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테이퍼링에 추락하던 '금값', 분위기 반전 노린다

금값, 2개월來 최고..새해들어 하방경직성 보여
"테이퍼링 우려 선반영"vs."1000달러 이하로 떨어진다"
다음주 FOMC가 주요변수 될 듯

입력 : 2014-01-24 오후 2:53:14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금 선물 가격이 2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금값의 회복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양적완화 축소 조치인 ‘테이퍼링’ 여파로 곤두박질 친 금값이 올 들어 고개를 들며 하단이 지지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경제 성장 둔화로 추가 테이퍼링 조치가 늦춰지면 물가 상승 압력이 부각되면서 금이 다시 한 번 투자자들의 관심을 사로잡을 수 있다.
 
게다가 세계 2위 금 소비국인 인도가 금 수입 제한 조치를 완화할 수 있어 금값이 상승 동력을 얻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다만, 일부 귀금속 전문가들은 미국 경제가 성장 폭을 키울 것이라며 금값 랠리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금값, 2개월來 최고..올 초 부터 반등
 
23일(현지시간)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거래되는 2월 인도분 금 선물가격은 전날보다 23.7달러(1.91%) 오른 온스당 1262.3달러에 장을 마감했다. 이는 지난해 11월19일 이후 최고치다. 미 제조업 지표 부진으로 테이퍼링 우려가 한풀 꺾이면서 금값이 뛰었다는 분석이다.
 
◇2013년 9월~ 2014년 1월 금값 추이 (자료=인베스팅닷컴)
 
사실 금 가격 상승은 올 초 부터 이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지난 3일 올해 첫 거래에서 1239.60달러를 기록하며 전년 마지막 날 종가 대비 1.1% 깜짝 상승했다. 그 이후 지금까지 랠리를 이어가 이날 까지 3.02% 올랐다.
 
연방준비제도(Fed)의 테이퍼링이 이달 부터 시작되기 때문에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금값이 올해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해왔다.      
 
실제로 지난 한 해동안 금 시장은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언급만 했는데도 부진을 면치 못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금값은 지난해 28%나 곤두박질 쳤다. 이는 지난 1981년 이후 최대 하락 폭이다. 
 
연준이 양적완화를 시작한 지난 2008년 이후 부터 금값은 인플레 헤지수단으로 각광받으며 상승세를 이어왔다. 그러다 작년 초 연준의 자산매입규모 축소 전망이 나오면서 연말까지 하락세를 이어온 것이다.  
 
올 들어 실제로 양적완화 축소가 단행됐음에도 금값이 오히려 반등한 이유는 금값에 테이퍼링 우려감이 선반영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피터 시프 유로퍼시픽캐피털 경제연구소 소장은 "금 가격은 테이퍼링 우려감이 과도하게 반영된 것"이라며 "금은 올들어 가장 매력적인 투자상품으로 부각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값 오를 것"..테이퍼링 우려 완화 · 中 인도 아시아 '파워' 
 
미국 거시경제 동향과 외부 요인을 살펴봐도 금값 상승 재료는 많다. 미국 경제 둔화를 나타내는 경제 지표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민간 시장조사업체인 마르키트에 따르면 지난 1월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잠정치는 53.7로 직전월 PMI 지수이자 시장 예상치인 55.0에 밑도는 수치다.
 
제조업 부진은 미국 경제 둔화로 이어지므로 연준은 테이퍼링을 지연시킬 수밖에 없다. 자산 매입 규모가 줄지 않고 유지되면 물가 상승 우려가 커져 금값에 유리하게 작용한다.
 
미 달러화 약세도 금값 상승에 한몫한다. 실제로 이날 금값 상승의 원동력 중 하나가 바로 달러화 약세였다. 
 
이날 주요 6개국 통화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날보다 0.98% 내린 80.52를 기록했다.
 
금과 달러는 둘 다 안전자산으로 꼽히는데, 달러가 약세를 보이면 금은 반대로 강세를 나타내곤 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금과 달러화가 반대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필 스트레이블 RJO선물 원자재 브로커는 "달러화 약세가 금값 상승을 유도했다"며 "아시아를 중심으로 금 수요가 증가한 것"이라고 말했다.
 
