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일타쌍피'..규제 벗고 차익 얻고

입력 : 2014-01-20 오후 5:33:41
[뉴스토마토 김영택기자] 지난 16일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엠코가 전격 합병을 발표하면서 현대차그룹은 공정거래법상 일감몰아주기 해소와 함께 정의선 부회장의 지분가치 증대까지 이뤄냈다. 규제는 벗고, 차익은 챙기는 ‘일타쌍피’ 묘수라는 분석이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이번 합병으로 다음달부터 시행되는 공정거래법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벗어나게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0월 자산 5조원 이상 43개 대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가운데 총수 일가 지분이 30%(비상장사 20%) 이상인 계열사에 일감을 몰아줄 경우 과징금을 부과토록 하는 내용의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다음달 14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의 현대엠코 지분은 각각 10.00%, 25.06%로 총 35.06%에 이른다. 총수 일가 지분이 30%를 넘어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에 포함됐지만, 이번 흡수합병으로 인해 이들 부자의 지분은 20% 미만으로 대폭 줄게 됐다. 당연히 규제 대상에서도 벗어난다. 
 
현대엠코는 지난 2002년 설립된 현대차그룹의 종합건설회사로 현대차와 기아차 해외공장 건설은 물론 현대제철,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물류공장 등 내부 일감을 독점하면서 시공능력평가 13위까지 급성장했다.
 
현대엠코의 지난 2012년 내부거래 비중은 무려 61.9%로 주요 건설사 가운데 가장 높다. 특히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 대기업 208곳 중 내부 거래액이 두 번째로 많다.
 
반면 현대엔지니어링은 석유화학 플랜트를 비롯한 화공플랜트와 석탄발전, 열병합발전 등 전력플랜트와 각종 인프라(SOC)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해외매출 비중이 88%로, 내부거래 비중은 단 4%에 불과해 경쟁력을 갖춘 내실 있는 기업이란 평가다.
 
양사간 이번 합병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와 함께 정의선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재벌닷컴은 20일 이번 합병으로 정의선 부회장의 수익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 2004년 현대엠코 지분을 375억원에 사들였다. 이번 현대엔지니어링과 합병 후 현대엠코 지분 평가액은 3590억원으로,  지분 취득 당시보다 10배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기업 지배구조의 경우 결정되기 전까지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건 정 부회장이 지분 가치를 높여 자금 여력이 높아지면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사들이고, 이를 통해 경영권 승계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분기 현대차그룹 지배구조도.(자료=동양증권)
 
앞서 지난해 현대차그룹은 계열사인 현대제철과 현대하이스코 냉연사업 부문을 합병시키며 기업 재편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해당사업 간 시너지를 높이기 위한 작업이라며 경영권 승계와는 전혀 무관하다는 게 현대차그룹의 일관된 입장이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엠코의 기업가치를 높여 실탄을 확보함으로써 그룹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현대모비스 지분을 늘리기 위한 사전작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참고>☞(지배구조대해부)②현대차 3세경영, 퍼즐 맞추기!
 
일각에서는 연장선상에서 향후 현대엔지니어링이 몸집을 키워 현대건설을 통해 우회 상장할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 2011년 현대건설 인수 당시 채권단에 3년간 자산변동이나 자산 재매각 금지 조항을 포함시켰지만, 지난 연말 기한 만료로 해당 조항이 풀리면서 기업 결합에 있어 규정상 큰 걸림돌은 없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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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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