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금융사고..금융지주 CEO 경영가도 '빙판'

경영전략은커녕 사고 수습에 안간힘

입력 : 2014-01-20 오후 3:58:10
◇8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사진 왼쪽부터) 손경익 농협카드 분사장, 심재오 KB국민카드 사장, 박상훈 롯데카드 사장이 고개 숙여 사과하고 있다.ⓒNews1
 
[뉴스토마토 이종용기자] 잇따른 계열사 금융사고들이 금융지주사 최고경영자(CEO)의 경영가도를 빙판길로 만들고 있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대형 금융지주 CEO들은 최근 계속되는 내부통제 문제에 따른 사고 뒷수습에 정신이 없는 모습이다.
 
전날 임영록 KB금융(105560)지주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인도 순방을 수행하다가 급거 귀국해 바로 회의를 소집했다. 카드거래 고객의 정보유출와 관련해 KB 수뇌부를 불러모은 것.
 
KB금융이 이번 인도 순방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지난 2012년 6월에 개설한 국민은행 뭄바이 사무소의 지점 전환은 현지 금융당국의 인가를 받지못한 채로 있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해 10월 박 대통령의 인도네시아·베트남 순방 이후 우리은행이 인도네시아 현지 사우다라은행 인수를 승인받았고, 기업은행은 베트남 하노이지점 개설을 승인받은 바 있다.
 
KB로서는 이번 양국 정상의 만남을 계기로 인도 진출의 물꼬가 터지기를 기대할 만도 하다. 임 회장도 민간 금융사 중에서는 유일하게 박 대통령의 경제사절단에 포함된 터였다.
 
하지만 조직내부는 기대감보다는 창사 이래 '최악의 위기'라는 참담함에 침울한 분위기다. 
 
카자흐스탄 뱅크오브센터크레디트(BCC) 부실의혹과 국민은행의 도쿄지점 부당대출, 국민주택채권 횡령에 이어 국민카드 고객정보 유출까지 악재가 겹친 탓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KB계열 전체적으로 잇딴 사고에 중장기 경영전략은 챙기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걱정했다. KB금융은 국민은행의 잇딴 사고 이후 우리투자증권(005940) 계열사 인수전에서 고배를 마신 바 있다.
 
'전산사고 단골 금융사'라는 오명을 갖고 있는 농협금융지주도 마찬가지다.
 
임종룡 회장은 이날 아침 고객정보 유출과 관련해 김주하 농협은행장과 손경익 카드 분사장 등 임원들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가졌다.
 
임 회장은 회의에서 "고객들이 납득할 수 있는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시했다. 최악의 전산사고 대란에 이은 이번 고객정보 유출이 거래고객 감소로 이어지지 않도록 총력을 다하라는 당부이기도 하다.
 
농협금융은 전산사고의 오명을 벗기 위해 연초부터 전산시스템 개편에 나선 상태였다. 농협중앙회가 위탁하던 전산업무를 농협은행으로 이관해왔다. 농협은행의 카드사업을 담당하는 손 분사장도 지난달에야 부행장급에서 부행장으로 승진했다.
 
금융감독당국 고위관계자는 "최근 금융사 CEO들은 연초부터 사고수습에 정신이 없을 것"이라며 "하지만 최근 고객정보유출 사고는 지주사 관리 소홀이나 내부통제 문제로 연결될 수 있는 문제라 쉽게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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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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