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현진기자] 술을 먹은 미성년 여성을 모텔로 유인해 성행위를 한 경우 피해 여성이 특별한 반항을 하지 않았더라도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아청법) 위반으로 처벌되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고영한 대법관)는 아청법 위반(위계 등 간음) 위반 혐의로 기소된 회사원 고모씨(40)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되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사건 당시 피고인은 37세인 반면 피해자는 16세에 불과했고 술까지 마신 피해자로서는 나이 등에서 현저한 차이가 나는 피고인과 단둘이 있는 상황에서 자신을 간음하려는 피고인에게 압도당해 정상적인 반항을 하기 어려웠을 것이고 피고인 역시 피해자가 청소년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혔다.
또 "피해자가 피고인과 함께 모텔방에 들어가게 된 것은 피고인의 유인에 의한 것이고 피해자가 모텔에 들어갈 때 위축되거나 불안한 모습을 보이는 등의 특별한 정황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과 피해자의 관계와 나이 차이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이 위력으로써 청소년인 피해자를 간음했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그럼에도 원심이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를 선고한 것은 아청법상 '위력'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고씨는 지난 2012년 12월 스마트폰 채팅을 통해 알게된 A양(당시 16세)과 만나 호프집에서 만나 술을 마시다가 A양이 술을 더 이상 마시지 못하자 "흑기사 해줄 테니 소원을 들어달라, 아니면 술값을 내지 않고 그냥 가겠다"며 대신 술을 마시고 A양을 모텔로 유인했다.
A양은 별다른 저항 없이 고씨와 모텔방에 들어갔다가 고씨가 성행위를 시도하자 거부의사를 밝혔지만 고씨는 이를 무시하고 A양과 성행위를 했다.
성행위가 끝난 뒤 모텔에서 나온 A양은 "수치스럽다. 경찰에 신고해야겠다"며 고씨에게 연락했고 고씨는 합의금으로 800만원을 주겠다고 했으나 A양이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연락을 피했다. 이후 고씨는 A양의 신고로 경찰에 붙잡혀 아청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1심과 2심 재판부는 그러나 "모텔에 가는 과정이 피해자의 자유로운 의사결정 하에서 이뤄졌고, 성관계 과정에서 강제성이 있었는지에 대한 피해자의 진술이 구체적이고 일관되지 못하다"며 고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사가 상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