필 스트레이블의 말처럼 중국과 인도 등 아시아에서 금 수요가 대폭 늘어날 가능성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소냐 간디 인도 국민회의당 당수는 이날 서면을 통해 상무부에 현행 10% 수입 관세를 비롯한 금 수입제한 조치를 완화하라고 요구했다.
 
정부의 금 수입 제한 조치로 금 관련 업자들이 큰 손해를 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해 인도 정부는 경상수지 적자 규모를 줄인다며 금 수입을 제안하는 다양한 규제를 마련한 바 있다.
 
인도는 중국 다음으로 큰 금 소비 시장이기 때문에 소냐 간디의 건의대로 수입 제안 조치가 풀리면 금값은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스테판 플랫 아처 파이낸셜 애널리스트는 "인도의 금 수입 제한이 완화되면 그 지역 금 수요가 증가해 금값 상승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친탄 카르나니 인사이니아 컨설턴츠 수석 애널리스트도 "인도 정부가 금 수입 규제를 풀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인도의 수입이 늘어나면 금값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만년 세계 2위 금 시장에 머물렀던 중국이 인도를 제치고 1위국이 된 점도 금값 상승을 시사하는 부분이다. 
 
귀금속 컨설팅업체 톰슨 로이터 GFMS에 따르면 지난해 금 수요는 전년보다 32% 늘어난 1189.8t을 기록했다. 987.2t에 그친 인도를 넘어선 것이다.
 
이처럼 미국 경기 둔화에 따른 테이퍼링 지연, 달러화 약세, 인도·중국 중심의 아시아 수요 증가 등 금에 유리한 환경이 맞물려 금값은 반등할 것이란 전망이다.
 
독일의 투자회사 데구사 골드핸델은 금값이 온스당 1480달러까지 오를 것이며 평균치로는 1315달러 선을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금값 반등 회의적"..美 경제 '점프'
 
그러나 금 거래 시장이 살아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도 만만치 않았다. 미국이 성장 폭을 늘릴 것이란 전망에 테이퍼링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지난 21일(현지시간)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3.7%로 상향 조정하면서 미국의 성장률 예상치를 종전의 2.6%에서 2.8%로 높여 잡았다. 지난해 미국은 1.9% 성장하는 데 그쳤다.
 
미국 경제를 긍정적으로 보는 이유는 많지만, 고용지표와 소매판매가 나란히 살아나고 있는 점을 주원인으로 볼 수 있다.
 
지난 14일 미 상무부는 미국의 지난해 12월 소매판매가 전달보다 0.2% 증가했다고 밝혔다. 전문가 예상치인 0.1%를 넘어선 것이다.
 
소매판매는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차지하므로 중요하게 여겨진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미국의 12월 실업률은 6.7%를 기록해 전망치인 7.0%를 하회했다. 이는 지난 2008년 10월 이후 최저치다. 고용지표는 연준이 테이퍼링 속도를 조절하는데 참고할 정도로 미국 경제 상태를 잘 보여준다.
 
◇2011~2013년 미국 실업률 추이 (자료=미국 노동부)
 
이처럼 미국 경제 회복을 알리는 신호가 감지되자 안전자산인 금의 매력이 떨어질 것이란 분석이 힘을 얻었다.
 
귀금속 컨설팅 업체 톰슨 로이터 GFMS는 올해 글로벌 경제 회복으로 인해 금값이 13% 더 떨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올해 평균 가격은 온스당 1225달러로 내다봤다.
 
톰 켄덜 크레딧 스위스 금속 전문 애널리스트는 심지어 올해 금값이 950달러까지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또 평균 가격은 1080달러로 점쳤다.
 
런던금시장연합회(LBMA)도 금 시장에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LBMA는 올해 금 평균
가격을 1219달러로 예상했다.
 
다음 주 28~29일 양일간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를 본 후에야 금값 추이를 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잔 스코일스 리얼어셋 리서치 헤드는 "다음주 올 들어 처음 열리는 FOMC 회의를 앞두고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점증하고 있다”며 “양적완화 추가 축소 언급이 없으면 금값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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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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