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BOJ에 쏠린 눈..추가 '엔저 공습' 경계

입력 : 2014-01-21 오후 4:14:01
[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일본은행(BOJ)의 행보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는 4월 소비세 인상을 몇 달 앞둔 시점에서 일본 통화 당국이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21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BOJ의 통화정책회의에도 시선이 모아지고 있다. BOJ가 이번 회의에서 정책 변화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소비세 인상 충격을 거론하며 추가 부양 가능성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이날 달러·엔 환율도 BOJ 회의 결과를 앞두고 104엔대 중반을 기록하며 외환시장의 변동성 확대를 예고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추가 양적완화가 현실화될 경우 110엔대 환율도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올해 첫 BOJ 통화정책회의..현행 정책 재확인 전망
 
◇BOJ 외부 경관(사진=로이터통신)
21일 BOJ는 올해 첫 정례 통화정책회의를 시작했다. BOJ는 지난해 마지막 회의에서 본원통화를 연간 60조~70조엔 늘리는 기존 통화정책 방침을 유지한 바 있다.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번 회의에서도 BOJ가 현행 정책 기조를 재확인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직 추가 양적완화 정책을 기대하기는 시기상조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BoA메릴린치, 바클레이즈 등을 포함한 36개 기관 이코노미스들은 BOJ가 이번 회의에서 현행 자산매입 규모를 유지하고 기준금리도 동결할 것으로 예측했다.
 
카밀라 서튼 스코샤뱅크 외환 스트래지스트는 "이번 회의에서 시장에 놀라움을 줄 만한 BOJ 정책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최근의 통화정책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같은 전망의 배경에는 BOJ 기대에 부흥하고 있는 최근 일본의 소비자물가 흐름을 배제할 수 없다. 지난달 일본의 근원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기 대비 1.2% 뛰며 5년만에 최고치를 달성한 바 있다. 인플레 수준이 예상에 부합하고 있어 BOJ가 급하게 추가 양적완화에 나설 필요성이 낮아진 것이다.
 
실제로 구로다 총재는 지난 16일 "일본 경제는 꾸준히 2% 물가 상승률 목표치 달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며 "지난해 4월에 취한 경기 부양책은 일본 경제에 의도했던 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자화자찬했다.
 
현행 통화완화 기조에 따른 엔저 부작용도 무시할 수 없다. 엔화 약세로 에너지 소비국인 일본의 수입 비용이 급증해 재정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났기 때문이다.
 
지난주 발표된 지난해 11월 일본 경상수지는 5928억엔 적자로 지난 1985년 이후 최대 적자폭을 기록한 바 있다.
  
시장 전문가들은 "엔저가 해외 투자를 부추겼지만 경상수지 악화를 초래했다"며 "이는 또 다시 일본의 재정 위기를 이끌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이번 회의에서는 BOJ의 통화정책 기조보다는 함께 공개되는 향후 일본 경제 전망에 관심이 모아질 전망이다.
 
한 소식통은 이번 회의에서 2013회계연도(2013년 4월~2014년 3월) 인플레 전망이 종전의 0.7%로 그대로 유지되거나 오히려 0.1%포인트 상향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2014회계연도(2014년 3월~2015년 3월) 물가 전망이 현재의 1.3%에서 0.1%포인트 올라갈 가능성도 언급했다.
 
이 소식통은 "BOJ가 엔저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을 감안해 인플레 전망을 높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소비세 인상에 추가 부양 기대도 '여전'
 
반면 BOJ의 추가 부양을 기대하는 의견도 있다. 계획대로 오는 4월 현행 5%인 소비세가 8%로 높아지게 되면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아 일본 경제가 휘청일 수 있기 때문이다.
 
노구치 다케히로 미즈호연구소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세 인상 여파에 2분기(4~6월) 일본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5%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실제로 일본은 지난 1997년에 소비세를 종전의 3%에서 5%로 올린 후 급격한 경기 침체를 겪은 아픈 경험도 있다.
 
나오히코 바바 골드만삭스 이코노미스트는 "BOJ는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제 충격을 막기 위해 추가 완화 조치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추가 양적완화가 가능한 시점으로 1~3월보다는 4~6월을 꼽는 의견도 있다. 소비세 인상에 앞서 비용 측면에서 인플레이션 통제가 필요해 선제적인 금융완화가 나올 가능성이 낮다는 것이다.
 
주요 외신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1~3월 추가 부양 가능성을 점친 응답자는 19%에 불과했지만, 오는 4~6월을 예상한다는 답은 전체의 33%를 차지했다.
 
아울러 추가 부양책의 방법으로는 ETF와 REIT 등 위험자산 매입이 확대될 것이라는 응답자가 무려 83%에 달했다.
 
특히, 모리타 교헤이 바클레이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BOJ가 위험자산 매입을 강화하는 것 외에도 국채 매입 규모를 확대하거나 현행 통화정책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고 예측했다.
 
구로다 총재 역시 새해 첫날 "현행 양적완화책을 당초 언급한 2년이 지난 후 반드시 끝내거나 축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며 통화완화 연장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아다치 마사미치 JP모건 이코노미스트는 "소비세 인상이 정치권과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하면 BOJ는 가만히 있을 수 없을 것"이라며 "구로다 총재는 올해 말 2차 소비세 인상(8%→10%) 결정을 위해서라도 성장세 유지가 필요함을 인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환시장, BOJ 회의 결과에 촉각.."달러·엔, 110엔대도 가능" 
 
다음날 BOJ 회의 결과에 따라 외환시장의 향방도 결정될 전망이다. 
 
BOJ 회의 결과가 시장에 실망감을 줄 경우, 105엔대를 향해 가고 있는 달러·엔 환율의 상승세(엔화가치 하락)는 주춤해질 수 있다. 
 
다만 이날 달러·엔 환율은 전일 대비 소폭 오르며 104엔대 중반을 기록 중이다. 다음날 추가 양적완화 시사 발언이 나올 수도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스탠 샤무 IG마켓 스트래지스트는 "달러·엔 환율은 이미 104.4엔대를 넘어섰다"며 "단기간 내에 105엔대를 시도하는 것도 놀랍지 않다"고 말했다.
 
◇달러·엔 환율 추이(자료=로이터통신)
 
또한 BOJ가 실제 시장에 추가로 돈을 풀게 된다면 엔저 기조는 더 속도가 붙어 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달러·엔 환율은 지난해 4월에도 BOJ가 양적·질적 통화완화를 발표한 영향에 약 한 달 만에 100엔대(엔화가치 하락)를 돌파한 바 있다.
 
특히, 달러·엔 환율이 올해 110엔대마저도 넘어설 것이라는 분위기 역시 이미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환율이 추가 양적완화 조치가 예상되는 4월 전에는 105엔선에서 거래되다 이후 110엔대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튜어트 비비스 밴티지캐피탈마켓 주식 파생상품 부문 담당자도 "BOJ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올해 미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을 110엔대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 역시 향후 12개월 사이에 110엔대의 달러·엔 환율이 예상된다고 전했고, 나카하라 노부유키 전 BOJ 정책위원은 더 나아가 115엔을 바라보기도 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조윤경 기자
조윤경기자의 다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