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진아기자] 전북 고창과 부안에 이어 고창 오리 농장 인근 저수지에서 떼죽음을 당한 야생오리떼마저 AI(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것으로 나타나 방역에 초비상이 걸렸다.
AI가 전국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아지자 국민적 불안감은 고조되고 있고, 방역당국은 AI 확산 방지에 안간힘을 쏟고 있는 모습이다.
20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17일 고창 일대 저수지에서 폐사한 야생오리 사체를 수거해 정밀분석한 결과, 야생오리에서도 고창 오리 농장에서 검출된 것과 같은 H5N8형 AI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권재한 농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은 "확진되지는 않았지만 야생오리에서 검출된 AI가 고병원성일 가능성이 높은 만큼 고창과 부안에서 발생한 오리농장의 고병원성 AI는 야생철새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권재한 농림축산식품부 축산정책국장이 2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전북 고창 일대에서 수거한 야생오리 폐사체에 대한 검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News1
앞서 고병원성 AI는 지난 17일 전북 고창의 한 오리농가에서 첫 발병된 이후, 전북 부안의 오리농가에서도 발생했다.
AI는 닭·칠면조·오리·철새 등 여러 종류의 조류에 감염되는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전파속도가 매우 빠르다. 폐사율 등 바이러스의 병원성 정도에 따라 고병원성·저병원성으로 구분된다.
고병원성 AI는 전염성과 폐사율이 높아 가축전염병예방법에서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분류하고 있다.
방역당국은 고창에서 첫 AI 의심신고가 발생하자마자 AI 발생 농장 반경 500m, 3㎞, 10㎞ 등 3단계 '포위망형' 방역대를 설정해 강도 높은 방역조치에 들어갔다.
그러나 고창에 이어 부안에서도 AI가 발생하는 등 확산 조짐을 보이자 방역당국은 사상 처음으로 '일시 이동중지 명령(Standstill·스탠드스틸)'이라는 강도높은 조치까지 취했다.
이동중지 명령은 임상수의사, 사료운반기사, 축산기자재 판매자 등 축산관련 종사자에 한해 이동을 금지하고 도축장, 사료공장, 분뇨처리장 등을 포함한 모든 축산관련 작업장의 출입과 사용을 금지하는 명령이다.
스탠드스틸은 지난 2012년 2월 가축전염병예방법에 관련 조항이 포함된 이후 실제 발동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스탠드스틸은 헌법이 보장하는 거주·이전의 자유를 부분적으로 제한한다는 점에서 함부로 발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방역당국이 '일시 이동중지 명령'이라는 초강수를 둔 것은 AI 확산을 조기에 차단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보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동필 농식품부 장관은 지난 19일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AI의 전국적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이런 긴급조치가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며 "AI의 발생을 조기 종식하기 위해 부득이하게 취한 조치라는 점을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이날 고창 오리 농장 인근 저수지에서 떼죽음을 당한 야생오리떼의 떼죽음 원인이 AI로 밝혀지자 더욱 더 긴장한 모습이다.
방역당국이 AI 확산을 막기 위해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도 철새의 이동경로에 따라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에 AI가 발견된 고창 오리 농가와 부안 농가 모두 군산 하구둑~부안 줄포만~고창 동림저수지로 이어지는 겨울 철새의 주요 비행경로 상에 있다.
◇야생철새인 가창오리떼가 고병원성 조류 인플루엔자의 감염체로 밝혀지면서 방역에 비상이 걸린 20일 충북 서천군 화양면 논에서 가창오리가 떼 지어 날아가고 있다.ⓒNews1
이에 농식품부는 이날 오전 긴급 가축방역협의회를 개최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가축방역협의회에서는 AI 방역조치사항과 일시 이동중지 명령의 연장 또는 지역확대 여부 등을 논의하고, 야생철새가 고병원성 AI로 최종 확진될 경우 방역 강화 방안 등을 집중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재한 농식품부 축산정책과장은 "AI를 막기 위해서는 철새 분변 등 위험 요인과 가금 농장을 차단시키고 소독 등을 철저히 하는 것이 핵심"이라며 "축산 농가는 소독과 장화 갈아신기 등을 통해 강력한 방역 활동에 임해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