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추웠던 날씨 탓일까. 순항하는 듯 했던 미국 경제가 정체기를 겪을 수도 있다는 우려의 신호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제조업 경기는 신규 수요가 급감한 탓에 크게 둔화됐고 자동차 판매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예년보다 추웠던 날씨에 경제 활동이 일시적으로 위축된 것"이라는데 의견을 모으고 있지만 성장 동력이 꺼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우려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3일(현지시간)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1월의 제조업 지수가 51.3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직전월의 56.5에서 급하락하며 지난해 5월 이후 최저치로 내려앉은 것.
구체적으로는 신규 주문지수가 64.4에서 51.2로 무려 13.2포인트나 하락하며 1980년 12월 이후 최대 낙폭을 기록한 점이 뼈아팠다.
밀란 멀레인 TD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실망스러운 지표 결과는 경제 성장 동력이 급격히 둔화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같은날 공개된 자동차 판매 결과도 부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자동차시장 조사업체인 오토테이터 코프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의 자동차 판매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한 101만3000대로 집계됐다. 0.4% 증가할 것이란 예상을 하회하는 결과다.
자동차 브랜드별로는 제너럴모터스(GM)의 자동차 판매가 12%, 포드가 7.5% 급감했다.
제시카 칼드웰 에드먼드닷컴 애널리스트는 "GM과 포드에 대한 수요가 악천후의 영향이 컸던 지역에 집중돼 있다"며 판매 부진의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 자동차 판매량 변동 추이(자료=WSJ, autodata)
이에 일각에서는 미국의 경제성장률이 점차 둔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걱정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주 공개된 4분기 국내총생산(GDP) 예비치가 3.2% 증가로 직전분기 확정치 4.1%를 하회한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
수출이 기대 만큼의 성장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데다 기업 재고 역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날씨의 영향까지 겹치면 1분기의 전망도 밝지는 않다는 의견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한파가 누그러드는 2월부터는 수요도 예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며 섣부른 우려를 경계했다.
멀레인은 "지난달의 경제활동 부진은 날씨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며 "향후 몇 달간 의미있는 회복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칼드웰 역시 "날씨가 풀렸던 지난달 중순부터는 판매 증가세가 나타나기도 했다"며 "한파가 다시 몰아치는지 여부가 관건"이라고 진단했다.