도 엮어본다지만 정책당국의 이런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16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청년고용작업반회의'를 주재한 추경호 기획재정부 제1차관의 목소리는 강하게 떨릴 정도로 힘이 들어갔다.
 
추 차관은 "정부는 청년고용률 제고를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 아젠다로 설정하고 강도 높고도 속도감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현장의 기자들은 하나같이 "이건 또 뭐지?"하는 의아함을 공유했다.
 
청년고용문제는 기획재정부가 전날 부처합동으로 발표했던 경제혁신 3개년 계획 추진전략에는 단 한줄도 포함되지 않았던 과제였기 때문이다.
 
예고에도 없던 주제가 불과 하루사이에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핵심 어젠다'가 됐다고 하니 다분히 정책적인 정책 포장이라는 의심을 할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고용작업반은 이명박 정부시절인 2011년부터 일자리정책방향 수립을 위해 열렸던 회의체인데다 청년고용문제로 압축해서 열린 것도 고용률 70% 달성을 위해 청년취업분야를 따로 떼어낸 지난해 10월부터였다.
 
전혀 새로울 것도 없고 이미 해오던 국정과제였기 때문에 새롭게 '경제혁신'의 핵심 어젠다가 될 소재는 아니다.
 
사실 이날 회의가 언론에 공개된 것부터 갑작스러웠다.
 
청년고용작업반회의는 지난해부터 계속해서 열렸던 회의였지만 언론에 회의장을 공개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날 아침 회의시작 30분전에 갑작스럽게 회의 모두를 공개한다는 공지가 언론에 뿌려졌다.
 
전날 통계청의 고용동향발표결과를 인용, 박근혜 정부들어 청년고용이 더 악화되고 있다는 통계가 언론에 도배되다시피 했던 영향이 컸다.
 
청년고용문제가 심각하지만 '우리도 손 놓고 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모여서 고민하고 있다'는 것을 대외적으로 알리고자 하는 의도가 눈에 보이는 대목이다.
 
정부가 어떻게든 청년고용문제를 부각시키는 것까진 좋았으나 이것을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중심에 놓은 것은 과도해도 너무 과도했다.
 
이런식으로 경제정책 하나하나를 경제혁신 3개년 계획과 묶게 된다면 불과 한달여 뒤에 공개될 3개년 계획의 본모습도 볼품없어질 것이 뻔하다.
 
이미 15일 공개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추진전략도 재탕, 삼탕의 우려먹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부처간 협업과 공공기관의 솔선수범, 성과중심의 정책원칙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고 이미 정부가 강조해 왔던 정책원칙이다.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해 보건·의료산업과 교육, 관광, 금융산업의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도 익히 알고 있고, 정부가 지속적으로 해오던 일이다.
 
오죽하면 전임 경제수장들도 "하던 일이나 잘하라"고 일침을 날렸겠는가.
 
정책당국의 답답함도 이해는 된다. 예산도 국회를 통과했고, 신년 경제정책도 마련됐으며, 지난해부터 해오던 것도 있는데, 새해 벽두부터 대통령이 '경제혁신'을 새삼 외쳤으니 또 뭘 만들어야 하나 고심이 클 것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대로 '경제혁신'에 걸맞는 것을 내 놓아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 핵심은 '창조경제' 아니던가.
 
그야말로 창조적인 것을 내놓지 않고, 이미 있던 것을 귀에도 걸고 코에도 걸로 하는 식이라면 창조경제는 물론 3개년 후의 모습은 지난 정부의 답답했던 경제상황과 크게 다를 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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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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