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여파로 한 국내 기업이 납품기한을 지키지 못한 데 대해, 당시 지진이 "계약위반의 정당한 사유가 될 수 없다"는 첫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8부(재판장 여미숙)는
현대로템(064350)이 "일본지진으로 납품기한을 맞추지 못한 것"이라며 한국철도공사(공사)를 상대로 97억여원의 물품대금을 청구한 소송에서 48억여원만 인정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일본 동북부 대지진과 계획정전으로 현지 업체가 어떤 타격을 입고, 이를 극복하려고 어떤 조치를 취했으며, 어떤 방식으로 영향을 줘 부품공급이 늦어졌는지 알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대지진에도 부품공급업체를 변경하지 않은 것이 원고의 주장처럼 최선의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인정할 수 없고, 인정할 증거도 없다"고 밝혔다.
이어 "부품공급 지연의 원인에는 대지진뿐 아니라 일본 업체의 책임도 포함돼 있고, 원고와 계약을 맺은 업체의 책임은 원고의 책임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현대로템이 공사의 부품업체 변경 요구를 따르지 않은 점 등도 고려해 "부품공급 지연이 천재지변 등 불가항력의 사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다만 재판부는 현대로템이 납품기한을 맞추지 못한 데는 당시 일본 정부의 계획정전의 영향이 컸던 점을 감안해 지급하지 않은 대금 97억여원 가운데 50%인 "48억여원을 지급하라"고 덧붙였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이번 판결과 관련해 "모든 소송에 일괄적으로 적용되지는 않는다"며 "사안에 따라 판단이 갈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로템은 2009년 11월 공사와 화물용 전기기관차 56량을 2012년 7~12월까지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일본 도시바 등으로부터 전기기관차 부품을 공급받기로 했으나 2011년 3월11일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본 동북부 지역을 강타하면서 공급에 차질을 빚었다.
공사는 계약서에 따라 계약 기한을 8~40일 초과한 기간 동안에 해당하는 금액을 공제한 뒤 잔금을 치렀다. 현대로템은 "물품 공급지연은 천재지변인 지진발생으로 불가항력적인 것이므로 대금을 모두 지급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다.
◇서울법원종합청사(사진=뉴스토마토 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