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조윤경기자] 신흥국 시장이 출렁이면서 지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가 재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달러·페소 환율 추이(자료=로이터통신)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지난주 아르헨티나와 러시아 등의 통화가 급격하게 하락하자 펀드매니저들은 신흥국 시장에 대해 비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지난주 아르헨티나 페소화의 가치는 달러 대비 15% 하락했고, 남아프리카공화국 랜드화의 가치는 달러대비 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게다가 MSCI신흥시장지수의 연간 하락폭은 5.3%까지 확대됐다.
이에 따라 시장 전문가들은 신흥 시장 불안이 제2의 외환위기로 번질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패트릭 쵸바넥 실버크레스트에셋 매니징 디렉터는 "아르헨티나의 금융위기는 글로벌 문제로 번지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신흥국 통화 매도세 문제가 지난주에 겨우 주목 받기 시작했지만 사실은 오랜기간 지속됐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론 베어링 B캐피탈웰스매니지먼트 매니징디렉터 역시 "신흥국 자산의 매도세는 점점 더 심화될 것"이라며 "이 같은 분위기는 점점 신흥국에서 선진국으로 옮겨갈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신흥국 경제 수장들은 시장 불안이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며 외환 위기설을 일축했다. 신흥 시장 혼란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Fed)의 테이퍼링에 따른 일시적인 영향이라는 것이다.
특히, 알리 바바칸 터키 부총리는 "연준 테이퍼링 이후 시장이 잠시 조정 받는 과정일 뿐"이라며 "추가 혼란을 막기 위한 행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의 신흥국 상황이 1997년 외환위기 때와는 유사점이 없다는 분석도 있다.
FT는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통화 가치가 잇따라 폭락하면서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를 연상시킨다"며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재 상황이 그때와 같지 않다고 보고 있다"고 전했다. 1997년 때와 같이 베네수엘라, 우크라이나, 남아공 등 경제에서 아르헨티나와 모두 동일한 문제점이 나타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인플레이션율은 최근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와 외환보유액 부족으로 25%까지 상승했다. 또한 급락하고 있는 페소화를 달러화로 환전하려는 사람들이 암시장에 몰려드는 상황이다.
닐 셔링 캐피탈이코노믹스 이코노미스트는 "새로운 신흥국 시장 위기가 올 수 있다는 논란이 있지만 이는 나라마다 다르다는 중요한 사실을 간과한 것"이라며 "(통화 가치가 급락한) 아르헨티나는 특별한 케이스일 것"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